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라고 대답하는 사나이. 누구보다도 산을 사랑하고 아끼며 그 산에서 살아가는 남자 시마자키 산포. 네팔, 남미, 유럽등 전 세계의 수많은 거봉들을 오르 내리며 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또한 산의 험난함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가혹한 사고의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남자다.

 

이시즈카 신이치의 [산]은 그런 산포라는 주인공이 일본 알프스를 무대로 펼쳐가는 가슴 훈훈한 산악 구조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얼마전에 산은 제1회 일본 만화 대상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일본 알프스에 찾아오는 사람들. 산포는 산악 구조대의 자원 봉사자로 일하며 산에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은 갑작스런 폭설이나 작은 사고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된다.

 

산포는 그런 위험한 사고를 당하는 요구자들에게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 살수있는 희망을 전해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조난자들. 먼저 세상을 떠나간 아내와의 추억을 그리는 남자, 연인과의 이별을 경험하고 산에 오르는 화가, 조난된지 반년이 지난 아들을 찾으러 산에 오르는 아버지.. 산포는 이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마주선 조난자들의 살아가려는 의지를 북돋으며 구한다.

 

뛰어난 산악 기술과 경험으로 산포는 많은 조난자들의 목숨을 구해낸다. 대부분의 조난자들이 목숨을 건지지만 그중에는 안타깝게도 산포의 등에서 생명이 꺼져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산포는 그들의 죽음을 존중하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슬퍼한다. 산을 오르는 클라이머로서, 그리고 산악 구조원으로서 산포는 산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고 그들의 마음과 생명을 혼신을 다해 구하고 지켜낸다.

 

작품에는 산악 구조의 냉혹한 현실도 등장한다. 생명이 다한 시체를 태울수없는 구조 헬기의 규정과 긴박한 구조 상황에서 한 생명을 위해 다른 생명을 포기 해야만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일어난다. 작가는 이렇게 냉정하고 현실적인 산악 구조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하며 동시에 산의 정상에 가까스로 도착했을때 그들이 맛보는 정상에서의 뿌듯함과 눈에 비치는 전망의 아름다운 장관도 함께 그려낸다.

 

만화 [산]은 이렇게 산의 위대함과 험난함을 산악 구조원 산포의 시선과 체험을 통해서 보여주고있다. 산포가 펼쳐가는 산악 구조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은 작가의 깊이 있는 묘사를 담은 표현력 높은 그림과 함께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고 중간에 작가 자신이 직접 올랐던 세계의 산들과 경험담들이 짤막하게 담겨있다.

 

국내에는 10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닌듯 하지만, 좋은 작품을 읽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어딘가 뭉클해지는 그런 기쁨을 가득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산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어 고마워요' 라며 산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해 하고, 산을 자신 보다 더 사랑하는 따뜻한 남자 산포가 전해주는 훈훈하고 가슴 벅차오르는 산악 구조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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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쿨하다. 그녀는 냉소적이다. 그녀는 까칠하다. 그녀는 터프하다. 그리고 그녀는 탐정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그녀를 주목해야 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하무라 아키라. 와카타케 나나미가

선보이는 두번째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인 [의뢰인은 죽었다]는 전작인 [네 탓이야]에 이어

강인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조사하는 사건들과 그녀의 활약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에도 하세가와 탐정 사무소에 계약 탐정으로 고용된 아키라는 2년동안 계절별로 모두 9건의

사건들을 수사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9건의 사건을 담은 단편들이 순서대로 실려있다. 사건 뒤에

감춰진 어두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하무라 아키라의 활약상을 잠깐 만나보자.

 

먼저, 추운 겨울에 다행히 하세가와 탐정 사무소의 계약 탐정으로 고용돼 일자리를 얻은 아키라에게

찾아온 일은 전형적인 성공을 거두고 유명해진 한 여자의 경호를 맡게된 사건. 그녀를 협박하는 어떤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려는데, 이 사건에서 아키라는 처음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실마리를 쥐고있는

짙은 감색 BMW를 타고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목에 검푸른 반점이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다음으로 아키라는 '도원경 붕괴'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판해 유명해지고 갑자기 자살한 어느 시인의

죽음과 마주친다. 그 시인의 죽음에 드리워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사건에서 아키라는친구인 아이바 미노리덕에 신축 아파트에서 살게된다.

 

세번째 여름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다. 착하고 성실했던 회사원 아가씨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 상사를

날카로운 드라이버로 찌른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녀의 속내는 무엇이고? 아키라는 여자의

어머니에게 의뢰를 받아서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꽤 당혹스럽다.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은 화가 부인의 죽음과 갑작스러운 난소암 통지에 자살한 여인의 죽음, 그리고

여름 휴가에 가서도 사건과 만나는 아키라의 운명, 질투와 시기가 불러온 죽음, 끝으로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에피소드인 '편리한 지옥'과 만나게 된다. (참고로 '의뢰인은 죽었다'는 단편의 제목)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활약상을 그린 [의뢰인은 죽었다]는 내가 처음 만나본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이었다. 그녀는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를 그리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면이 잘 드러나는것 같다. 아키라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에

관한 사건들이다. 그들의 질투와 욕망, 분노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주제를 투영시킨 단편을 조리하는 솜씨가 매우 뛰어난것 같다. 각 단편의 흐름이

무척 짜임새 있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잘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하무라 아키라는 꽤나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다. 오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탐정으로서의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나니는

이 인간미 넘치는 여탐정을 보고있으면 절로 흐믓해진다. 하무라 아키라의 다음 사건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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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는 작가의 전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이은 탐정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두 번째 장편으로, 1989년 일본에서 출간된 직후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고 102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작가에게 안겨준 작품이다.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중년 탐정 사와자키에게 어느 날 의뢰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 의뢰인은 사와자키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거액이 담겨있는 가방을 주고 자신의 딸을 돌려달라는 당황스러운 요구를 한다. 게다가 형사들에게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아 체포되는데, 다행히 혐의는 금방 풀린다. 하지만 진짜 유괴범은 사와자키에게 직접 돈을 가져다 줄것을 요구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우연히 천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유괴 사건에 휘말린 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를 그린 [내가 죽인 소녀]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오랜만에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유괴된 소녀의 행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속에서 매우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데, 특히 다양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을 세밀하게 묘사한점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작가의 세밀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하라 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작가였다.

 

주인공인 탐정 사와자키는 유괴된 소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쉴새없이 움직이며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을 살려서 치밀하게 사건을 조사하는 집념 가득한 그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조금은 건조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와자키의 모습은 바로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의 탐정이었다.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직접 사건과 맞닥뜨리며 싸워가는 고독한 인간미를 풍기는 매력적인 탐정말이다.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이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게 느껴졌다. 허나 그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세밀하지만 담백함을 잃지 않은 하라 료의 깊이 있는 문장들은 사건을 조사해가는 탐정 사와자키와 함께 잘 어울리면서 하드보일드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리고 깊은 여운과 함께 왠지 모를 씁쓸함도 안겨다준 작품의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세 번째 작품 [안녕 긴 잠이여]도 곧 출간된다고 하는데 탐정 사와자키와의 새로운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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