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낯섭니다. 

더욱 낯설은 것은 그를 문제아-trouble maker라는 표현이 더 와닿는 것 같은데요- 취급하던 이들조차 그의 죽음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노무현씨가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아무튼 때론 죽은 사람만 불쌍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살렵니다. 독하게 맘 먹고 살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참고하되 크게 신경쓰진 않으렵니다. 저는 저니까요.

p. s. 그렇다고 해서 멋대로 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반드시"란 건 없습니다. 조숭이 첩을 위해 담을 다시 넘은 일도 일단은 가슴 뭉클한 일이죠. 

하지만 조숭이 담을 다시 넘은 후,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서로를 부둥켜 안고서 사랑을 확인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낭만에 젖어있기에는 주변이 너무 소란스럽고 다급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첩은 조숭을 한 번 놓친 다음이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았을까요? 물에 빠진 사람이 무엇이든 붙잡으면 놓치 않으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조숭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으로 추측이 되죠. 건장한 성인조차 물에 빠진 "아이"에게 붙잡히더라도 왠만해선 제대로 수영할 수 없답니다.

결국 조숭은 절의 은밀한 공간에 첩과 함께 숨기로 합니다. 가만 앉아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선택한 곳은 변소...아참, 절이니까 "해우소"라고 해야겠군요. 

해우소에서 첩과 부둥켜 안은 채 조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생존"에 대한 지독한 집착에 오히려 머릿속은 진공상태, 텅 비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딱한 상황입니다. 밖에는 비가 오니 바닥은 질퍽거릴 것이고, 거의 1,900년전의 일이니 푸세식일텐데 비가 많이 오면 푸세식은 넘친단 말입니다...--;

장개 일당은 해우소까지 뒤져 결국 조숭을 찾아내 살해합니다.  첩이 죽었다는 말은 못 본 것 같군요. 그래도 최악의 상상은 접어두는게 좋겠죠? 첩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는 사이 조숭은 장개 일당에게 살해를 당했고, 그녀도 장개 일당에게 억지로 이끌려 원치 않는 길을 떠나게되었다...는 정도로 정리합시다. 

너무나 많은 모순이 있습니다. 절간에 해탈의 깨달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지독한 애착이 가득하고, 평등 아닌 차별이 두드러지며, 자비가 아닌 잔악이 넘치고, 고민이 해결되어야 할 곳에서 일생 일대의 큰 근심과 마주쳤으며, 효도하려고 한 것이 불효로 끝나고, 호의를 베풀려고 한 것이 지독한 해악을 끼친 셈이 되어 복수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완죤 잘짜여진 소설의 한 대목 아닙니까? 하지만 때론 삶이 소설보다 더 지독한 모순일수도 있는 것입니다...(하긴 삼국지는 소설이죠--;)

아무튼 이 일로 조조는 도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도겸도 앉아 죽을 수는 없으니까 사방으로 도움을 요청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그동안 잊혀졌던 유비가 다시 역사의 주요한 장면에 슬그머니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비도 감격에 겨워 한 마디 하죠.

"아직 이 세상에 유현덕이 살아 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니..."

옷은 젖었지요, 추운데 중들(장개 무리들이 그렇게 불렀을거란 이야깁니다--;)은 구박하지요,  추우니까 더 서럽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죠...설움에 고개 숙이니 문득 손에 쥔 칼이 반짝이죠. 생각해 보니 한 때는 이 칼을 신나게 흔들었단 말이죠. 여기 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옵니다.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던 불평은 어느새 한 목소리로 모이죠(그래서 대중 심리, 선동이라는게 무서운 겁니다--;).

"우리는 원래 황건적이었다. 지금 우리가 뭐하고 있는 것이냐? 도겸이 잘해준 것도 아니지 않느냐? 차라리 조숭 무리와 중놈들을 찔러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 달아나는게 낫지 않겠느냐?"

끝장입니다...비 내려 정적이 유독 울리던 절간에 갑자기 비명과 선혈이 낭자하죠. 놀라운 건 조숭은 이 틈을 타서 탈출에 "일단" 성공한다는 겁니다! 조숭은 절담을 넘죠. 완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은 겁니다. 조조가 여러 번 죽을 뻔 하지만 결국엔 살아남은 것도 유전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숭은 절의 담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첩(아내가 아닙니다--;)이 있었죠. 그리고 그녀는 뚱뚱했습니다. 그녀의 점프력은 절의 담에 과히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숭이 그녀를 끌어올려줄 정도로 강한 완력의 소유자도 아니었죠. 결국 조숭은 다시 담을 넘습니다. 칼이 죽음의 무도를 추는 절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