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쓰는 리뷰로군요. 그것도 무려 22년전에 읽었던 책을...ㅋ
어제까지도 목구멍이 일로 막혀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무지하게 복잡한 기안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죠.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회사를 때려 치네 마네 하면서 버티고 버티던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 그러더군요.
"그래도 취업준비할 때보단 낫지 않나요?"
여전히 뼛속으로 스며드는 피로감과 회의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말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요, 저보다 고통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아래를 바라보며 사는 것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던 한 소녀가 떠올랐습니다.
아니, 살아있었다면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었을...
안네 프랑크.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밀폐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숨죽이며 살아야 했을 그녀.
그녀의 어머니는 불평하는 그녀에게 말씀하셨죠.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괜찮은 삶이냐고.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을 안네는 그런 논리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람이라면 당근 위를 보면서 살아야죠!!"
이런 취지의, 사춘기 소녀다운 발랄한 반박의 글을, 그녀는 소중한 친구 "키티"에게 써서 남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를 바라보며 살 것인가, 아래를 바라보며 살 것인가.
사실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취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나태함을 막기 위해서는 위를 보아야 할 것이고, 공연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래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위도 보고 아래도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욱 더 강력하게 삶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던 안네였기에,
그렇습니다, 그녀라면 부득부득 위만 보면서 살겠노라고 우길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됨에도,
결국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꺾여 버린 그녀이기에,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침묵해야 했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하고 푸른, 애잔한 메아리가 되어 계속 귓가를 멤도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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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일에 목구멍이 막혀 허덕이던 네가 어찌 리뷰나 쓰고 앉아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 복잡한 기안이 연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리렵니다ㅎㅎㅎㅎㅎㅎ
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