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출간된 케이 기본스의 [엘렌 포스터]는 카우프만 문학상, 헤밍웨이 재단 특별상을 
받았고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도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나 말론 주연의 TV 영화로도
제작된적이 있어요.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의 주인공을 한번 만나볼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11살난 소녀 엘렌 포스터에요. 엘렌은 참 똑똑한 아이랍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성격도 밝은데, 무엇보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알뜰하게 돈을 모으며 살아가는 당차고 
야무진 소녀죠. 하지만, 그런 엘렌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불우한 가정환경이에요. 알콜중독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아빠, 병
과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 가식덩어리에 이기적인 두 이모와
엘렌을 욕하고 때리고 하녀처럼 부려먹으며 언제나 구박만 하는 사악한 외할머니까지. 그들은
엘렌에게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세상을 안겨줍니다. 어린 엘렌에게는 참 가혹한 세상을요.

엘렌에게 언제나 힘든 시간만이 존재한것은 아니에요. 그동안 힘든 길을 걸어왔던 엘렌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이들도 있었답니다. 아빠를 피해서 집을 나온 엘렌을 따스하게 자신의 
집으로 맞이한 줄리아 선생님과 흑인 소녀 스타레타와 그녀의 부모가 바로 그들이지요.

이제 엘렌은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던 고통과 불안의 시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
해주고 아껴줄 새로운 가족을 직접 찾아나서게 됩니다. 엘렌 포스터의 행복을 찾아서요.

작가 케이 기본스는 주인공인 엘렌의 시선으로 소설을 이끌어 나갑니다. 엘렌이 느끼는 감정
과 그녀가 경험한 모든 일들이 바로 엘렌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져요.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소설의 이런 전개는 엘렌과 함께 하면서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답니다.

특히 새로운 행복을 찾은 엘렌이 잠이든 스타레타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 뭉클한
무언가를 저에게 선사해 주었답니다. 그런 엘렌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고요.

어려운 환경속에서 결코 그런 삶을 외면치 않고, 용기를 내어 스스로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을 
배워나가는 기특한 소녀 엘렌 포스터의 따뜻한 이야기는 이미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들에게도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들을 선사해줄꺼라고 생각됩니다.

애니 [도쿄 마블 초콜릿]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던 타니카와 후미코의 [생활의 샘]은 '부부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차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단편집입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림체로 부부의 연을 맺은 여섯 커플의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메이 가 & 24살의 봄에 결혼한 요시노와 소메이. 중학교때 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정작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따스한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되죠. 첫번째 에피소드로 조용한 아내의 비밀(?)을 추리하는 남편이 무척 귀여웠어요.

코지마 가 & 수영장에서 물에 빠진것을 구해준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한 료코와 요시히토. 남편보다 1살 많은 료코는 약간은 터프한 여성인데 남편에게 접근하는 여성스러운 후배때문에 약간 질투가 나요. 그러나 남편은 강한 료코를 자신이 평생 지켜주겠다며 다짐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굳게 확인한답니다.

타카하시 가 & 대학 입시를 앞둔 유이치에게 누나는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에요. 그런데 그런 누나와 자신의 학원 선생님이 결혼할꺼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게되죠. 늙은 아저씨같은 선생님이 너무나 밉지만 누나가 기댈곳을 만들어 주겠다는 모습에 어느새 누나의 행복을 바라게되요.

야노 가 &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아파하는 야노. 작고 사랑스러운 아내인 타에. 그녀는 야노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래서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져요. 타에와의 행복했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절망해요. 하지만 아내가 남긴 편지를 읽고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행복을 찾으려해요.

시마오카 가 & 아픈 어머니를 위해서 서류상으로만 혼인한 하나코와 시마오카.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별다른 감정은 없었고요. 하지만 하나코는 자신을 위해주는 시마오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고 시마오카 역시 그래요. 마침내 서로의 감정을 알게되고 조금씩 진짜 부부로서의 출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후유키 가 & 어느 날 갑자기 아내 스미레가 집을 나갔습니다. 과연 후유키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요? 그녀는 언제나 상냥하게 모든것을 해주었어요. 그런 그녀를 너무나 편하게만,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후유키. 스미레가 남겨둔 쪽지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그녀를 만나러 가요.

[생활의 샘]은 국내에 오랜만에 출간된 후미코의 작품입니다. 그동안 주로 소녀지와 여성지에서 활동하던 후미코가 처음으로 청년지에서 작업한 단행본이라고 하네요. 여섯 편의 단편들을 통해서 아픔과 오해, 그리고 행복을 느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정말 사랑스럽게 그려내었어요.

덧, 작품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작가의 단편인 [이른 봄의 시그널]도 꼭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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