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에서는 황건적들에 맞서 믿을만한 세 명의 중랑장을 보내기로 합니다.

그 이름 노식, 황보 숭, 주전.

노식은 장각과, 

황보 숭, 주전은 장보, 장량과 대치하게 됩니다.

현덕이 노식의 제자였던지라 현덕 일행은 노식의 진영에 합류하고,

조조는 황보 숭, 주전의 진영에 합류하러 가던 길이었죠.

마침 노식이 현덕 일행을 황보 숭, 주전의 진영에 파견하여,

현덕 일행과 조조의 만남이 이뤄지나 했습니다만,

아뿔싸,

현덕 일행이 도착하기 직전에,

황보 숭, 주전의 화공법에 장보, 장량 일당이 죄다 녹아버린 것입니다.

당시의 참상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묘사하고 있죠.

"갑옷을 입으려 해도 손이 떨려 입을 수 없고, 말을 타려고 해도 안장을 찾을 수 없다."

장보, 장량 일당은 도망치고,

조조는 이들을 쫓아가 버리는 바람에,

영웅들의 역사적인 만남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훗날을 기약하게 됩니다.

그 사이 중과부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던 노식은,

일부러 나아가 싸우지 않았다,

는 누명을 쓰고 낙양으로 압송이 됩니다.

노식의 후임으로 장각과 맞서게 된 중랑장,

그가 바로,

삼국지의 절대 악,

"동탁"인 것입니다. 

능력이야 장각 일당에게 박살나는 보잘 것 없는 사내로 묘사됩니다만,

어지러운 정국에 맞춰 뇌물과 꼼수를 적절히 활용한 결과,

황제를 볼모로 삼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에 조조는 동탁을 격퇴할 동맹군을 모집하고,

현덕 일행은 현덕과 동문수학한 공손 찬 진영의 일원으로 동맹군에 참여하는데,

이리하여 영웅들의 역사적인 만남이 비로소 성사되는 것입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중랑장

장맛비가 한바탕 쏟고 지나간, 

오늘 아침.

말갛게 씻겨 더욱 눈부신 투명한 햇살,

촘촘한 보도블럭 틈새를 기어이 비집고 나온 파란 풀잎들,

풀잎 끝에 맺혀 설레는 빗방울,

빗방울에 깃들어 은은히 울리는 햇살.

오늘 아침은,

완벽하게 맑음.



p. s. 이 글의 정확한 제목은 "그저께 아침" 이랍니다ㅋ



맑음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현덕 일행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황. 건. 적.

이라는 무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고 넘어갑시다.

"황건"적은 말 그대로 머리에 "누런 두건"을 쓴 도적 떼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우두머리는 장각, 장보, 장량 삼형제죠.

맏형인 장각은 약초를 캐는 사람이었는데,

참으로 운이 좋게도, 

"남화노선"이라는 신선의 눈에 들어 비서를 한 권 얻게 됩니다.

그 이름 "태평요술".

학문에 힘쓴 장각은  비바람을 맘대로 일으키는 신통력을 갖게 되었죠.

마침 전염병이 전국을 강타하니,

지식과 행실을 겸비한 장각은 부적과 약으로 전염병을 치유해 줍니다.

수만 명의 지지자들이 줄줄 달리게 된 것은 보너스.

이들을 36방 조직으로 정비하고 보니,

어느새 장각의 마음 한 켠에는 야심이 자리를 잡았고, 

십상시 중 한 명인 "봉서"를 포함하여,

낙양의 내시 세력들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야심을 키워가던 중,

연락책인 제자의 배신으로 의도치 않게 설익은 야심을 공개하게 됩니다.

장각이 당초 약초를 캐며 먹고 살았던 이유에 관하여 삼국지의 저자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태평요술"을 얻은 이후 장각의 행실을 살펴보면,

오히려 보통사람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성실함과 치밀함은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건수가 걸리기만 기다리는 영웅들이 너무 많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것 같으니,

대권을 잡기에는 역시나 부족했던 사람이었다고 할 것이어서,

결론적으로 삼국지 저자의 평가에 수긍하게 됩니다. 

남화노선은 장각에게 태평요술을 건네주면서 이런 말을 했답니다. 

"엉뚱한 생각을 품는다면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남화노선의 경고는 실제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신통했던 분이라고는 하겠습니다만,

누구에게 태평요술을 쥐어 줄까,

하는 고민을 좀 더 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군요.  

아무튼,

과. 유. 불. 급.



황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