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으로 유비는 상당히 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살펴보죠. 

아마 가장 유명한 일화는 유비가 조조와 함께 술을 마신 이야기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한 잔 하는데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립니다. 그 때 마침 용 한마리가 승천을 하죠. 이에 조조는 슬그머니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유비가 열거한 여러 인물들이 영웅이 아니라며 비웃던 조조는 자신과 유비 외에는 영웅이 없다고 합니다. 깜짝 놀라(조조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생명에 위협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죠) 유비는 술잔을 떨어뜨리죠. 그런데 마침 그 때 천둥이 쳤는데, 유비는 천둥소리에 놀라 술잔을 떨어뜨린 것처럼 연기합니다. 그래서 조조는 잠깐동안 유비를 바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조조와 한 잔하기 전에는 조조를 무찌르고 한실을 재건하기 위한 계책을 세우면서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농사를 지으며 생각을 정리하죠.

연기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눈물 연기라는데 유비는 눈물 연기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입니다. 우선 손인과 함께 오를 탈출할 때를 볼까요? 손권과 주유는 서성, 정봉 등을 보내 유비 일행을 잡으려고 합니다. 결국 유비일행은 따라잡히고 마는데(보병이 많았기 때문이죠), 이 때 유비는 손인에게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실은 손권은 부인과의 혼인을 핑계로 나를 잡아다가 죽이려고 한 것이라오. 부인이 나를 버리시겠다면 나는 우리가 타고 있는 수레 밑에 몸을 깔테니 즈려밟고 가시구려..." 

그렇다고 유비가 여성들에게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매우 남성적인 모습도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여포를 아시지요? 삼국지에 나오는 대표적인 용장 중 한 명입니다. 유비는 바로 그 여포에게 덤벼든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관우와 장비가 여포와 싸우고 있는 틈에 끼어든 것이지요...--; 유비는 쌍칼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고 하는군요. 이후 유비는 그 어떤 장수와도 싸우지 않습니다. 관우와 장비에게 도움을 주긴 커녕 방해만 되어서 심하게 항의를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ㅋ 

손권은 유비와 처음 만났을 때(유비가 손인과 선을 보러 오에 왔을 때 처음 만납니다) 인상이 비범하여 긴장을 했다고 하죠. 선을 보고 난 다음 유비는 촉에 의한 천하통일을 기원하면서 칼로 바위를 쪼개려고 합니다. 바위가 쪼개지면 하늘이 유비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의미로 알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진짜 바위가 쪼개집니다...!

손권이 유비에게 묻죠. 왜 바위를 쪼갰느냐고. 유비는 조조를 물리치기를 기원하면서 칼을 휘둘렀더니 바위가 쪼개졌다고 둘러댑니다. 사실 완죤 거짓말은 아니죠. 속셈을 일부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이런 거짓말이 더 무섭죠...--; 

손권도 유비를 흉내냅니다. 물론 오의 천하통일을 기원하면서...바위는 결국 네 조각이 나고 맙니다.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은 하늘에게 속은 셈이죠. 어쩌면 쪼개진 바위가 원한을 품고서 작정하고 두 사람을 속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유비에게 이런 남성적인 모습도 있었다는 거...

"과연 내 딸의 남편감이오!"

놀라운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 태부인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한 것은 유비와 미처 대화도 나누기 전인바, 그렇다면 유비를 극찬할만한 꺼리는 외모와 분위기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비에게 꽃미남의 소질이 있었다고는 하나 아주 독특한 면모도 있는데 단번에 오 태부인을 매혹시킨 것은 뜻밖입니다.  게다가 유비와 손인은 띠띠동갑(--;)을 초월한단 말입니다...

하긴 지금 사람들의 매력에 대한 관점과 옛날 사람들의  매력에 대한 관점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으니깐요. 지금은 숏다리가 단점이지만 그리스의 비극적인 영웅 오이디푸스(수수께끼를 풀어 스핑크스를  물리쳤죠)는 숏다리였다고 하죠. 

혹시 오 태부인은 딸이 아닌 자기 파트너의 기준으로 유비를 평가한 것일까요(유비에게 왠지 중후한 멋은 있었을 것 같군요)?  그건 아닐 겁니다. 손인도 유비를 만족스러워하기 때문이죠. 

한편, 이 대목에 이르러 고우영씨는 유비가 교국로는 물론, 오 태부인에게도 엄청난 뇌물을 먹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마음이 유비에게 기운 것으로 묘사하고 있답니다. 뭐, 돈이 사람 매력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될 수 있는거죠.

유비는 띠띠동갑을 극복하고서 손부인이 된 손인과 기꺼이 운우지정을 나눕니다. 그런 유비에게 자식은 오직 유선 한 명 뿐이었다니 참 놀라운 일입니다. 

한편 주유는 가난하게만 살아 허영이란 것을 모르는 유비에게 짜릿한 주색의 맛을 가르쳐 줌으로써 유비를 동오에 잡아두려 하는데, 유비는 한동안 이에 휘말려 지냅니다. 새신랑이 주색에 빠져 지낸다는 것은 좀 낮선 감이 있는데, 오 태부인이 손권이 유비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흐뭇해했다는 것은 더욱 당혹스런 감이 있습니다. 어리디 어린 새색시는 어쩌라는 겁니까? 

아무튼 이 모든 것을 누렸다니 유비는 분명  몸이 엄청 축났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