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손권과 주유가 들어옵니다. 울고있는 노모를 보고 깜짝 놀란 손권은 그 이유를 묻죠. 노모의 항의에 대해 손권은 다음과 같이 해명합니다.

"그것은 형주를 얻기 위한 계책에 불과합니다."

그러자 노모는 이렇게 대답하죠.

"겨우 형주를 손에 넣지 못해서 네 여동생까지 들먹여야 하느냐? 도대체 너희들은 뭐하는 사람이냐? 형주를 손에 넣고 유현덕을 죽여버리면 내 딸은 청상과부가 되란 말이냐?"

푸를 청에 과부 상자를 씁니다. 과부 상자는 여자 녀자와 서리 상자를 합친 글자죠. 푸른 기운 도는 서리만큼이나 서러운 사람이 일찍 된 과부라는 것일까요.

그나저나 오 태부인은 너무 스케일이 크신 것 아닌가요? 겨우 형주라니요...--; 아무튼 분노에 가득찬 오 태부인은 뜻밖의 폭.탄.선.언.을 합니다.

"내가 직접 감로사("달콤한 이슬 절"이라...이름이 참 이쁘군요)에서 유현덕을 만나보겠다. 그 때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유현덕을 너희 마음대로 해도 좋다."

공명이 오 태부인이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는 점도 예상했을까요? 아무튼 유현덕은 손인을 매료시키기에 앞서 졸지에 오 태부인의  마음부터 사로잡아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운명의 날은 밝아 유현덕은 오 태부인을 뵈러 갑니다. 오 태부인은 교국로와 함께 감로사에 자리를 잡고 있었죠. 오 태부인은 유비를 어떻게 볼 것인가? E. T.냐? 꽃미남이냐? 50대 구준표가 탄생할 것인가?

오 태부인은 유비를 보고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피력합니다...!

유비가 손부인과 결혼하게 된 것은 주유의 책략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즉 촉이 형주를 먹어버리자 유비를 인질로 잡고서 형주를 요구할 속셈이었죠. 50대 유비를 낚기 위한 미끼는 앞날이 창창한 십대 소녀였답니다...--; 물론 정말 결혼시키려는 속셈은 아니었고 정말 말 그대로 미끼였죠. 따라서 오 태부인에게도, 당사자인 손인에게도 이런 사항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속이 보이는 책략이죠? 공명이 모를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감부인이 막 세상을 떠나 유비가 후처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유비의 표현을 빌면, 감부인의 체온이 식기도 전에-) 주유의 책략을 역이용합니다. 아예 유비와 손인이 결혼한다고 소문을 거창하게 내버리는거죠.  울긋불긋 화려하게 차려입은 유비의 병사들은 혼수감을 사러 다니며 유비가 손인과 결혼하려고 오에 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립니다. 결정적으로 유비는 손책의 장인 교국로(즉 대교, 소교의 아버지죠)를 만나 손인과 결혼하러 오에 왔다고 합니다. 교국로는 기뻐하며 오 태부인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죠.

오 태부인은 여간 당혹스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딸이 시집을 가다니! 그것도 여염집 백성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자기만 몰랐다니! 손권이 자기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다니! 늙었다고 나를 무시하는건가? 늙으신 어머니의 분노는 점점 끓어오르기만 합니다.

유비의 매력을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은 그가 거느린 부인의 수가 아닌가 합니다...--; 유비에게는 세 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감, 미, 손부인이 그들이죠. 감부인은 유비의 원래 부인이고, 미부인은 유비의 참모인 미축의 누이로 유선 또는 아두(미부인이 북두칠성을 입으로 삼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해서 붙은 아명이죠)의 어머니입니다. 손부인은 손권의 여동생이죠.

손부인은 손권의 배다른 여동생으로 생각됩니다. 우선은 손견이 옥새를 우연히 손에 넣어 강동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박살낸 유표에게 복수하려고 나서는 대목에서 손부인(이름은 "인"입니다)이 손견 첩의 소생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첩이라는 표현은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어디선가 손견에게 오 태부인과 그 여동생이 함께 손견에게 시집갔다는 표현을 본 것 같기 때문입니다(아마도 오 태부인이라는 호칭은 오씨 부인이 두 명이라서 언니에게 클 태자를 하나 더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손권이 적벽대전 직전 조조에게 맞설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목에서도 "늙으신 이모가 임종하신 어머니께서 남기신 말씀을 기억해보라면서 일깨워주었다"라는 표현이 나오죠. 그렇다면 적벽대전이 끝난 시점에서는 이미 오 태부인은 사망하였다는 것이 됩니다. 이후 등장하는 오 태부인은 오히려 오씨부인 중 동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물론 늙으신 이모가 임종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일깨워 주었다는 대목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대외적인 일에 대해서는 장소가 아니라 주유에게 물으라는 유언을 남긴 사람은 손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