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아버지의 원래 이름은 "하후"숭입니다. 왜 조숭이 아니냐구요? 그건 나중 이름입니다. 하후숭이 중상시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조숭이 된거죠. 조등은 왜 조숭을 양자로 맞아들였나구요? 환관이어서 아들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소위 고자죠...--;) 조조의 심복으로 죽을 때까지 충성을 바친 하후돈, 하후연은 실은 조조의 사촌이고, 그래서 조조는 이들을 맞이하면서 반가워했다고 합니다.

조숭에 대해서 삼국지에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조숭도 상당히 왕성한 성적 호기심의 소유자였을 거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최후 때문입니다.

조조가 헌제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지요? 그 때를 전후로 해서 조조는 유력한 세력 중 한 사람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자리를 잡았으니 부모님을 모셔와야겠죠? 조숭은 가족들을 이끌고 조조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뜻밖의 변수가 생깁니다. 서주자사이던 도겸은 평소 조조에게 잘 보이고 싶었지만 길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조숭이 자기 영토를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조숭을 초빙하여 극진한 대접을 하죠. 선물까지 잔뜩 안긴 다음 자기 휘하의 장개를 시켜 조조의 영토까지 호위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비가 왔을까요? 하필이면 비를 피할만한 절이 나타났을까요? 하필이면 스님들이 조숭 일행에게만 방을 내주었을까요? 하필이면 스님들이 칼든 장개 무리들에게는 퉁명스럽게 밖에 서있으라고 했을까요? 결정적으로, 왜 하필이면 도겸은 황건적에서 전향한 무리들을(장개도 황건적 출신이죠) 귀빈을 호위하라면서 딸려보냈냐구요, 그것도 값진 재물과 함께 말입니다!

때론 역사는 우연과 우연의 부적절한 연속과 조합이죠. 그러나 그 결과는 합리적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공명이 정말 마속의 목을 "베면서" 울었을까요? 마속의 목을 베라고 지시하였으면서도 우는 까닭에 대한 질문을 부하들로부터 받고서 공명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돌아가신 소열제의 말씀이 생각나서 우는 것이다. 마속은 그 명성이 높으나 실제로는 그 정도의 인물이 못 되므로 중요한 일에 기용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생각나서 우는 것이다!" 

가정은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였기 때문에, 마속이 가정을 빼앗기자 공명은 위나라 침공을 중단하고 촉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마속이 일을 망친거죠. 적을 점령하기는 커녕 적에게 등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공명은 마속의 목을 "베고 난 다음"에 울지 않았을까요?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읽은 글 중에서는 오히려 공명의 지시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위나라는 평지에 자리잡아 양곡도 병력도 풍부하였지만 산골짝의 오나라는 양곡도 병력도 빈약하였으므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속이 산에 진을 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었지요.

한동안 저는 그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명이 남만 정벌을 위해 나서는 대목을 읽을 때였습니다. 촉군은 평지의 대로로 진격할 것인가, 험준한 산지로 돌아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죠. 남만의 병사가 평지에 탄탄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공명은 그래도 평지로 진격하는 것보다는 험준한 산지를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하죠. 

수적으로 절대 열세인 군사에게 "전면전"이 절대 불리한 것은 맞습니다(심지어 공명조차 전면전을 선택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촉군은 가정에서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촉군은 가정에서 위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군이 도착하기 전에 토성을 쌓는 등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었다는거죠. 

그렇다면, 역시 가정에서의 패배의 책임은 마속에게 돌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