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녀들만의 사전적인 의미에 따르자면 부녀자는 남성간의 연애를 테마로 한 소설과 만화 등의 창작물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여성, 또는 오타쿠 여성들 전반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 부녀자들의 평범한 삶을 담은 801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쿠사메의 [부녀자의 소망]은 귀여운 그림의 4컷 만화로 구성된 작품으로 고등학교에 막 입한한 여고생들의 깜찍하고 발랄한 부녀자 일상들을 그리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인 15살 타카코는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부녀자의 뜨거운 피가 흐르던 소녀다. 귀부인 언니 타카요의 은혜를 입으며 어린 시절부터 풍족한 부녀자 생활을 누리면서 영재교육을 받고 자라난 초 엘리트 부녀자이다. 그녀의 친구들 역시 부녀자인데 대만에서 전학온 유학생 슈메이는 BL을 너무나 좋아해서 일본으로 건너왔으며 꿈은 모국에 BL 출판사를 세우는 것이다. 깍쟁이 아게하는 그 누구보다 BL을 좋아하지만 부녀자인 자신의 정체를 아주 철저하게 숨기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인기 만화인 [일곱 빛깔 샤초]의 열렬한 팬이다.

 

타카코의 같은 반 친구로 안경을 쓴 과학부원인 카가미는 그 만화속에 등장하는 셈을 닮았다는 이유로 그의 절친인 이누야먀와 함께 타카코 일당의 후끈 달아오르는 주목과 시선들을 받는다. 뭐, 본인들은 그 이유를 잘 모르지만 말이다. 여기에 겉모습은 평범한 국어교사지만 실은 초 절정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BL 작가 후조코 후조오 A라는 작가의 분신같은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부녀자들의 즐거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참고로 이 귀엽고 앙증맞은 작품을 그린 작가는 실제로 부녀자 경력 16년을 자랑하면서 아마기 레노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BL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오랜 경험에 힘입어 상당히 방대하고 다양한 부녀자의 세계를 실감나게 담아내고 있는데, 혹시라도 그 세계에 대해서 자세하게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살짝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친절한 주석들을 가득 달아 놓았다. 뭐, 굳이 그것을 전부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한정 판매되는 인형을 사기 위해서 밤을 세우고, 샤초x셈을 응원하며, 일본사를 공부하면서도 공과 수로 커플링을 맺고, 과격한 BL 책을 수제 커버로 위장해서 읽고, 애니와 만화에 나왔던 주옥같은 대사들과 캐릭터들을 실제 생활에서 응용해서 사용하는 센스 넘치는 여고생들의 작지만 뜨거운 욕망을 위한 즐거운 몸부림들이 정말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려지는 쿠사메의 [부녀자의 소망]은 아마 자신이 실제 부녀자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제모 플레이를 좋아하는 타카코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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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몸에는 그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했었던 다양한 종류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배고픔,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안고서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수줍은 고백을 했지만 거절당했을때 뒤따라오는 당혹스러운 창피함과 수치심,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 원 짜리 지폐를 발견했을때 떠오르는 행복감같은 정말로 다양한 감정들이 바로 우리의 몸이라는 소중한 존재에 그대로 남아서 저장되어 있다. 

 

야스나가 치스미가 그리는 [상냥한 몸]에는 그러한 몸이라는 존재를 바탕으로 서로간에 어떤 정서적인 교감들을 느끼게 되는 여섯 명의 주인공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연작 단편집이다. 재미있다고 느낄 때 이마에 핑크색 구슬같이 예쁘지만 이상한 뾰루지가 나는 소녀, 밤톨같이 귀여운 소년의 까까머리에 설레이는 소녀, 자신의 머리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한 아이,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할아버지와 손녀등 저마다의 몸에 대한 개성과 성별이 다른 여섯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처음으로 만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건네는 인삿말에서 이 연작이 우리 주변에서 이웃과의 유대감을 바라면서 살아가는 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막상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말처럼 그저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품의 제목처럼 마냥 상냥한 몸이 등장하는것도 아니었다. 각 단편들은 상당히 섬세하게 그려지지만,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묘사들도 꽤 여러군데에 등장하고 어떤 부분들은 살짝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꽤 역설적인 제목이라고 생각되었다.

 

연작 만화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는것은 아니고 바로 앞에 등장한 주변 인물들이 다음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런 작품의 독특한 구성이 은근한 묘미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각 단편들의 대부분이 지닌 결말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는것이 아니라 약간의 여운을 독자들에게 남겨주는데, 그것을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또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을것 같다. [상냥한 몸]은 현재 3권까지 국내에서 출간되었는데 몸이 들려주는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꼭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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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라는 멋진 이름을 지닌 대륙은 내가 사는곳에서 무척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라는 이름을 듣게되면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마치 내가 전생에 그곳에서 태어나고 살았던것 처럼 말이다. 현재의 아프리카는 내가 어린 시절에 상상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그곳은 여전히 신비하고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광활한 대륙임에 틀림없다. 낸시 파머의 1995년 뉴베리 아너 수상작인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바로 그 신비로운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두근 거리는 모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2194년의 아프리카 짐바브웨. 그곳의 최고 권력자인 아마데우스 마치카 장군에게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텐다이, 리타, 쿠다가 바로 그들이다. 장군의 과도한 보호를 받으면서 한번도 집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찬양 시를 낭독하는 멜로워의 도움을 얻어서, 탐험 배지 획득을 위한 스카우트 현장 체험에 나서려고 난생 처음으로 집을 나선다. 하지만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운 아이들은 불행하게도 나쁜 악당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암코끼리가 다스리는 죽은 자의 땅, 엄청난 쓰레기들이 매립되어 있는 지하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들의 소중한 아이들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군은 노발대발 하며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마치카 부인은 우연히 발견하게된 귀. 눈. 팔 명탐정 사무소에 아이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부탁한다. 그곳에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세 명의 명탐정들이 소속되어 있었는데 굉장한 청력을 지닌 밝은 귀, 엄청난 시력을 지닌 멀리 보는 눈, 그리고 뛰어난 직감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긴 팔까지. 그들은 아이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텐다이는 용기를 내서 동생들을 데리고 암코끼리의 땅에서 탈출하고 그곳에서 만난 트래시맨을 따라서 바깥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전설의 땅인 레스트헤이븐으로 간다. 그후에도 아이들은 짐바브웨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마스크 일당과 위험하게 얽히게 되며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세 탐정들도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거기에 암코끼리까지 아이들을 뒤쫓게 되면서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 계속 펼쳐진다.

작가 낸시 파머는 아프리카에서 수 년 동안 살면서 그곳의 정신세계와 문화에 크게 심취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작가의 그런 아프리카에 대한 커다란 애정이 아주 소중하고 의미있게 담겨져 있는데, 특히 이 책은 짐바브웨의 학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썼다고 한다. 또한 실제로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레스트헤이븐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들인 대니얼 파머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작가의 그런 애정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고 마치 독자들이 그곳을 방문한것 같은 생생한 경험을 맛보게 해준다. 아주 생소한 아프리카의 문화와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책의 뒷부분에 실려있는 친절한 해설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주기에 별다른 문제없이 근사한 이야기를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The Ear, The Eye and The Arm]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작품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세 탐정들의 이름이다. 전체적 이야기를 끌어가는 아이들도 괜찮은 녀석들이지만 세 탐정의 개성들이 무엇보다 좋았다.
 
식수에 플루토늄이 유입된 핵무기 단지 근처에서 태어난 이들은 비록 겉모습은 남들과 다르지만 누구보다 친절하고 따듯한 마음을 지녔으며 아주 유쾌한 친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긴 팔은 나에게 감정적인 공감을 전해주면서 가장 근사한 캐릭터로서 다가왔다.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작가는 그속에서 아프리카의 정신과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을 빼놓지 않고 상당히 훌륭한 방식으로 스며들게 하였다. 멜로워가 들려주는 찬양 시나 샤베의 혼령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영매와 은도로같은 소재들을 등장시켜서 말이다.
 
낸시 파머의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아프리카라는 신비한 대륙의 문화와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과 유쾌한 문장들로 엮어내며 들려주고 있다. 더불어 확연하게 도드라지는것은 아니지만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SF적인 설정들도 너무나 반가웠는데 바람에 흔들리게 설계된 초 고층 빌딩인 마일하이 맥일웨인과 말하는 파란 원숭이가 인상깊었다. 흥미로운 모험으로 가득한 아프리카가 앞으로도 영원히 신비로운 대륙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를 땅의 신 음혼도로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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