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잃은 형제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아기와 나]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라가와 마리모의 [치무아 포트]는 인간과 다른 존재인 치무아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단편집입니다. 치무아의 겉모습은 동물처럼 생겼지만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에 민감한 그들은 신기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런 치무아의 능력을 마술이라 부르면서 매우 불길하게 여깁니다.

 

자자 마을의 유일한 치무아인 주인공 포트는 약사를 생업으로 숲 속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마을 사람들에게 박해를 받지만, 자자 마을의 정의로운 전사인 쟈바 우만은 치무아인 포트를 진심으로 아끼며 보살펴줍니다. 하지만 쟈바 우가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전쟁에 나가게 되고, 포트는 쟈바 우가 무사히 마을에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 년 넘은 나무 밑동에서 주운 원석주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문지르기 시작합니다.

 

라가와 마리모의 [치무아 포트]는 단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치무아와 그런 치무아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인간들의 우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판타지 만화입니다. 토끼를 닮은 치무아인 주인공 포트가 겪는 이야기를 세 편의 단편을 통해서 들려주는데, 개인적으로 지하 감옥에서 탈출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꿈 이야기꾼 조'와 고양이를 닮은 치무아인 피노가 나오는 '마법사 피노'가 가장 좋았습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은 익숙하지만 그 속에서 라가와 마리모는 이야기 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따뜻한 감동을 이끌어내고, 치무아의 간절한 염원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포트가 커다란 눈망울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동화 같은 분위기도 기분 좋은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앞으로 포트와 피노, 쟈바 우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랍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한 괴질인 '갈라테이아 증후군'에 걸린 감염자는 죽음에 이르러 사람을 공격하고, 피부가 경질화되어 표정은 얼어붙으며 관절이 도드라지는 그 독특한 형상과 조종당하는 듯한 움직임 때문에 기뇰이라 불린다. 그런 기뇰에 지배당하는 절망의 세계에서 사랑의 노래를 퍼뜨리는 달인들이 있다. 그들은 환상과 애절함과 환희를 부르는 기적의 궁정악단으로 세상을 돌며 노래로 사람들을 치유하는게 목적이다.

 

검은 영구차를 타고 위문여행을 다니면서 돈만 주면 어떤 곡이든 연주해주는 그림자 악단으로 여자보다 아름다운 외모의 악단장이자 천사의 목소리를 지닌 가수 루틸, 기뇰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는 바이올린 담당 코하쿠, 듬직한 첼로 담당의 귄델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남장여자인 에레스티얼이 새롭게 합류하고, 기괴한 사건들과 마주치며 기적의 선율을 들려주는 그림자 궁정악단의 험난한 여정은 계속된다.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화려하게 느껴지는 그림과 독특하고 잔혹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유명한 유키 카오리의 신작 [인형궁정악단]은 정체불명의 괴질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들이 마치 인형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깨어나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초등학생 때 [천사금렵구]로 처음 알게된 유키 카오리는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특유의 기괴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작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좀비를 유키 카오리만의 잔혹 동화로 재해석한 특수한 소리에 공명하는 기뇰과 궁정악단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저마다의 개성을 잘 살려낸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활약상은 꽤 만족스러운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어딘가 모르게 비밀스러운 단원들,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여왕 젬실리카의 노여움, 금지된 노래인 검은 찬송가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앞으로 그림자 궁정악단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 하루노 긴이치로는 고향을 위해서 일하고 싶어 애인과 헤어진 뒤 자신의 고향인 아메나시의 면사무소에 산업과 겸 관광담당으로 취직합니다. 마을의 젊은이라고는 긴이치로의 소꿉친구이자 마을 급식센터에서 일하는 타니 메구미와 갓 고등학교를 나와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꽃미남 하루노 스미오가 전부입니다. 긴이치로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특산물도 명소도 없는 아메나시 면을 관광지로 부흥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시골 마을 젊은이들의 소박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한 [동네에서 유명한 텐구의 아이]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와모토 나오의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주인공 긴이치로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무척 따뜻하고 정감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다소 미묘하게 얽혀있는 세 주인공들의 삼각관계를 잘 풀어가면서 시골 마을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따뜻한 시선으로 들려줍니다. 읽으면서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는 아주 포근하고 기분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