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로맨스라고 적혀있는 띠지와 함께 무언가 묘하게 분위기 있는 표지에 이끌려서 읽게된 시노하라 치에의 [안개숲 호텔] 1권에는 모두 세 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은 다르지만 모두가 상처받고 많이 지쳐있는 인물들로 신비한 안개숲 호텔에 묵으면서 그들의 슬픈 사연들을 들려준다.
<살인의 권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며 2년동안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한 여인. '당신 없는 인생은 생각 할 수도 없다'는 여인은 남자의 집 근처에서 자살을 결심하는데, 갑자기 그녀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고양이에게 이끌려 들어간 곳은 바로 '안개숲 호텔'이었다. 왠지 모를 신비로운 분위기가 맴도는 그곳은 분명 주택가 한가운데 있지만 창밖은 안개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묘한 곳이다.
여인은 호텔에서 자신을 버린 남자와 만나게 되고 그 남자를 향한 증오에 갈등한다. 결국 자신을 버린 남자에 대한 살인을 권유 받는데..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비통한 마음과 증오의 감정은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되지만, 그것은 결코 참혹한 살인이 아닌 모든것을 잊게 해주는 치유의 살인이었다.
<열린 문>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했던 여인.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남자를 모두 사랑했지만 결국 한 남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한 여인은 갑자기 기억을 잃고 우연히 안개숲 호텔로 가게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사랑한 남자들도 호텔에 오게되고,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녀는 조금씩 기억을 되살려간다.
마침내 그녀는 어떤 선택을 내리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녀는 불쌍한 영혼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욕심으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지막에 호텔에 걸린 그림이 참 섬뜻했다.
<미궁> 마지막 단편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다. 소녀는 어머니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지만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그런 소녀를 무시하고 내버려둔다. 소녀와 펜던트, 그리고 어머니와의 사이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걸까.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낳는것을 두려워하는 한 여인의 가슴 아픈 사연이 그려지는 단편이다. 펜던트의 진실을 알게되고 결국 행복을 찾게 되지만 그런 결말이 조금은 싱거웠다.
시노하라 치에의 [안개숲 호텔]은 슬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연하게 신비로운 안개숲 호텔에 묵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띠지의 문구와는 달리 미스터리와 로맨스의 조합이 예상보다 크게 부각되는 작품은 아닌듯 하다. 세 단편의 이야기들도 기대만큼 흥미롭게 전개되지도 않고 말이다. 작가의 그림체와 만화에서 전체적으로 풍겨나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등장 인물들에게 그렇게 공감되지도 않았고 특히나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조금은 부족한것 같다. 2권은 부디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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