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선이 등장합니다... 삼국지에서는 그 광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죠.

"잔잔히 물결치는 듯한 몸매,

 그 몸매에서 명주실이 풀려나오는 듯한 율동미."


담백하면서도 육감적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이 선하게 떠오르는 탁월한 묘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뭐가 육감적이냐구요? 명주실이 모두 풀려나오고 나면 뭐가 남느냐는 겁니다(나쁜 상상...--;).

아무튼 동탁도 그냥 뻑! 갑니다. 동탁은 초선에게 노래도 한 곡 해보라고 청하죠. 초선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붉은 점을 찍은 듯한 앵두같은 입술이여...향기로운 혀는 역적을 단칼에 치려 하네."

기억나는대로 쓴 것이기 때문에...중간 중간 생략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날의 모임은 동탁 타도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노래죠? 하지만 노래를 들을 때 누가 가사를 일일이 신경쓰나요? 오늘날 가요의 가사를 보아도 모순투성이 아닙니까? 노래 속의 인물들은 어찌 그리 다 착한지 헤어지고 나면 꼭 내 잘못이고 그 또는 그녀가 다시 보고 싶다고 난리죠.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아무튼 동탁은 초선의 외모와 목소리에 취해 가사의 내용을 음미할 마음의 여유는 전혀 없었을 겁니다.

동탁이 초선에게 홀라당 반한 것을 알고서 왕윤은 동탁에게 제안을 합니다.

"이 아이를 승상(동탁의 관직입니다)께 바치려고 하는데 어떠신지요?"

동탁은 대번에 승낙합니다! 

이. 단. 계. 작. 전. 성. 공...

여포는 좋아 죽습니다...그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에 그와 같은 만족감이 족히 나타나있죠.

"그렇게 된다면 내가 대감을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소?"

그렇다고 해서 여포가 총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엄씨라는 아내가 있었죠(저랑 성이 같군요...--;).

일. 단. 계. 작. 전. 성. 공.

왕윤은 그 다음날에는 동탁을 초대합니다. 좋은 음식, 술 그리고 화려한 그러나 마음은 없는 아첨으로 배터지게 먹이자 동탁은 에라! 물렀거라 하고 늘 데리고 다니던 호위병들(늘 살해의 위협 속에 살았으니깐요)까지 모두 물리칩니다. 

아마 저 호위병 중에는 여포도 있지 않았을까요? 왕윤과 동탁이 술잔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홀로 속을 태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왜 나한테 초선이를 준 일은 이야기하지 않을까하고...아무튼 물렀거랍니다.

자, 이제 은밀한 자리도 마련되었으니 흥을 띄워야겠죠?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왜 남자들은 술이 들어가면 여자를 찾는 걸까요?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남자들은 술이 들어가면 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어쨌거나 조심해야 합니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술에 취했다고 해서 모든 실수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마세요.

아무튼 왕윤은 흥을 띄워보겠노라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평범한 풍류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특별한 가기를 한 아이 준비했습니다."

가기는 노래와 춤을 특별히 훈련받은 여성을 말합니다. 무희라고나 할까요. 최근까지도 "딴따라"라는 말이 쓰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높은 신분은 아닙니다.

동탁은 무어라고 반응했을까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당연한 반응인가요...여자가 안 나왔으면 상을 엎었을 것 같은 기세로군요!

아무튼 왕윤의 시련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먼저 여포를 초대합니다. 술을 먹임과 동시에 기분을 띄워주는 말을 살살살 흘리죠. 내가 본 사람 중에 장군만한 위인은 없었다 등등등. 혹자는 이런 아부성 발언을 이렇게 비꼬아 표현합니다.

용. 비. 어. 천. 가.

상당히 고위직 관료인 왕윤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은 여포의 기분은 끝없이 업되죠.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왕윤은 시자들에게 명합니다.

"가서 애기씨더러 좀 나오라고 일러라."

여기서 애기씨란? 당연히 초선입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단장한 초선이 드디어 무대로 등장합니다. 여포는 깜짝 놀랍니다. 도대체 누구시냐고. 왕윤은 대답하죠.

"내가 딸처럼 아끼는 초선이외다."

딸이라고는 하지 않았군요. 그러면서 여포에게 술을 한 잔 따라올리도록 시키죠. 여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쳐다봅니다. 그것도 샅샅이. 그 시선이 어찌나 끈적끈적했는지 마치 초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핥는" 듯한 것이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초선은 술만 따르고 자리를 뜨려는 "척" 하죠. 때론 여성의 튕김이 오히려 얼마나 자극적인지!

그렇다고 착각하고 따라가다간 뺨 맞습니다. 판단을 잘 하시길...--; 

초선은 왕윤의 만류로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입을 못 다무는 여포에게 왕윤은 결정타를 날립니다.

"내가 초선이를 장군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어떻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