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사형 제도의 존폐와 관련된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서 다루어져 왔었다. 그리고 그 논란은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로 계속 진행중이다. 바로 얼마전에 국내에서 발생한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사형 제도의 존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었고 한창 논쟁이 벌어졌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나는 그 사형이라는 법정제도에 대해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고 찬성과 반대 그 어느쪽의 입장에 손을 들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29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은 바로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사형 제도를 소재로 다룬다. 이미 사형을 선고받아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어느 수감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교도관과 전과자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묘한 조합을 보이는 두 주인공들이 서로 전력을 다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과정과 사형 집행의 절차를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흡인력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네 놈은 사형이다!' 라는 강렬한 대사로 나를 맞이한 소설은 사형수의 독방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잠깐의 실수로 인한 상해 치사죄로 2년의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나 보호 관찰을 받게된 전과자 미카미 준이치. 평생을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두 번의 사형 집행을 치루고 점점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며 지쳐가던 교도관 난고 쇼지. 전과자와 교도관이라는 서로 너무나 상반된 입장에 위치한 두 남자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행동에 나선다. 그 목적이란 다름 아닌 사형수의 누명을 벗기는 것이었다.

 

그 사형수의 이름은 사카키바라 료. 사형 집행까지 불과 3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료는 자신의 보호 관찰사를 담당했던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서 체포된다. 허나 료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익명의 누군가가 료의 무죄 입증에 보상금을 걸게 되고, 이에 난고와 준이치는 각자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 하기 위해서 함께 뜻을 모으고 료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영화와 TV 각본가로 주로 활동하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는 2001년 자신의 데뷔작인 [13계단]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사형 제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깊이 있게 그려낸 가즈아키의 데뷔작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게된다. 또한 역대 란포 상 수상작 중에서 최단기간에 100만 부라는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로 자리한다. 게다가 지난 2003년 일본에서 나가사와 마사히코가 연출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가즈아키는 란포 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은 자신의 데뷔작에서 사형 제도라는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꽤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진지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결코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무척 흡인력 있는 속도감과 치밀한 구성으로 소설을 전개 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깔끔하게 제거한 간결한 문체들로 문장을 이끌어 나가기에 더욱 책속으로 빠져들 수가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절대로 뒤지지가 않는다. 작가의 힘있는 전개와 문장은 난고와 준이치가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을 무척 긴장감 넘치게 담아내고 있으며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와 반전을 던져주면서 독자들의 흥미와 스릴을 더욱 돋아주고 있다. 거기에 난고와 준이치 각자가 처한 상황과 그들의 심리를 보여주면서 이해을 더해주는데, 지옥의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죽음에 서서히 다다르는 사형수 료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특히나 이 작품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사형수가 사형 집행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의 수, 사형을 집행하기 전까지 걸리는 행정적인 절차의 수. 이 모든것을 의미하는것이 바로 13계단이라고 한다. 과연 사람이 사람의 죄를 심판하고 벌을 내리는것이 정당하고 옳은 행동일까? 절대로 쉽게 단정을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사형 제도가 어떤 모순점을 안고 있는것은 분명하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에게도, 그리고 그 죽음을 집행해야만 하는 교도관에게도 사형 제도는 무겁고 괴로운 짐일것이다. [13계단]을 오르면서 그 존재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들과 의미를 안겨주었다.

13계단, 다카노가즈아키, 사형제도, 추리, 미스터리, 밀리언셀러클럽, 황금가지

가이 가브리엘 케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근사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멋진 이름을 지닌 작가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나에게 무척 낯선 작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에 [티가나]라는 케이의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이력을 살펴보니 캐나다 출신인 작가는 판타지 문학에서는 꽤 유명하고 또한 독자와 평단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때문에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구미가 당기는 작가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알 라산의 사자들]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J. R. R. 톨킨의 뒤를 잇는 정통 판타지 작가로서 인정받으며 최근작인 [YSABEL]로 2008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의 소설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된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대표작 [알 라산의 사자들]은 중세 스페인 제국에서 영향을 받은 알 라산 반도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잔혹함과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알 라산의 마지막 칼리프인 무자파르의 죽음으로 황금시대는 막을 내리고 알 라산은 서로 다른 군주들이 다스리는 여러 도시 국가들로 다시 형성된다. 그렇게 새로운 알 라산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우리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잔혹하고 강력한 카르타다의 군주인 알말릭 왕을 도와줬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아름다운 킨다트인 여의사 예하네와, 최고 고문관이었지만 추방당한 아샤르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 그리고 발레도 왕국 최고의 군인으로 불리우는 로드리고 벨몬테까지.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라고사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라고사 왕국의 궁전 의사로 임명된 예하네와 라고사의 용병으로 고용된 아마르와 로드리고. 용병으로 함께 일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두 남자와 군의로서 그들 곁에서 머무르는 한 여인. 그렇게 세 사람 사이에는 우정과 함께 사랑이 뒤얽히는 묘한 관계가 만들어 진다. 그러나 곧 알 라산 전역에는 불안한 전쟁의 바람이 불어오고 결국에 아마르와 로드리고는 각자의 길을 걷게되면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된다. 과연 세 사람의 운명은... 

작가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실제로 존재했었던 역사의 세계관에 판타지적인 구성 요소를 새롭게 첨가한 ’역사 판타지’ 분야의 선구자라고 한다. 뭐, 작가 본인은 굳이 그렇게 분류하는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다. 1995년에 출간된 [알 라산의 사자들]에는 바로 그러한 작가 케이의 방대한 세계관이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는 알 라사 지역과 에스페라냐 3왕국을 비록하여 마즈리티 사막까지, 케이의 생생하고도 섬세한 묘사로 인해 마치 진짜 존재했었고 기록되었던 실제의 역사같이 느껴진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알 라산 지역이 중세의 스페인을 모델로 해서 그려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거기에는 소설의 주요 무대를 새롭게 창조해낸 케이의 세심하게 정성을 들여서 조사한 역사적인 고증들이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준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실제의 역사처럼 느껴지는 판타지. 케이의 깊이있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강한 흡인력과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시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매력 또한 그런 역사적인 판타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면서 독자들을 매혹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는것 같다.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라 그런지 등장 인물들도 무척 많은데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예하네는 매우 용감한 여성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으며, 발레도 왕국의 로드리고 벨몬테도 멋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예하네를 짝사랑한 충직한 알바르도 비중있는 조연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사람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이다. 아마르는 강력한 옴므 파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아름답고도 왠지 모르게 서글픈 시를 읊어주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혼돈의 역사속에서 태어난 두 영웅과 한 여인.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서로간에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그들. 그리고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지만 결국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가혹한 운명과 조우해야만 했던 영웅들.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그런 세 사람의 이야기를 [알 라산의 사자들]에서 잔혹하지만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보다 현실적인 판타지로서 그려내고 있다. 알 라산의 멋진 사자들과 만나서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럽고 황홀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사라져 버린 사랑스러운 알 라산을 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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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가브리엘 케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근사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멋진 이름을 지닌 작가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나에게 무척 낯선 작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에 [티가나]라는 케이의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이력을 살펴보니 캐나다 출신인 작가는 판타지 문학에서는 꽤 유명하고 또한 독자와 평단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때문에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구미가 당기는 작가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알 라산의 사자들]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J. R. R. 톨킨의 뒤를 잇는 정통 판타지 작가로서 인정받으며 최근작인 [YSABEL]로 2008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의 소설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된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대표작 [알 라산의 사자들]은 중세 스페인 제국에서 영향을 받은 알 라산 반도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잔혹함과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알 라산의 마지막 칼리프인 무자파르의 죽음으로 황금시대는 막을 내리고 알 라산은 서로 다른 군주들이 다스리는 여러 도시 국가들로 다시 형성된다. 그렇게 새로운 알 라산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우리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잔혹하고 강력한 카르타다의 군주인 알말릭 왕을 도와줬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아름다운 킨다트인 여의사 예하네와, 최고 고문관이었지만 추방당한 아샤르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 그리고 발레도 왕국 최고의 군인으로 불리우는 로드리고 벨몬테까지.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라고사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라고사 왕국의 궁전 의사로 임명된 예하네와 라고사의 용병으로 고용된 아마르와 로드리고. 용병으로 함께 일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두 남자와 군의로서 그들 곁에서 머무르는 한 여인. 그렇게 세 사람 사이에는 우정과 함께 사랑이 뒤얽히는 묘한 관계가 만들어 진다. 그러나 곧 알 라산 전역에는 불안한 전쟁의 바람이 불어오고 결국에 아마르와 로드리고는 각자의 길을 걷게되면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된다. 과연 세 사람의 운명은... 

작가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실제로 존재했었던 역사의 세계관에 판타지적인 구성 요소를 새롭게 첨가한 ’역사 판타지’ 분야의 선구자라고 한다. 뭐, 작가 본인은 굳이 그렇게 분류하는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다. 1995년에 출간된 [알 라산의 사자들]에는 바로 그러한 작가 케이의 방대한 세계관이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는 알 라사 지역과 에스페라냐 3왕국을 비록하여 마즈리티 사막까지, 케이의 생생하고도 섬세한 묘사로 인해 마치 진짜 존재했었고 기록되었던 실제의 역사같이 느껴진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알 라산 지역이 중세의 스페인을 모델로 해서 그려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거기에는 소설의 주요 무대를 새롭게 창조해낸 케이의 세심하게 정성을 들여서 조사한 역사적인 고증들이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준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실제의 역사처럼 느껴지는 판타지. 케이의 깊이있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강한 흡인력과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시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매력 또한 그런 역사적인 판타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면서 독자들을 매혹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는것 같다.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라 그런지 등장 인물들도 무척 많은데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예하네는 매우 용감한 여성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으며, 발레도 왕국의 로드리고 벨몬테도 멋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예하네를 짝사랑한 충직한 알바르도 비중있는 조연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사람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마르 이븐 카이란이다. 아마르는 강력한 옴므 파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아름답고도 왠지 모르게 서글픈 시를 읊어주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혼돈의 역사속에서 태어난 두 영웅과 한 여인.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서로간에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그들. 그리고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지만 결국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가혹한 운명과 조우해야만 했던 영웅들. 가이 가브리엘 케이는 그런 세 사람의 이야기를 [알 라산의 사자들]에서 잔혹하지만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보다 현실적인 판타지로서 그려내고 있다. 알 라산의 멋진 사자들과 만나서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럽고 황홀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사라져 버린 사랑스러운 알 라산을 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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