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3시 44분, 해왕성 근처 카이퍼 벨트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 283,824,000개의 폭발 에너지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처음
으로 이 끔찍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바로 2010년 6월 15일 3시 44분'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할꺼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구의 종말을 알게된 그의 이름은 존 티보도 주니어다.
론 커리의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에서는 태어나기 전부터 지구의 종말 사실들을 알게된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지구의 끔찍한 종말을 알게된 남자의 삶은
과연 어떠할까? 아마도 그 남자의 삶은 그리 순탄치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괴로워하고 슬퍼할 것이다. 주니어의 삶도 커다란 슬픔의 바다에 빠져서 헤엄치고 있었다.
인류상에서 네번째로 똑똑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지구가 언제, 어떻게 멸망할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여자친구에게도 상처를 받아
힘들고 괴로워한다. 그저 술에 의존해서 커다란 슬픔들을 잊으려고 한다. 하지만 주니어는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과 마주하게되고, 그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 먹는다.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에서 다뤄진 지구의 종말은 그렇게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그동안 많은
소설과 영화속에서 지구의 종말에 관한 내용들을 그려왔다. 그런 보편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속
에서 내가 만난 지구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들은 조금 특별했다. 작가 론 커리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작품속으로 깊이 빠져들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속에 등장 인물을 담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는 정말 훌륭하다. 게다가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주인공 주니어에게 처음으로 지구 종말을 알려준 절대자를 화자로 등장시키고, 주니어 주변 인물의
시선을 빌려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독특한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구 종말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감싸안은 작가의 통찰력도 이 작품을 지탱하는데 큰 역활을 한다. 97'이라는
숫자에서 처음 시작되어 마지막 1'이라는 숫자에 다다를때 까지..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라는
작품과 함께한 그 모든 순간들에서 실로 오랜만에 어떤 특별한 여운을 경험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