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가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에 집을 떠나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다. 이 당차고 용감한 소녀의 이름은 매티 로스다. 아칸소 주 옐 카운티 다너넬에서 그리 멀지가 않은 농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던 매티는 고작 열 네살의 나이에 톰 채니라는 비겁한 악당에게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매티는 애꾸눈 보안관 루스터 코그번을 고용하고, 톰 채니의 현상금을 노리는 텍사스 보안관 라비프를 만나서 세 사람은 함께 톰 채니를 찾아 나선다.

가장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한 서부 소설 작가로 칭송받는 찰스 포티스가 1968년에 발표한 [트루 그릿]은 악당의 총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소녀가 악명 높은 연방 보안관을 고용해서 인디언 보호지역으로 달아난 원수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얼핏 본다면 고전적인 서부극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포티스는 장르적인 쾌감에 집중하는 대신에 화자이자 주인공인 매티 로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의 흥미로운 캐릭터와 심리적인 묘사에 공을 들이며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유머러스럽고 다소 냉소적이며 직설적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이 매우 좋았고, 소설이 말하려는 진정한 용기에 대한 의미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찰스 포티스의 소설은 코엔 형제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져서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얼마 전에 국내에서도 [더 브레이브]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영화에서 제프 브리지스와 맷 데이먼이 루스터 코그번과 라비프 역으로 출연했고 주인공인 용감하고 영리한 소녀 매티 로스를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아주 근사하게 연기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서부 소설이 [트루 그릿]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다.

프레셔스 - 사파이어 나는 열두 살에 아버지의 아이를 낳았다. 내 이름은 클레리스 프레셔스 존스다. 잠시 동안 정신을 멍하게 만들만큼 너무나도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는 할렘 출신의 흑인 소녀이다. 프레셔스는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고 12살의 어린 나이에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현재 두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며 악마 같은 어머니에게 고통스러운 학대를 받으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프레셔스는 자신의 진실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파이어의 [프레셔스]는 어둠과 고통으로 뒤덮인 험난한 세상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자기 자신마저 포기한 채 힘겹게 살아가던 흑인 소녀 프레셔스가 대안학교에서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는 착한 레인 블루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리 다니엘스가 연출을 맡고 가보레이 서디베와 모니크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지난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책을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프레셔스를 보면서 깊은 여운과 함께 삶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우연들이 자꾸만 반복되어서 일어난다면, 아무리 사소한 우연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들의 인생을 단 한 순간에 바꿀 수가 있는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는 발레리 통 쿠옹의 [운명]은 사소한 우연들로 인해서 운명이 뒤바뀌는 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네 명의 주인공들에게 갑작스러운 사건과 사소한 우연이 찾아 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싱글맘인 마릴루는 중요한 서류를 회사에 전해줘야 하지만, 길은 막히고 지하철 운행마저 중단이 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로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알베르는 남은 재산을 모두 가족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다가, 우연히 공증 사무소에서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이자 교수인 톰은 변덕이 심하고 이기적인 애인 리비에게 청혼을 하려다 어이없는 자전거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서 애인의 충격적인 실체를 보게 됩니다. 프뤼당스는 실력이 뛰어난 변호사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2인자에 머물러야 했는데, 보라색 마카롱을 먹고 두드러기가 난 동료 때문에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네 주인공들의 운명이 사소한 우연으로 서로 얽히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발레리 통 쿠옹은 [운명]에서 사소한 우연으로 새로운 운명과 조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어내며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인,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희망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가슴 따뜻한 감동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