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구로 마사카즈의 [Present for me]는 작가의 데뷔작을 포함하여 초기에 선보인 여러 작품들까지, 모두 7편의 단편들이 담겨있는 소품집이다. 향수어린 표지의 분위기가 참 인상적이라 차분한 느낌의 작품을 예상했는데 15%정도는 적중했다. 아늑한 이야기를 예상한 나의 기대와 다르게 마사카즈의 이번 소품집에는 상당히 다양한 장르의 단편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곳곳에서 드러나는 개그들이 은근히 재밌었다.
GOGO! 사이킥 소년단 - 태평양 무슨 무슨 제도에 위치한 작은 무인도. 그 섬 일부에는 어떤 연구를 목적으로 한 극비기관의 연구시설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연구소가 폭발하고 살아남은 3명의 초능력자들과 박사. 그들의 생존기를 그린 SF 코미디물. 마지막에 구조를 바라는 강력한 텔레파시로 인해서 큰 웃음을 선사한다.
Present for me - 표지의 소녀와 로봇을 만날 수 있는 단편.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고장난 로봇과 말을 못하는 소녀와의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오랫동안 고장난 채로 방치되었던 로봇을 우연히 소녀가 발견하고 로봇의 집으로 데려가서 수리를 도와준다. 소녀와 로봇은 그렇게 친구가 되고 로봇은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특별한 선물을 남겨준다. 잔잔하지만 작은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였다.
밧줄맨 - 회사에서 잘린 한 남자의 히어로 도전기가 펼쳐진다. 밧줄 던지기를 유일하게 잘하던 남자는 정의를 실현하는 밧줄맨으로 변신(?)하고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단순한 남자의 도전은 썰렁함으로 마무리 된다.
카운트다운 - 단편 영화 대상을 노리는 어떤 방송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인류멸망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각자의 아이디어를 서로 들려준다. 결국 대상을 수상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실제가 되고 외계인이 나온다.
바바라 - 가장 내 마음을 안쓰럽게 만든 단편.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못생긴 마녀. 주인공은 못생긴 마녀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지만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마녀에게 설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런 두근거림도 아주 잠깐, 곧 새로운 마녀를 우연히 보고 더욱 커다란 절망을 맛보게 된다. 참으로 불쌍한 녀석.
타이조의 헬멧 - 과연 그런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말 몰랐다. 헬멧도 사람을 웃길 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히어로 -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데뷔작이다. 악의 무리인 데몬 나이츠와 싸우는 정의의 히어로가 주인공으로 악당들이 은퇴하고 갑자기 찾아온 평화로움에 허탈해 하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그린다. 작가의 실제 경험과 심정이 살짝 반영된 작품이다. 귀여운 피에로 괴물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히어로가 조금 부러웠다.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소품집에 실려있는 7편의 이야기들은 정말 소품들이다.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웃음이 아닌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편안한 기분으로 읽게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만약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현재 국내에 4권까지 출간된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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