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군은 드디어 낙양에 입성합니다. 그러나 동탁이 장안으로 도망치면서 불 지르고 약탈한 낙양에는 폐허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동맹군은 아직도 화재가 다 잡히지 않은 궁내에 들어가 각자 자리를 잡고 진을 칩니다. 

손견은 폐허가 된 궁 안을 돌아보다 기가 막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장탄식을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상서로운("상스러운"이 아닙니다...--;) 빛이 뻗치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손견이 도착한 곳은 궁내의 우물가로, 손견은 부하들을  시켜 우물안을 조사하게 합니다. 그곳에서 빠져 죽은 궁녀의 시신이 수습되죠. 물에 잠겨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듯 생생한 모습이었다는 그 시신은 주머니를 하나 차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옥새주머니죠. 옥새, 그렇습니다. 왕의 도장이죠. 왕이 도장으로 결재를 하면 결재서류에 쓰여진 대로 실행이 되는 겁니다(여러분은 함부로 도장 찍어주지 마세요...).

옥새에 관한 거창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 옥새의 재료가 된 옥은 봉황이 앉아있던 옥돌을 깨어 얻은 것이다, 진시황(진시"왕"이 아닙니다. 진나라의 최초의 황제라는 뜻이죠)때부터 사용하던 것인데 진시황이 지방을 순시하던 중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이 심하게 일자 옥새를 물에 던져넣었더니 물이 잠잠해졌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조룡(할아버지 용...)이신 진시황께 돌려드리라면서 그 옥새를 다시 건네고 사라졌다 등등등.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습니다. 공손찬(유비의 동문 친구)의 뒤에서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고 되어 있죠. 한마디로 썩소를 날리고 있었다는 겁니다...--;

조조는 황건적을 격퇴한 유비냐고 물으면서 깜짝 놀라죠. 원술이 보잘 것 없는 벼슬을 하는 주제에 왜 나서냐고 관우에게 구사리주는 것에 대해 적당히 방어해 준 사람도 조조입니다.

아무튼 원소가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세력을 지나치게 소비하지 않도록 일부로 안량과 문추를 데려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만-관우는 출전 기회를 얻게 되죠. 그래서 조조가 따라준 술이 식기도 전에 화웅의 목을 베어왔다는 멋진 이야기가 삼국지에 추가되게 됩니다. 누군가의 허술함은 누군가의 기회인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멋진 공연을 한-립싱크같긴 했습니다만--;-플라시도 도밍고도 대타로 공연에 나섰다가 빅히트를 쳐 세계적인 테너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답니다.

동탁은 다시 여포를 내세워 덤빕니다만, 여포를 받쳐줄만한 장수가 없었는지 도망을 가기로 합니다. 낙양에서 장안으로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죠(동쪽에서 서쪽으로 가기로 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낙양은 후한의 수도이고 장안은 전한의 수도입니다. 전한은 뭐고 후한은 뭐냐구요? 한나라의 역사를 보시면 중간에 왕망이라는 사람이 잠시 신이라는 왕조를 세웁니다. 그 시기를 전후로 해서 전한, 후한으로 나누는거죠. 왕망을 박살낸 사람이 바로 광무제입니다.

웃기는 건 원술에게 조언한 참모의 이름입니다.

한. 부. 하.

삼국지에는 그렇게만 적고 있습니다...--; 허무하게 간 사람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견에게는 참 가슴 아픈 패배였습니다. 손견에게는 당시 네 명의 촉망받는 장수가 있었죠. 창을 잘 쓰는 정보, 철채찍을 잘 쓰는 황개, 큰 칼을 잘 쓰는 한당, 쌍칼을 잘 쓰는 조무가 그들입니다. 이 중 정보, 황개, 한당은 손권대에 이르기까지 동오의 유력한 장수로 활동을 하죠. 하지만 조무는 쫓기는 손견을 보좌하다 화웅에게 죽음을 당합니다. 조무가 살아있었다면 정보, 황개, 한당 못지 않은 활약을 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아쉬운 일이죠.

원소는 손견의 패배 소식을 듣고 분개합니다.

"손견이 화웅 따위에게 패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

나중에는 오히려 화웅이 쳐들어오죠. 동맹군 소속 제후들이 보내는 장수들은 족족 화웅에게 싹뚝싹뚝 삭"두"를 당합니다. 

원소가 또 한 마디 합니다.

"내가 안량과 문추를 데려오지 않은 것이 한이로구나.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화웅쯤이야 문제없을 것인데..."

아니, 원소야말로 무슨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동탁을 제거하고 한실을 바로 잡기 위해 소집된 동맹군이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자신이 거느린 가장 뛰어난 장수를 당연히 거느리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앞서 본 것처럼 손견은 그렇게 했죠)? 도대체 이게 할 소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