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을 기점으로  제갈공명의 총명함이 극에 달한다면  그에 대비해서 좀 초라해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게 마련인 것처럼. 그 사람이 바로 노숙입니다. 

공명과 주유는 아셔도 혹시 노숙은 모르는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주유가 적벽대전 당시 오군의 총사령관이었다는 점은 다 아실 것이구요,  바로 그 주유가 대단한 선비라면서 추천한 인물이 바로 노숙입니다. 

조조의 침략이 임박하자 오나라는 유비에게 도움을 청하는데[사실 그 당시 유비는 조조에게 경산에서 박살이 나서 변변한 군사를 거느리고 있지도 못했는데 유비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오히려 당시 유비가 의탁하고 있던 유기의 세력이 그만큼 당당했다는 의미인지도 모릅니다(유기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쓰겠습니다. 유기는 형주의 주인이었던 유표의 장자로, 어째보면 참 비극적인 사람이죠)], 이 때 사신으로 온 사람이 바로 노숙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공명은 오나라를 이용해 조조를 치거나 조조를 이용해 오나라 땅을 빼앗을 계략을 꾸미고 있었는바, 결과적으로 노숙이 공명의 계략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 된 겁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벌써 36분이 다녀가셨다니...게다가 오늘은 벌써 13분이나!! 싸이할 때 엄청난 좌절을 맛보았던-일주일이 지나도 한 명 올까 말까--;-저인지라 카운트 넘어가는 즐거움이 쏠쏠하네요.

물론, 이건 다 삼국지의 힘이겠지요?ㅋ

아무튼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써봐야겠네요. 왜 하필 삼국지에 관한  글을 쓰냐고 하신다면, 삼국지를 읽고 생각하면서 삼국이 존망을 걸고 피터지게 다툰 100여년이란 시간동안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친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쓸만한 교훈을 얻어 잘 살아보려는데 목적이 있지요.

끝으로, 댓글 부탁드려요..."재밌네요", "수고했네요" "그럴 듯 하네요" 같은 한 마디라도 좋아요~

                  

 고. 우. 영. 

사실 이 세 글자 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죠. 고우영씨의 작품이다!! 그럼 기회가 허락한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겁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환상적인 그림에 흠뻑 취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만화의 섬세하고 복잡한 터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저의 주장에 흔쾌히 동의하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고우영 만화는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일본만화에 그렇게 남용되는 스크린톤은 찾아보기 어렵죠. 하지만 그 분은 스크린톤을 쓰실 필요가 없죠. 그 독특한 필체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분의 필체는, 뭐라고 할까요, 여러 동양화의 이어지는 파노라마와도 같습니다. 마구 휘갈긴 듯하면서도 선 하나 하나에 성실함과 뜻이 배어 있고 선과 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죠. 과장됨 없이 담백하면서도 필자의 뜻을 때론 무게감있게  때론 경쾌하게 전달하는 그림은 볼수록 감탄하게 합니다. 

고우영씨는 원래 소설가 지망생이셨답니다.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매우 탄탄하고 이를 이끌어나가는 힘 또한 발군입니다. 

만화로 삼국지를 읽으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을 일단 한 번 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비록 다른 사람의 상상을 통해서지만- 짐작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국지를 읽을 때 힘든 점 중 하나가 너무 많은 등장인물에 이야기를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꽤나 큰 장점이지요.

사실 읽은 지 좀 되어서 고우영씨만의 독특한 삼국지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화타가 조조의 뇌수술을 시도하려다(조조는 머리에 바람이 들어 시시때때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조조 시해의 누명을 쓰고서 갖은 고문을 당하다 죽음을 당하는 장면입니다. 소설에서는 화타가 고초를 당하는 장면이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만, 고우영씨는 여기에 잔뜩 살을 보태어 고문관이 화타가 의원임을 빌미로 고문을 수술 또는 의학연구에 빗대면서 겉으로는 공손하게 그러나 실은 밉살스럽게 고문하는 장면을 맛깔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만화가 연재될 무렵에는 아직 우리의 뇌리에서 "고문"에 대한 악몽이 온전히 씻겨지지 않은 시기라-불과 20여년 전이죠- 고우영씨는 이에 대한 고발의 의미에서도 이 장면을 부각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참, 화타는 죽으면서 자신의 의학 저술인 "청낭서"를 자기에게 유독 잘해준 옥졸에게 넘겨줍니다. 하지만 옥졸의 아내는 그 책으로 인해 남편이 오히려 해를 당할까 두려워 책을 태워버리죠. 소설에서는 여기에서 옥졸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고우영씨는 여기에도 이래 저래 살을 붙인답니다. 옥졸이 한 때 의대지망생이었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다던가, 책을 손에 넣고서 크게 기뻐하며 옥졸직을 그만둔다던가...결국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직접 확인하시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