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는 최근 들어서 매우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중의 한 명입니다. 이름이 참 예쁘다고 느껴지는 가나에는 원래는 평범한 주부였다고 하네요.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난 2008년에 선보인 데뷔작 [고백]에서 강렬하고 치명적으로 가슴을 죄여오는 숨막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단숨에 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고백]은 국내에서도 작년에 출간되어서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꽤 많은 주목을 받았었는데, 일본에서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하고 마츠 다카코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현재 일본 박스 오피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강렬함을 지닌 [고백]에 이어서 국내에서는 올해 초에 가나에의 또 다른 작품인 [속죄]도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의 두 작품들에 대한 많은 관심에 힘입어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소녀]는 가나에가 고백의 뒤를 이어서 5개월 만에 발표했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가나에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에서 ’죽음’이라는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지막으로 조우하게 되는 존재를 테마로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죽음의 순간을 직접 지켜보고 싶어하는 소녀들의 열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친구로 지내온 아쓰코와 유키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서 죽음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유키가 직접 쓴 소설인 ’요루의 외줄타기’ 때문에 사이가 서먹하게된 두 소녀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서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을 보기 위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아쓰코는 노인요양센터에서 일을 시작 하고, 유키는 소아과 병동에서 자원 봉사를 하면서 그녀들이 그토록 바라는 죽음과의 만남을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두 소녀의 죽음에 대한 강렬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쉽사리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미나토 가나에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 [소녀]에서 죽음이라는 존재를 직접 보기를 간절히 갈망하는 두 소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에는 주인공인 두 소녀의 소소한 일상과 미묘한 심리에 대한 묘사와 작품의 미스터리를 이루고 있는 약간의 복선과 반전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작품의 시작과 끝을 유서로서 마무리 짓는것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그녀의 전작들인 고백과 속죄를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아마도 작품을 구성하고 진행시켜 나가는 가나에 특유의 방식을 잘 알고 있을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독백이라는 형식을 빌려와서 아쓰코와 유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서술해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주 바뀌는 화자로 인해 헷갈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었지만, 곧 그런 방식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 빠르게 이야기속으로 몰입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번 작품이 전작인 고백 만큼의 치명적인 강렬함을 지니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흡인력은 여전히 상당했으며 두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간결한 문장들도 작품에 집중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참고로 얼마전에 일본에서 가족을 소재로 다루는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야행관람차]가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가나에가 이번에는 어떤 강렬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는데 벌써부터 국내 출간이 기다려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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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살며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전 소녀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혹시 소녀는 이제는 깨어날 수가 없는 깊고도 영원한 잠에 든것이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봅니다. 눈을 감은 소녀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인상적인 표지가 돋보이는 작품은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입니다.

 

제프리 디버의 이름은 꽤 유명합니다. 스릴러계에서 '거장'으로 일컬어지며 평단과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발표하는 작품마다 뜨거운 주목을 받는다고 하는군요. 비록 지금까지 제프리 디버의 작품을 읽어본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본 컬렉터]를 통해서 말이죠. 영화에 등장했던 수사관인 링컨 라임은 그런 디버가 탄생시킨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합니다.

 

스릴러계의 거장으로서 군림하며 그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제프리 디버의 작품중에서 제가 처음으로 조우하게된 첫 번째 작품은 바로 [잠자는 인형]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상대방의 동작과 표정의 변화를 분석하여 심리와 생각을 미리 읽어낼 수가 있는 동작학 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 CBI의 여성 수사관인 캐트린 댄스입니다. 그녀는 일명 '걸어 다니는 거짓말 탐지기'로 불리웁니다. 참고로 댄스는 디버의 7번째 링컨 라임 시리즈인 [콜드 문]에서 조연으로 잠시 등장하여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하는군요.

 

우리의 주인공인 노련한 여성 수사관 캐트린 댄스는 소프트웨어회사 회장의 집을 습격하고 그 일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하여 감옥에 갇혔지만, 몇번의 치밀한 계획 끝에 탈옥에 성공한 '맨슨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다니엘 펠에 대한 사건을 맡게됩니다. 악마적 살인마인 펠은 자신을 쫓는 경찰들을 쉽사리 따돌리며 살인을 계속하고, 댄스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일가족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잠자는 인형'의 소녀 테레사와 접촉합니다.

 

독특한 능력을 지닌 여성 수사관과 잔혹한 살인에 맛들린 악마를 품은 살인마의 쫓고 쫓기는 숨가쁜 이야기가 빈틈없이 탄탄하게 잘 짜여진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디버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캐트린 댄스에게 개성과 능력을 탁월하게 부여해서 무척 현실적이고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로 창조했습니다. 비록 문장이 지니고 있는 흡인력은 다소 떨어지기에 그 점이 아쉬웠지만 캐트린 댄스의 활약은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여 줍니다.

 

제프리 디버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배우 우마 서먼의 프로덕션 회사가 워너 브라더스를 통해서 [잠자는 인형]의 영화 판권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디버 본인은 서먼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여 캐트린 댄스를 연기하길 바란다고 하는데 실제로 영화의 제작이 성사가 될지의 여부는 아직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디 스크린에서도 매력적인 캐트린 댄스가 낡은 마틴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작년에 북미에서 출간된 두 번째 캐트린 댄스 시리즈인 [Roadside Crosses]도 꼭 국내에서 출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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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서도 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 추리 작가입니다.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한 그의 다른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어 많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미야베 미유키, 아리스가와 아리스, 누쿠이 도쿠로, 온다 리쿠, 노리즈키 린타로, 사사키 조, 교고쿠 나쓰히코 등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보다 대중적인 이야기와 재미를 선사해주는 작가인것 같습니다.
 
지난 1996년에 일본에서 처음 출간 되어서 추리 소설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 [명탐정의 규칙]은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신랄한 즐거움과 유쾌한 재미를 동시에 독자들에게 안겨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왠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지방 경찰 본부 수사과에 근무하는 고집 센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는 밀실 트릭,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트릭, 토막 살인, 동요 살인, 불공정 미스터리, 살인 도구 등 추리 소설에서 만나는 아주 정형화된 패턴들을 담은 12개의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들이 등장하고 우리의 명탐정과 경감은 그런 룰들을 신랄하게 비꼬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작품이 출간된지 벌써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콤비인 명탐정과 경감이 보여주는 블랙유머로 가득한 통쾌한 이야기에는 상당한 활력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는 오랜 시간을 묵혀야지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가 있는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두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작가 자신이 안고있는 문제점 마저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냉소적으로 자학하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 추리 소설을 그저 쉽게만 읽으려고 하는 무기력한 독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빼놓지 않습니다. 신랄한 유머로 더할 나위 없는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준 [명탐정의 규칙]에서 추리 소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보여준 히가시노 게이고가 언젠가 본격적인 추리 소설을 선보여서 다시금 독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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