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게도 노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노숙은 정말 바보, 아니 너무 순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노숙을 높이 평가했던 것은 삼분론 때문이었죠. 심지어 솥의 세 다리처럼 균형을 잡으라는 말까지 합니다. 

그러나 노숙이 생각한 천하삼분론은, 공명이 생각한 그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명은 촉의 모사요, 노숙은 오의 모사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숙이 생각한 솥의 세 다리는 조조, 유비, 손권일 겁니다. 손책이 임종하면서 손권에게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그런 짐작이 가능합니다.

"네가 조조와 유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숙은 유비에게 형주땅을 넘겨 주어 일부러 키워 줄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명이 주로 촉과 오의 연합을 통해 위를 견제하려고 했다면, 노숙은 주로 천혜의 경계선인 장강에 크게 의지해서 위를 막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강이 관통하는 형주를 조조에게 내어주게 되면  오의 지리적인 이점이 상당 부분 줄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오가 형주를 먹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노숙의 생각이었죠. 

따라서, 노숙은 형주를 촉에 내어 줄 생각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촉에 내어주고 말죠. 물론 전적으로 노숙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형주를 걸고서 결정적인 도박을 한 건 사실 주유니까요(공명이 오가 형주를 취하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촉이 취하겠다고 제안하자 덜컥 받아들여 버립니다). 그래도 노숙은 형주를 되찾아오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계책들이 글만 읽은 사람이나 떠올릴 법한 순진한 것들이라(전쟁의 시대에 도리에 호소하죠) 결국 노숙은 바보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유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제 글이 네이버 같은 사이트에 노출이 되는군요! notice란에 이미 공지된 사항이긴 하지만 참 신기합니다. 

제 북피니언에 오신 분들은 다 그렇게 오신 분들이었군요!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이트들을 고려한다면, 제 사이트에 오신 여러분은 로또 복권에 걸리신 것과 다름없다고 봅니다! "확률"상으로만 말이지요...ㅋ

다시 마초군과 조조군이 진을 치고 대치했습니다. 조조군에서 장수 한 명이 쏙 튀어나오더니 한수에게 한 마디 하죠.

"장군께서는 약속하신 바를 잊지 마십시오."

마초 드디어 폭발합니다. 거의 뭐 한수를 패죽이려고 하죠. 주변에서 말려서 그 뜻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한수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조조에게 투항하는게 낫겠다고 결심하게 되는데, 이 사실이 마초에게 알려져 마초는 한수를 습격하고, 한수는 조조에게 투항하는데는 성공하나 그 대가로 마초에게 왼팔을 고스란히 바치게 됩니다. 

가후가 헌제의 손을 잡아준 것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가후가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며 돌아보니 따뜻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래도 도리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니 "미지근한" 사람이었다 정도로 정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