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적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대표적인 것 중 한 놈이 감기죠. 감기는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 있을 뿐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쉬어서 몸의 치유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는데, 수험생에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하필이면 왜 수능시험은 겨울이 다가올 무렵치고, 왜 그런 시험을 칠 때면 한 번씩 한파가 찾아오는 것입니까! 왜 국가고시를 겨울에 치느냐구요!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이 책 아시나요?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정말 많은 인기를 끈 책이랍니다. 저명한 그룹-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버린 "대우"라는 이름이여-의 회장이 자신의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는 책이라니! 제가 알기로는 그 때까지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였을 겁니다. 그리고 김영사가 자리잡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책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장담은 못하구요.

사실 읽은지는 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 대략 16년전 쯤인 것 같네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같으니까요. 스스로에게 열심히 살아야한다! 는 동기부여를 위해서 뭔가 이룬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해 읽으려고 했지요. 그 때 읽은 책이 이 책과 "7막 7장"입니다. 7막 7장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인 홍정욱씨가 쓴 책이죠.

솔직히 기대치는 7막 7장 쪽이 더 컸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이었기에 하버드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홍씨의 이야기-얼마나 화려합니까, 하버드! 당시엔 조기유학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로부터 많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처음에 진짜 고생했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슴 깊이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하버드생이라고 해야 결국엔 대학생이었기에, 치열한 현실과의 충돌 가운데서 익힌 절절한 체험이라기보다는, 다소 아카데믹하고 투명한 랩으로 진짜 삶과 차단되어 포장된 듯한 가공의 느낌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책의 느낌은 달랐습니다. 정말 삶의 한 쪽 한 쪽을 온 몸으로 써내려간 듯한 생동감이 있었죠. 전쟁 직후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신문팔이를 하며 희망을 던지던 소년이 버젓한 사업체를 일으켜가는 과정은-당시의 고속성장시대에서나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기억에 남는 대목은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는 겁니다. 1980년대 말인데도 김우중씨가 기초학문 발달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대목을 보면서 시대를 앞질러 본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었죠. 자기는 나름대로 재단을 세워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친절한 부가설명도 빼놓지 않았더랍니다^^;

그랬던 김우중씨인데 IMF가 오면서 단번에 쓰러져 버리죠. 지나친 차입경영으로 유지되어 온 대우는 돈줄이 막히자 혈관이 막힌 거인처럼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훌륭한 기업인으로 남으셨으면 했는데 좀 안타깝더라구요. 

김우중씨는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며 이 책을 썼고, 서문을 쓸 무렵에도 대우조선(지금은 대우조선해양이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옥포만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열심히 일한 분의 말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분으로 인해 고생하신 다른 분들도 많은 것 같구요. 

다 아쉬운 일입니다. 정말로.

(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아직까지는 노숙이 바보냐?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밖에 없겠군요. 과연 이 글은 노숙을 흉보다 끝날 것인가? 진짜?ㅋ)

공명의 부탁은 뜻밖입니다. 공명이 구한 것은 화살을 만들 일꾼도, 재료도, 기한의 연장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배 스무 척에 배를 움직일 병사들, 그리고 배 양 옆에 지푸라기를 가득 달아달라는 부탁이었지요.

그거랑 화살 만드는거랑 무슨 상관이야? 노숙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노숙은 공명의 부탁에 순순히 응하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마음의 빚이 있기도 했거니와 주유가 부여한 임무의 완수와는 상관 없는 부탁으로 생각되어 그랬는지도 모르죠. 심지어 이번에는 주유에게 공명이 한 부탁의 내용을 꼬바르지도 않는답니다.

밤이 깊자 공명은 노숙을 청합니다. 함께 화살을 받으러 가자면서요. 당시 조조군은 북쪽, 오나라 군사는 남쪽에 진을 치고 있었죠. 안개 자욱하게 낀 장강(보통 양자강이라고 하죠)을 거슬러 20척의 배가 조조의 진을 향해 떠납니다. 삼국지에서는 이 대목에서 장강의 압도적인 인상을 노래한 시를 인용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마치 공명과 함께 배를 타고서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