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원. 결. 의.
남남이던 현덕, 운장, 익덕이 의형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여간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즉,
소주에 새우깡이나 뜯어놓고 할 행사가 아니었다는 거지요.
실제로 세 사람은,
버젓하게,
검은 소와 흰 말을 제물로 바쳐놓고 그럴 듯한 제사를 지냅니다.
"비록 우리가 태어난 날은 다르다고 하나 죽는 날은 같게 하소서!!"
얼핏 듣기에는 이처럼 훈훈한 말도 없습니다만,
곱씹어보면 이렇게 무서운 말도 또 없습니다.
게다가 이 말이 정말로 실현되었다면 더욱 그렇지요.
마치 도미노처럼,
운장의 죽음이 익덕의 죽음을,
운장과 익덕의 죽음이 현덕의 죽음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세 사람이 했던 맹세는 사실상 이루어진 셈입니다.
아무튼 그건 먼 훗날의 얘기.
도원결의를 맺은 세 사람은 잔치를 베풀어 용사들을 모집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과연 그 비용은 누가 다 부담했을까요??
.
.
.
당연히 익덕이겠죠.
현덕은 돗자리를 짜서 한 벌이에 숙부님이 주는 양식까지 보태어 겨우 먹고 살았고,
운장도 강호를 몇 년씩이나 떠돌던 터였으니,
두 사람에게 재산은 쥐뿔이라도 있었을리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세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오히려 막내인 익덕의 비중이 형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셈입니다.
어쨌건 용사들의 모집도 성황리에 끝이 났으나,
세 사람을 다시 고민하게 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타고 다닐 말이 없다는 것이었죠.
다행히,
난리통에 장사를 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던,
장세평,
소쌍이라는,
유명하고 통 큰 장사꾼들을 만나죠.
장세평과 소쌍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세 사람의 뜻에 공감하여,
좋은 말 50필,
금은 500냥,
빈철 1,000근을 흔쾌히 내놓습니다.
빈철 1,000근 중 82근으로,
그 유명한,
운장의 "청룡언월도"를 제작하게 되죠.
1근이 600그램 정도 되니까,
청룡언월도는 50킬로그램 정도 될 것이니,
한 대 맞으면 남아나는 것이 없겠습니다.
이쯤 되니,
희망으로 벅차올라 상기되었을 세 사람의 얼굴이 눈에 선하군요...
도원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