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드베치! 당분간은 이 괴상한 단어가 계속 제 입가에서 맴돌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 단어가 과연 무슨뜻인지는 저도 모른답니다. 작가인 마크 해던조차 스푸드베치의 정확한 뜻은 아마도 모를꺼에요. 뭐, 스푸드베치가 정확히 무슨뜻인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보다는 어서 빨리 여러분한테 정말로 유쾌하고 두근거리면서 신나는 모험을 떠나게 해준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을 소개해야 하니까요.

 

먼저, 주인공 짐보를 한번 만나볼까요? 초등학생인 짐보는 딸기 잼과 체더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발코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기고요. 조금은 어리숙한 성격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소년이에요. 짐보의 철없는 누나로 데스 메탈의 광팬인 베키는 16살인데 동네에서 모토구찌 오토바이를 시끄럽게 몰고다니면서 언제나 짐보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난 난폭한 크레이터페이스와 사귀고 있습니다.

 

짐보의 부모님들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답니다. 짐보에게 인생은 쇠똥 샌드위치라고 말하는 아빠는 프라모델에 푹 빠져있고 최근에 실직을 했는데 집에서 그냥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 아빠를 생각해서 짐보는 '초심자를 위한 500가지 요리법'이 담겨있는 책을 선물하죠. 다행히 요리에 재미를 붙인 아빠는 근사한 요리들을 선보여요. 남편의 실직으로 시내의 회사에 취직해서 많은 봉급을 받는 엄마는 꽤 쿨한 여성이에요.

 

짐보의 가장 친한 친구인 찰리도 함께 소개할께요. 찰리의 아빠 브룩스 아저씨는 성격좋은 법의관이고 엄마 브룩스 아줌마는 피로연 전문 요리사에요. 헌데 브룩스 아줌마는 꽤 다혈질인 성격이라서 취미가 도마 날리기랍니다. 찰리는 왕성한 호기심을 지닌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굴뚝 청소부같이 생겼어요.

 

자! 이제부터 우리의 주인공 짐보와 찰리, 그리고 베키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짐보와 찰리는 우연히 학교 선생님들의 비밀스럽지만 알아듣기 힘든 이상한 대화를 엿듣는데 그로 인해서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감시를 당하게되죠. 찰리는 갑작기 실종되고 수상한 남자들은 짐보의 뒤를 쫓아요. 누나 베키까지 끼어들면서 사건은 점점 커져가고요. 결국 짐보는 학교 선생님들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그들은 바로 지구에서 7만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의 외계인이었어요. 그렇게 지구를 구하기 위한 짐보의 즐겁고 신나는 모험이 펼쳐집니다. 


마크 해던의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설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은 왠지 모를 정감이 쾅! 느껴지는 제목부터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번역 제목도 좋지만 원제인 [BOOM!]은 더욱 마음에 들더라고요. 작가인 마크 해던은 현재는 영국에서 꽤 유명한데 이 작품은 그의 이름이 생소했던 18년 전에 발표된 소설을 새로 다시 쓴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리드즈비 스푸드베치!]라는 발음하기도 힘든 작품을요. 해던은 빨간 색연필로 무장을 하고 전체적인 구성에 살과 뼈를 더한 완전 새로운 소설을 완성했고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BOOM!]이에요.

 

휴, 정말로 다행이었죠. 이토록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작품이 하마터면 그냥 기억속에 묻힐뻔 했으니까요. 해던의 기발한 상상력과 배꼽을 잡게 만드는 쾅! 터지는 유머들이 소설 곳곳에 가득히 스며있습니다.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 일명 털썩 성이라고 불리우는 행성에서 만나게 되는 그루브 타는 거대 원숭이 거미들과 글자 모양 스파게티, 공간이동하는 웨프 빔, 짧은 털투성이 꼬리가 달린 외계인들까지.

 

우주가 등장하는 소설이라 그런지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반길만한 소재도 많이 나온답니다. 보곤어가 쓰이는 대목이 참 재밌었어요. 그러한 단어를 이용한 작가의 재치있는 문장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고든 배넷을 사용한 짐보와 찰리의 기분 표현이 가장 좋았습니다. 또한 짐보의 아빠가 만드는 여러 가지 요리들도 자주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특히나 식어도 맛있다는 라즈베리 파블로바는 실제로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작가 마크 해던은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중인데 책장을 넘길때마다 아기자기 하고 귀여운 해던이 그린 일러스트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표지랑 책의 구성도 너무나 예쁘고요. 해던이 창조한 짐보의 근사한 모험 이야기는 오랜만에 저에게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큰 웃음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저도 짐보처럼 웨프 빔을 타고 머나먼 우주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졌는데 무엇보다 떠다니는 공은 정말 탐이났어요. 마지막까지 쾅! 거리는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을 다 읽고나서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고든 레지널드 하비 심슨 배넷 주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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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개인적으로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특히 그런 작품에 등장하는 저택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욱 작품에 매료되어서 빠져들게된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만나게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작품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아주 오래된 대저택이 그 웅장함을 드러냈는데, 이번에 나를 매료시킨 대저택의 이름은 바로 '크래븐무어'였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데뷔작인 [9월의 빛]은 바로 웅장한 대저택 '크래븐무어'를 배경으로 소벨 가족이 겪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인 아르망 소벨이 죽고 나서 다른 가족들에게 남겨진것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빚이었다. 절박하게 일자리를 구하던 시몬 부인은 운좋게 괜찮은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장녀 이레네와 막내 아들 도리안을 데리고 파리를 떠나 노르망디에 위치한 작은 해안 마을로 향한다.

 

1937년 여름, 소벨 가족은 노르망디 해안가의 끝에 위치한 곶의 집에 정착한다. 시몬 부인은 마을의 유명한 장난감 제작자인 라자루스 얀의 대저택에서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인자한 미소를 지닌 라자루스는 소벨 가족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하고 이레네와 도리안은 음산한 겉모습과는 다른 저택의 내부에 크게 놀란다. 온갖 장난감 기계들로 장식된 저택 크래븐무어는 마치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소벨 가족은 점차 마을의 삶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이레네는 저택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한나의 사촌인 이스마엘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되고, 도리안은 시몬 부인의 일을 도와주면서 마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이어가던 소벨 가족에게 갑자기 불행을 가져다준 사건이 발생된다. 실종되었던 한나가 죽은채로 발견되고, 이후로 대저택 크래븐무어에는 검은 그림자의 그늘이 드리우게 된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9월의 빛]에 등장하는 웅장한 대저택 '크래븐무어'는 정말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책속에서 묘사된 저택의 모습을 그려보자면, 먼저 크래븐무어의 주변에는 자욱한 안개가 휩싸여있다. 또한 저택의 외관은 대성당을 본 따서 지은 건물이라서 저택이라기보다는 마치 성채와도 같은 모습이다. 저택의 지붕에 자리한 무섭게 생긴 이무기들 역시 그런 음산함을 더해준다.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저택이다.

 

그러나 크래븐무어가 가진 매력은 외관에서 풍기는 음산함이 다가 아니었다. 나를 매료시킨 진짜 정체는 바로 저택의 내부였다. 대저택 크래븐무어로 들어서는 것은 넋을 잃을 정도로 매력적인 동시에 끔찍하게 두려운 꿈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는 이레네의 말처럼 크래븐무어의 내부는 더욱 장관이었다. 무한하게 펼쳐진 체스판으로 이루어진 바닥은 마치 걷는이를 삼켜버릴것만 같았고, 집안 곳곳에 위치한 기괴한 기계 장난감들의 눈길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근사한 대저택 '크래븐무어'는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고 매혹시켰다.

 

비단 이 작품에서 나를 매료시킨것은 대저택 '크래븐무어' 뿐만이 아니었다.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무척 뛰어난 이야기꾼임이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에서 매력적인 소재들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꾸려가는 비범한 재능을 독자들에게 마음껏 선보였다. 독자들을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뛰어난 흡인력을 지닌 문장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긴박하게 전개시키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로맨스와 모험도 함께 곁들였다.

 

다소 이야기의 진행이 쳐진다는 느낌을 받은 후반에서 조차도 사폰의 문장이 선사하는 그 흡인력은 여전히 돋보였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매력적인 대저택 '크래븐무어'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무엇보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걸출한 작가를 알게된것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안개의 왕자』, 『한밤의 궁전』으로 이어지는 사폰의 미스터리 모험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앞에 언급한 다른 두 작품들도 곧 출간된다고 하는데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나를 매료시킬지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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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근사하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라며 단번에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저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제목. 정말로 도발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강렬한 제목과 함께 표지에는 팔이 잘린 비너스상과 거울이 위치해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나를 사로잡아 버린 저 근사한 제목의 작품은 바로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번째 작품이자 2010년 비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야심작인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이다.

 

그동안 수많은 일본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을 읽어온 나에게 이상하게도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이름은 무척 생소했다. 과연 어떤 작가일지 궁금했는데, 노리즈키 린타로는 현재 일본에서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일본 추리소설계에 새로운 흐름을 던진 신본격파를 선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작품의 수도 그리 많지가 않고 장편도 매우 적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입지는 꽤 굳건한듯 보인다. 그런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중에서도 지난 2004년 근 10년 만에 선보인 장편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는 ’제5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등 출간 직후에 일본의 거의 모든 미스터리 문학상을 석권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자, 이제 이 작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잘린 머리에게 한번 물어볼까?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작가와 주인공의 이름이 똑같다. 무려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인것이다. 추리소설 작가이자 탐정으로 활동중인 린타로는 후배의 사진전에서 우연히 유명 조각가인 가와시마 이사쿠의 외동딸 에치카와 그녀의 작은 아버지이자 이사쿠의 동생인 가와시마 아쓰시를 만난다. 

 

’라이프 캐스팅’이라는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직접 석고를 발라서 본을 뜬 조각을 만드는 조각가인 가와시마 이사쿠는 오래전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회의를 느끼고 은거를 하면서 살아가다, 최근에 자신의 친딸인 에치카를 모델로 한 새로운 작품을 완성시키고 그만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유작이 세상에 공개되기도 전에 석고상의 머리가 사라지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되고 린타로는 아쓰시로부터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게된다. 린타로는 사건을 차근 차근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그런 그에게 더욱 불길한 사건이 찾아드는데.. 

 

노리즈키 린타로의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어가면서 참으로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의 600여쪽에 달하는 묵직하고도 방대한 분량의 작품인데도,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가지는 두꺼운 책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이 책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라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제목에 사로잡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그 두려운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일것이다. 마치 무서운 메두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온몸이 점점 굳어져 가지만, 왠지 모르게 전혀 두렵지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사라진 석고상의 머리를 소재로 다루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유독 책속에는 조각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과 자세한 설명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작가 노리즈키는 이 작품에 상당한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 수집과 조사를 했을것이라는 추측이 든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인공인 린타로는 참 정이가는 인물이다. 보통 추리소설속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너무나 완벽하고 차갑다는 느낌이 들곤 했었는데 린타로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에게 부여된 두 가지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에 대한 단서들을 하나둘씩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아쉬운 작은 실수들도 저지르는, 왠지 모르게 따뜻한 인간냄새가 풍겨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린타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또한 노리즈키는 주변에 등장하는 후배 다시로나 큰 도움을 주는 아버지 노리즈키 경시, 그리고 다른 조연들에게도 다양한 개성과 함께 탄탄한 배경을 심어주었다. 

 

작품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긴 호흡과 묘한 두근거림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이 작품은 절대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냥 시간이나 때울 수 있는 가벼운 작품도 아닐뿐더러 한번에 모조리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 노리즈키가 들려주고 탐정 린타로가 파헤치는 이 오묘하고도 깊은맛이 우러나는 작품은, 처음 보다는 두번째 읽었을때 비로소 작품이 주는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을꺼라고 감히 말해두고 싶다. 처음에 그냥 지나쳐버린 치밀하게 깔려있는 복선과 감탄이 절로 나오는 트릭과의 만남을 다시 발견하는 즐거움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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