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과 조명으로 오염된 도시의 하늘이지만,

반짝이는 한 줌의 별들이 보이는 때가 간간이 있습니다.

별 하나하나도 참 이뻤지만,

별들이 모여 함께 초롱거리는 모습도 퍽 정답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이런 생각 하나,

"무척이나 가까워 보이는 별들이지만,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보면 저 별들은 실은 서로 무척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또 다른 생각 하나,

"저런 것이 고귀한 존재의 운명일까? 얼핏보면 주변에 많은 이웃들이 있는 것 같지만, 너무도 고귀한 나머지 실은 가까운 곳에 정겨운 존재 하나 없이  홀로 버텨야 하는, 그런 것이 고귀한 존재의 운명일까?"

글쎄요?

저로서는 정답을 알 수 없습니다만,

남보다 뛰어나려면 남보다 희생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세계에 대해 별로 아는 바는 없습니다만,

최근 시간을 쪼개 H2를 다시 보면서 정말 괜찮은 작품이란 감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과 구성도 마음에 들었으나,

특히 짧지만 강렬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예컨대,

축구부 선수들과 야구시합을 하게 된 평범한 학생들의 모임인 야구서클의 편으로 돌아서면서 히로가 던진 그 대사,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묘미를 알려드리죠."

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다.

타임아웃이 없다,

단어를 몇 개 쓴 것도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축구와 야구를 선명하게 대조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고,

나아가 야구의 매력이 생생하게 부각되고 있죠.

이 대사가 마음에 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왠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했기 때문입니다.

타임아웃이 없다,

그 말이 왠지 무한한 기회를 준다는 느낌으로 와 닿았던 것이지요.

축구에는 타임아웃이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죠. 어떻게 막아 볼 재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9회말 쓰리아웃이라면,

어떻게 막아 볼 재간은 있는 것이고, 그런만큼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도 커지겠지요.

결국,

히로의 말처럼 타임아웃이 없는 야구가 그토록 매력있는 스포츠라면,

9회말 쓰리아웃이면 끝나버리는 야구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허락하는 "인생"이란 스포츠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타임아웃

아래의 글에는 재미를 위한, 뚱뚱한 아주머니에 대한 다소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약간은 공상과학소설틱한 글이므로 극도의 리얼리즘을 추구하시는 분들은 일독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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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출근길,

아파트의 만원 엘리베이터,

그럼에도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집고 뭉개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시더군요.

부록으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딸까지 데리고서...

상식이 없는 분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딸이 지각할 위기에 처한 터라 염치는 잠깐 접어두신 것 같더군요.

아무튼 엘리베이터는 결국 "정원초과"의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외국물을 먹은 엘리베이터인지 "full"이라는 빨간색 글씨가 뜨더라구요.

당황한 아주머니는,

"다들 중간에 모여서 그래요. 흩어지세욧!!"

하고 어수선했습니다만,

그 때 한 여학생이 조용히 내리더군요. 초등학교 2, 3학년쯤 되었을까.

왠지 동감이 가서 저도 엘리베이터를 내렸습니다.

다시, 엘리베이터 정상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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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어린아이가 문제를 해결한 셈이지요.

제가 좀 오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을 통해,

과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가르치려 들 수 있을까?

과연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배울 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워즈워드의 시가 살짝 생각나더군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아, 

제 경우에는 "어머니"겠군요...ㅋ



엘리베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