"동탁"이 방자해진 만큼,
동탁을 죽여버리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데,
그 중에는,
"조조"도 끼어 있습니다.
일단 동탁의 신임을 얻은 다음,
사도 왕윤에게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빌린,
일곱 보석으로 찬란하게 장식된,
명검 "칠보도"를 휴대하고 동탁을 독대하여 찔러 죽인다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계획에 따라,
기회를 기다리니 결국 동탁을 독대하게 되고,
고도비만이라는 슬픈 신체구조로 인해,
서 있기조차 벅찼던 동탁은 조조를 등지고 벌렁 누워버리니,
이건 필시 나를 꼭 찔러달라는 것이로구나,
하고 막 동탁을 찌르려는데,
웬걸,
동탁이 벌떡 일어서며 조조를 꾸짖습니다.
자기 앞에 거울을 두고,
등 뒤의 상황까지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마침 방 안으로 들어서는 여포.
에라, 모르겠다!!
조조는 비굴모드로 돌변,
동탁에게 무릎 꿇고 칠보도를 바치는 촌극을 연출하고,
이어서 말 한 필을 얻어타고 성 밖으로 도망치지만,
곧 검문에 걸려 체포되고 마는데,
조조를 체포한 사람이 바로,
훗날 여포의 참모로 활약하는,
공대 "진궁"입니다.
하지만 진궁도 천하를 구하려는 큰 뜻을 품고 있던 사람이라,
조조의 행실을 의롭게 보아,
관직을 버리고 조조를 따라나서게 되고,
조조 일행은 조조 아버지의 친구인 "여백사" 노인의 집에 묵기로 합니다.
친절한 노인은,
좋은 술을 대접하기 위해 친히 길을 나서고,
종들에게는 돼지를 잡아 맛있는 요리를 만들라고 지시하니,
칼 가는 소리 요란하고,
돼지는 동물적 감각을 발동,
발악을 하는데,
이를 본 종들이 한 마디 합니다.
"묶어서 죽여버릴까?"
이 한 마디가,
방 안에서 진궁과 단 둘이 앉아,
불길한 상상을 키워가던 조조의 귓가에 들어가니,
기름에 불씨를 던진 격이라,
노인의 집은 피범벅이 됩니다.
묶인 돼지를 보고서 오해임을 깨달아 보아야 이미 늦은 일.
황급히 길을 떠나던 조조 일행은,
나귀에 술 항아리를 매달고 오는 노인과 딱 마주칩니다.
먹고 마시고 가라는 노인의 간곡한 권유를 뒤로 한 채,
길 떠나던 조조가 갑자기 노인에게 뛰어가며 던진 한 마디,
"저기 오는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돌아보던 노인의 목은,
조조의 단칼에 기어이 떨어지고야 마는데,
불의한 짓이라며 분노하는 진궁에게 조조가 대꾸합니다.
"차라리 내 편에서 천하사람들을 버릴지언정, 천하사람들이 나를 버리게 할 수는 없소!!"
그 날 밤, 진궁은 조조와의 짧은 동행을 끝내지요.
물론 잘못한 사람은 조조입니다.
하지만,
노인이 좀 덜 친절하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운명,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