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인이 한 병 있었지만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와인 오프너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미 오프너 없이 젓가락 등을 이용,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려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던지라 제대로 된 도구 없이 와인의 개봉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드디어 어제 와인 오프너를 구했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와인을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뜻 밖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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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라고 해서 다 코르크 마개가 있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저렴할수록 친절해서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돌려주기만 해도 개봉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돌아다니던 녀석도 알고 보니 참 저렴하더군요.
도르륵,
별 어려움 없이 개봉해서 마셨습니다.
무려 지난 봄부터 이번 여름이 지나기까지(체감상으로는 여전히 여름이지만) 실온에서 굴러다녔건만,
어떡하든 마시는 사람의 입맛을 일단 사로잡아야 한다는 급박함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단맛,
그 당분의 힘 덕분에 녀석은 식초 신세는 면했더군요.
수험생활 당시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문제를 꼼꼼히 읽을 것."
수험생활에서만 필요한 격언은 아니었군요.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