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러분, 이렇게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 않소? 하하하..."

대뜸 숙연한 정적을 깨는 한 사나이의 외침. 조조가 등장합니다. 왕윤이 조조가 이와 같이 반응하는 연유를 묻자 조조는 동탁을 제거할 계책이 있다고 주장하죠. 왕윤이 반기며 그 계책을 묻자 조조는 왕윤이 가지고 있는 보검인 칠성검을 주시면 그것으로 동탁을 베어버리겠다고 합니다. 

왕윤은 기꺼이 칠성검을 조조에게 내어 줍니다. 그 결과는?

실. 패.

시작은 좋았습니다. 동탁이 조조에게 늦게 입궁한 까닭을 묻자 말이 비쩍 말라 그랬노라고 둘러대죠. 그러자 동탁은 늘 자기 옆에 붙어다니는 여포에게 조조에게 좋은 말을 한 마리 내어주라고 말하며 밖으로 보내죠. 

동탁은 조조를 상당히 아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조조가 자신을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한 것임을 알고서는 무척 아쉬워하죠.

"내가 그토록 아꼈는데 나를 죽일 생각을 품다니..."

아무튼 이제 여포가 없으니 동탁을 베기만 하면 됩니다. 동탁은 무척 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잠시 서있는 것도 힘들어 곧 드러누워야하는 한심한 면이 있으나, 대신 한 번 잡히면 끝장입니다...힘이 워낙 세야 말이죠. 마침 동탁은 조조를 등지고 드러눕습니다. 조조는 칼을 뺍니다...이 때 들리는 목소리.

"맹덕(조조의 자입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여기서 "자"라는 것은 성인들이 서로의 이름 대신 부르는 호칭으로 대개 자신이 직접 만들어 쓴다고 하는군요(관우도 처음 쓰던 자를 직접 고쳤지요. 즉 "운장"이란 호칭은 관우가 두번째로 쓰게 된 자입니다). 동양에서는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라고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왕윤은 동탁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입니다. 명목상으로만 한조의 재정립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었을 뿐, 실은 그 속셈이 제각각이었던 무수한 동맹군 무리가 달려와 받았어도 끄떡하지 않은 동탁이 한 사람의 계략에 망하고 말다니, 묘한 느낌이죠? 역시 역사는 단순한 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을 그 마음에 소중히 품고 가꾸어 온 한 사람으로부터 역사의 변혁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쉽진 않죠, 이미 자리잡은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을 바꾼다는 건...--;

어쨌건 동탁이 한동안 패권을 쥐고 있었던 것은  철저한 공안정치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스파이를 심어놓고서 정보를 캐내는 한편(중국판 안기부라고나 할까요), 자신에게 저항하려는 세력이 발각될 경우 군사력으로 뭉게버립니다. 어쨌건 여포라는 걸출한 장수가 (양)아들이니깐요.

그래서 왕윤은 대신들과 사적인 모임을 갖고 싶었지만 동탁이 무서워서-역적(?) 모의를 꾸민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핑계를 댑니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여러 대감들께서 오셔서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심은 꽤 얻고 있었던 모양이죠? 대감들께서 왕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왕윤의 집에 모입니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왕윤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까닭을 묻자 왕윤은 실토하죠. 그냥 여러분과 함께 술 한 잔 하고 싶었을 뿐인데 동탁이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원소의 남자들, 
관우의 영광과 몰락, 
억울하게 죽은 여몽, 
유비와 그 가신들의 이름으로 끼워 맞추는 재담, 
공명의 출사에 대한 평가, 
남만정벌의 속셈, 
유비, 조조, 그리고 나무
삼국지에 나오는 도사들
손권과 유봉의 관우에 대한 근시안적인 반응

생각보단 글감이 많이 떠오르지 않네요.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계속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