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는 삼국지는 "시"로 시작해서 "시"로 끝납니다.

장구한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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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양쯔강)이 도도히 흘러 동해바다에 이르네.

바다에선 육중한 파도가 일어나고,

파도는 제 무게를 못 이겨 부딪치고 부서져 허무한 욕심인양 하얀 거품을 일으키네.

영웅이란 거품과도 같은 것.

영웅이 간 후에도,

청산은 다를 바 없고,

석양도 수없이 붉게 물들었다.

그들의 피와 땀이 저민 이야기도,

강가에서 낚시하는,

세월 이긴 머리 하얀 촌부들의 안주거리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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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처음을 여는 시에는 이처럼 짙은 허무감이 배어 있습니다.

혹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는,

영웅들의 치열한 삶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난 다음이므로,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저자가 얻었을 것이고,

따라서 삼국지를 마무리하는 시는 긍정적이고 훈훈한 내용일 것이다,

하고 기대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전혀 그렇지 않구요,

"서사"와 별다를 바 없는  우울한 시로 삼국지는 끝이 납니다(자세한 것은 "삼국일기" 참고).

그렇다면 삼국지의 저자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결국, 

저 촌부들의 "안주거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면서,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를 가만히 열고 있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마저 우울하기는 합니다만,

저자가 유비 일행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유비 일행들이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자 느낀 아쉬움이 그만큼 짙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가네요.



서사

삼국지, 

삼국일기에 이어,

또 하나의 삼국지 카테고리를 개설합니다.

그 이름, "삼국지 오르되브르".

"오르되브르"란 전채요리를 말합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입맛이 돌도록 하는 역할을 하죠.

제가 어찌 삼국지 전반을 개괄하겠습니까만은,

여러 번 읽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눈에 띄고,

이거 블로그에 써두면 괜찮겠다 싶어서,

다시 한 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생각만 하던 엄모씨가 책 읽는 엄모씨로 돌아오는 순간...ㅋ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덮었던 제가 다시 책을 보기로 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리딩으로 리드하라"

는 책이죠.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이라는 식상하기 그지 없는 소재를,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재미"를 본 여러 신선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다시 독서를 하겠노라고 생각했고,

암만 바빠도 1주일에 1시간 정도야 시간이 나지 않겠으며,

1시간 동안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소재를 발견하면 글을 쓰면 되지,

그런 생각에 다시 삼국지를 집어듭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사서 이젠 누렇게 뜬 책장이 왠지 정답군요. 

참고로 제가 보는 책은 90년대 초반에 범우사에서 출판된 "원본 삼국지"라는 책입니다. 널리 읽히는 삼국지 시리즈들에 비하면 상당한 마이너급에 속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착착 달라붙는 것이 저한테는 잘 맞는 책인 것 같아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리딩, 리드

즐겨 방문하던 블로그들이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나름 정성들여 가꾼 것으로 보였음에도,

때론,

하루 아침에 없어지기도 하더라구요.

한편으론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너무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오히려 그 결과물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급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단번에 저지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지르고 나면 오히려 아쉬울지도 모릅니다.

그게 꼭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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