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만화를 보기에 좋은 날은 과연 언제일까? 마스다 코스케는 이 물음의 정답을 아주 잘 알고
있을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의 작가이니까 말이다.

 마스다 코스케의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은 일본의 근대에서 현대까지, 또한 일본 중세와 다른 
여러 나라를 넘나들면서 다양하고 독특하며 아주 많이 4차원적인 캐릭터들을 대거로 등장시켜서 
참으로 황당하고 기괴하고 요상한 개그들을 체험하게 해주는 이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는것은 참으로 힘든 인내와 끈기를 요구했었다. 도대체 이 작품은 무엇인가? 도대체 
어디에서 개그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왜.. 나는 웃을 수 가 없단 말인가. 괴로웠었다. 하지만..
점점 정신줄을 놓으면서 작품에 빠져들어가는 나를 발견했다. 이것은 실로 무서운 경험이었다.

마스다 코스케는 정말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마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개그랄까.. 무언가
편안해지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개그 만화.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은 바로 오늘이다.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상처를 지니고,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방황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성장 소설들을 저는 너무나도 좋아한답니다. 그런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과거의 제 자신을 떠올리게 되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되는것 같습니다. 

이번에 만난 작품도 저에게 그런 설레임과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랜덤하우스코리아의 교양
소설선 첫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케이트 톰프슨의 [밤을 쫓는 아이]는 방황하는 열네 살 소년 
바비가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꿈을 찾게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바비는 엄마와 어린 남동생 데니스와 함께 살아요. 어느 날, 갑작스럽게 그동안
살아왔던 정든 더블린을 떠나 클레어의 어느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되죠. 함께 어울렸었던
동네 패거리들과 헤어지기 싫었던 바비는 틈만 나면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낡았지만 자신의 방이 있는 새로운 집. 그곳에서 바비는 전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버렸다는 
이야기와 바비네 식구가 살게된 집이 요정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라서 꼭 밤에 요정이 
먹을 우유를 밖에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둘리 가족과 빔보라는 이름의 개도 새롭게
만나고요. 하지만 바비는 여전히 엄마와의 사이가 나쁘고 더블린으로 돌아갈 생각만해요.

그러다 결국 전주인의 자동차를 박살내는 사고를 일으키고 그것을 변상하는 조건으로 바비는
피제이 아저씨의 농장일을 돕게되요. 그런데 이상하게 바비는 힘들고 손에 물집이 잡히는 그런
노동일이 싫지만은 않아요.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가는 바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밤을 쫓는 아이' 바비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무책임한 엄마와 즐길만한게
전혀 없는 시골 마을에서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하죠. 하지만 그런 시골 마을에서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했었던 밤의 거대함을 만나고 농장일을 도우면서 어떤 흥미를 찾게됩니다. 작가는
그런 바비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무척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바비의 이야기에 요정의 체인질링 설화와 오싹하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함께 곁들였는데,
그런 소재들이 바비의 어두운 방황과 불안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더욱 흡인력있게 작품을
전개하고 있어요. 책을 읽다보면 '앗, 정말 굉장한데!' 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답니다. 초반에 
집주인 할머니의 요정 이야기에서 저는 그런 두근거림과 묘한 흥분을 오랜만에 느꼈답니다.

고장난 랜드로버는 겉으로 보면 볼품없는 자동차지만 부품을 바꿔 수리만 해주면 다시 정삭적인
자동차로 쓸 수 있다는군요. 불안한 마음으로 방황하면서 밤을 쫓던 바비는 그런 랜드로버처럼 
결국에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한 희망을 찾게됩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검은 기름때가
묻은 손으로 동생과 토크렌치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바비는 저에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떤
기억들을 떠올려주며, 마치 바비의 진한 손자국처럼 아주 깊은 여운을 안겨주었습니다.

밤을쫓는아이, 케이트톰프슨, 더블린, 랜덤하우스코리아, ACreatureoftheNight

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9번째 작품인 나가시마 유의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은
모두 다섯편의 중편과 단편들이 실려있는 작품집이다. 뭔가 야릇한 느낌과 웃음을 함께 주는
책의 제목처럼 나가시마 유가 들려주는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처음 만나는 작품은 바로 책의 제목과 같은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이다. 남태평양의
평화로운 섬나라 바누아투 공화국에는 일본어로 '에로만화'를 뜻하는 '에로망가'라는 이름을
지닌 섬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첫번째 작품은 바로 그 섬을 배경으로 한다.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 만화를 보자!'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게임 잡지사에 근무
하는 사토, 구보타, 그리고 후원사의 히오키 세 사람이 에로망가 섬으로 향한다. 그 섬에서
그들을 맞이한것은 바로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들. 세 남자가 섬에서 지내는 일상이 차분히
펼쳐진다. 게임과 애니 주제가가 자주 나온다.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두번째로 만나는 단편인 [여신의 돌]에선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에서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살아남은 아이와 어른들.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단편에서 작가는 사람들의 욕망에 대한 단상을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세번째 작품인 [알바트로스의 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근사한 순간을 선사한
단편이다. 야심한 밤의 골프장을 배경으로 폭력단 간부의 딸과 도망친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들려준다. 모노리스 작용과 골프 용어, 라이플, 캐디가 나온다. 결말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SF지에 실렸던 단편이라고 한다. 나이스 알바트로스!

네번째 작품은 이 작품에서 가장 관능적인 분위기를 선사해주는 [새장, 앰플, 구토]. 한 남자
가 주인공인데 HM이라는 이니셜을 지닌 여인의 메일을 받고 자신이 만난 과거의 여인들을
회상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약간 건조한 터치로 묘한 느낌들을 전해주는 단편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청색 LED]에서는 첫번째 작품인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에서 나왔던
히오키를 다시 등장시켜 10년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호등에서 나오는 불빛이야말로 21
세기'라는 문장이 이상하게 가슴에 파고들었다. 히오키의 과거를 밝혀주는 청색 LED.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에서 나가시마 유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먼 이국의 섬에서 살아가는 일탈을 꿈꾸고, 과거의 여인을 추억
하기도 하며, 지우기 힘든 상처들을 조금씩 치유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잠시나마
현재를 돌아보고 고민과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순간들을 선사해준다. 비록 그것이 짧은 일탈
이라고 하지만 무척 행복했었다. 언젠가 나도 에로망가 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