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꿈같은 나날이 흘러갑니다. 어디서? 장수의 땅에서. 심지어 처음에는 그녀의 처소에서 사랑을 나눈 것 같습니다. 어느날 그녀가 부탁하죠.

"시동생의 눈에 띌까 두렵습니다. 승상의 진영으로 저를 옮겨 주십시오."

조조는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계속 사랑을 나누죠. 어디서? 조조의 진영 안에서. 조조의 진영은 어디에 있나요? 당근, 장수의 땅에 있죠--;

이건...완죤 모욕이죠, 모욕!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겁니다! 장수도 이렇게 외쳤다고 하죠.

"조조놈이 내 얼굴에 똥칠을 하는구나!"

장수는 가후를 불러 계책을 짭니다. 가후가 참 재미있는 인물이라고 말씀드렸죠? 그 이유는 그가 내놓는 계책은 대개 무척 "얍삽"하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그의 인품까지 얍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도리"라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명한 주관이 있는 인물로 보이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가후는 서둘러 일을 도모하지 말라고 합니다. 핑계를 대서 장수의 군사를 조조의 진영안에 심어둔 다음 단번에 쳐들어가라고 조언하죠. 장수는 이번에도 가후의 계책에 따라 그대로 실행합니다. 그 때 조조의 보디가드 역할을 한 장수가 전위였습니다. 바람에 쓰러진 깃대를 여러 병사들이 달려들어도 세우지 못할 때 버럭 고함지르며 홀로 나서 벌떡 세울 정도로 장사일 뿐만 아니라 표범처럼 날랜, 장래가 촉망되는 장수였죠. 조조가 포위되어 핀치에 몰렸을 때, 달려드는 적들에게 손가락 사이 사이에 낀 10발의 단도를 날려 정확하게 명중시킴으로써 적의 기세를 눌러 조조를 구하기도 했답니다.

전위를 무력화시키지 않고서는 조조를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사를 도모하는 날 밤 전위에게 술을 퍼먹이죠. 정말 술 앞에서는 장사 없나 봅니다. 전위는 알딸딸하게 취해 쓰러지고, 그 사이 전위의 주무기인 쌍철극은 어디론가 옮겨집니다. 사령관이 여색에 빠져 있는데 밑에 사람들의 질서가 마구 헝클어졌을 것은 빤한 일이지요? 

이각과 곽범 사이의 다툼으로 인해 당시의 황제 헌제는 죽을 고생을 합니다. 두 역적놈들이(삼국지에 그렇게 나옵니다) 황제를 붙잡아 나름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헤매던 헌제는 결국 그 무렵 점차 세력을 불리고 있던 조조의 품에 안깁니다. 그 때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결국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겠죠.

조조는 이후 동탁의 잔당들에 대한 토벌을 마무리짓고자 장수를 치려고 합니다. 이 때 가후는 장수의 참모였는데 조조의 막강한 세력을 고려하여 항복을 권하죠. 장수도 그 계책을 받아들여 조조가 장수의 땅을 평화적으로 집어삼키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장수의 땅에서 조조의 정욕이 발동을 했을까요? 왜 하필이면 죽은 장제의 아내(즉, 장수의 형수죠)는 그렇게 미인이었을까요? 왜 하필이면 조조의 조카 조안민은 저자거리를 거닐다 그녀를 눈여겨 보았을까요? 조조가 장수의 땅에 쓸만한 여자가 있더냐는 질문을 한 그 순간, 왜 조안민은 그녀를 떠올렸을까요? 분명히 조안민이 그녀가 장수의 형수라고까지 했는데 왜 조조는 그녀를 취하기로 마음먹었을까요? 왜 다른 참모들이 조조를 말리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우연과 우연이 만나고 만나 비극은 시작이 됩니다. 

조안민이 그녀를 취하여 조조 앞에 데려다 놓자 조조는 자기가 한나라의 승상이라면서 폼을 잡죠. 그런데 그녀는 또 뭡니까? 조조를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었다구요? 한 번 튕겨보지도 않고서?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완전 엽기적인 그녀 아닙니까?

(앞으로는 리뷰 "형식"으로 삼국지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형식만 빌어오는 것이니 상품란에 소개되는 책과 제가 쓰는 글의 내용은 상관이 없습니다. 별표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 형식을 바꾸는가에 대해서,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아셨을 듯...ㅋ 삼국지에 관한 책들의 표지 구경한다고 생각하시죠!) 

조조는 굉장히 여자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그 기준으로 본다면 조조는 가장 위대했던 영웅 중 한 사람에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여자 때문에 죽을 뻔도 합니다. 조조의 조카와 아들은 실제로 죽임을 당하고, 조조가 아끼던 전위도 웃통을 벗어제낀 "전위"적인 모습으로(썰렁한가요--;) 조조를 지키다 죽음을 맞이하죠(전위가 삼국지의 초반부에 죽어버린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긴 여포도 오래살지는 못했으니까요).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려면 우선 장수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동탁은 다들 아시죠? 원래 여포는 동탁의 양자로 들어갔습니다만 왕윤이 초선을 이용하여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시켜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제거하게 하죠. 그러나 동탁의 밑에는 동탁의 잔당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동탁의 부하들인 이각, 곽범, 장제, 번주는 원래 귀순할 의사를 밝혔지만 왕윤이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러자 참모인 가후(참 재미있는 인물이죠)가 한 마디 하죠.

"그저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실 겁니까? 지금 장안(당시 한나라의 수도입니다)을 치면 천하의 패권을 잡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장안으로 쳐들어가야 합니다!"

이각 무리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장안으로 쳐들어갑니다. 결과는 대성공! 이각 무리들이 천하의 패권을 잡습니다. 그러다 번주는 이각 무리들에게 반기를 든 한수를 추적하다 만 것이 발각되어 이각 무리들에게 죽임을 당하죠. 이각과 곽범은 서로 피터지게 싸웁니다. 헌제의 신하(이름이 지금 기억나지 않는군요--; 일단 "갑"이라고 하겠습니다. 중국사람이니까ㅋ)가 둘을 이간질시켰기 때문이죠. 곽범의 와이프는 투기가 매우 심했는데, 갑은 아내를 시켜 곽범의 와이프에게 이각의 와이프와 곽범이 간통을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거든요. 그러자 곽범의 와이프가 알아서 이각과 곽범을 이간질시키죠.

이틈을 타서 장제는 자기 세력을 탄탄히 구축합니다. 이각과 곽범이 싸움을 멈추지 않자 장제가 나서서 당장 싸움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기가 쳐들어가겠다고 하죠. 이각과 곽범은 찍소리도 못하고 일단 싸움을 중단합니다--;

그런 후 장제가 죽고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장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