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낙스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에바에 대한 인기는 식을줄을 모른다. 에바 극장판이나 관련된 캐릭터 상품들이 새롭게 나올때마다 팬들은 에바에 대한 절대로 멈추지 않는 충성심과 애정을 보이면서 열광한다. 그런 에바 열풍은 자국인 일본을 건너 한국에서도 많은 마니아들을 생산해 왔다. 그렇게 에바는 신화적인 존재로서 자리매김을 하였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에반게리온의 열풍은 만화에서도 쉽게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있다. 하마모토 류스케의 [쁘띠에바]는 그런 수많은 에바 코믹스중의 하나로 원작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을 패러디한 4컷 개그 만화이다. 일본에서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귀엽고 깜찍한 그림이 돋보인다.

 

만화의 배경은 제 3 신 도쿄 시립의 '네르프 학원' 중등부. 2학원생인 우리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학원 교장인 이카리 겐도의 친아들이다. 어느 날, 학원에 전학생들이 온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아야나미 레이와 두 자매들! 욕심 많은 천재 소녀 소류 아스카를 비롯해서 신지를 사랑하는 미소년 학생회장 나기사 카오루와 맥주를 좋아하는 음주 국어교사 카츠라기 미사토, 학원을 지키는 에반 짱까지. 그들의 청춘이 뜨겁게 불타오른다.

 

하마모토 류스케의 [쁘띠에바]는 개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4컷 만화다. 무엇보다 그 개그 만화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에반게리온의 세계에서 활약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나 개그들은 에바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많이 알고 있는 팬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면서 재밌게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 뭐, 굳이 에바 팬이 아니라도 귀여운 캐릭터들의 학원 생활을 구경하는것도 괜찮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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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중에는 왠지 모르지만 유독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꽤 많이 있는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일부러 여장을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나, 양아치 남자 고등학생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어떤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수줍은 고백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녀는 사실 남자였다라는 이야기 등등. 최근에 출간된 나나미 마오의 [하프 & 하프]는 바로 그런 만화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평범한 외모와 수수한 차림새의 주인공 히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우연히 어린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꿈을 꾸게된다. 그 첫사랑은 히나의 옆집에 살았던 소년 이츠키였다. 이츠키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훗카이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히나는 그 후 13년 동안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히나의 옆집에 낯선 여인이 찾아오는데 놀랍게도 그 여인은 자신을 이츠키라고 소개한다. 여장남자가 되어 돌아온 첫사랑과의 재회! 과연 그들은 사이좋은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겉으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에 시원스러운 성격을 지녔지만 사실 마음 한켠에 자리한 그동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츠키, 비록 첫사랑이 추억속의 그가 아니라 자신보다 예쁜 여장남자인 그녀로 변해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런 이츠키에게 끌리는 자신때문에 고민하는 히나.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이츠키가 히나의 남친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장면이나, 그의 전 여친이 등장해서 히나와 사랑의 대결을 벌이고, 히나와 이츠키가 바닷가로 친구들과 여행가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흔히들 첫사랑과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첫사랑과는 만나지 않는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무려 여장남자가 되어서 돌아온 첫사랑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꽤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출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가 자주 접한 여장남자에 대한 설정에 조금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다행히 그런 진부함을 살짝 빗겨가서 무척 유쾌한 전개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끝으로 여장남자 이츠키를 사랑하는 히나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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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서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온 16살의 나이지리아 소녀 리틀 비. 소녀는 갈곳이 없는 난민이다. 영국 중산층으로 지적인 남편과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잡지 편집장 새라. 그녀는 아내이자 엄마이다. 너무나 상반된 배경에서 살고 있던 두 여인. 크리스 클리브의 [리틀 비]는 바로 나이지리아 난민 소녀인 리틀 비와 영국 여인 새라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답지만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리틀 비는 나이지리아의 고향 마을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들을 경험했다.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소녀 리틀 비는 어느 날, 유전 지역의 개발 문제로 인해서 갑작스레 가족을 잃게되었다. 게다가 언니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살기 위해서 영국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난민 수용소에 갇혀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된다. 그곳에서 비는 영국식 영어를 익히고 생존을 위해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다.

 

새라는 영국 런던에서 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하는 잘생긴 남편 앤드루와 배트맨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아들 찰리와 살아가는 워킹맘이었다. 자신이 창간한 잡지의 잘나가는 편집장으로 남부러울것 없이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앤드루와의 결혼 생활은 점점 나뻐지고 있었고 결국 불륜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로 휴가를 떠나지만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커다란 아픔과 조우하게된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앤드루의 장례식날 새라의 집으로 온 리틀 비. 2년만에 다시 만난 새라와 리틀 비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그렇게 리틀 비와 새라, 그리고 고담시와 킹스턴을 동시에 지키는 사랑스러운 배트맨 찰리의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작가인 크리스 클리브는 2001년 영국으로 건너와 4년 동안 난민 보호소를 요청하다 예고 없이 이민국으로 송환되어 결국에 자살한 앙골라인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고통받는 난민들의 '불편한 진실'들을 알리고자 이 작품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소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난민 소녀 리틀 비와 역시 아픔과 상처를 끌어 안고서 살아가는 새라를 화자로 등장시켜서 두 여인의 시선으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어떤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진 리틀 비와 새라의 인연.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작가 크리스 클리브는 놀랄만큼 섬세한 문장과 표현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또한 난민들이 겪는 큰 절망과 고통을 이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고통받으며 살아갈 난민들과 우리들은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고있다.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도, 또한 절대로 외면해서도 안된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에서 잠시나마 그들에게 찾아올 희망을 보여준다. 서로가 함께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말이다. [리틀 비]는 책의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표지에서 강렬하게 다가오는 검은색으로 표현된 리틀 비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새라의 얼굴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리틀 비의 슬픈 눈동자가 새라의 얼굴이다. 참, 배우 니콜 키드먼이 소설의 판권을 획득하여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키드먼이 새라역을 맡았으면 좋겠는데 부디 소설만큼 멋진 영화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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