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의 여고생 이치무라 미카코는 말이 별로 없고 조금은 무뚝뚝한 자신만의 세계가 아주 확실한 소녀다. 새로 산 립밤 앞에서 잠시 주저하고, 혼자서 귀를 뚫고, 옆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친구 나오를 가만히 지켜보는 미카코. 그런 미카코는 같은 반의 옆자리에 앉는 그 녀석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빨간 펜 대신 빨간 색연필을 쓰고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미도리카와 와타루. 그렇게 미카코의 평범한 일상이 흘러간다.

 

쿄우 마치코의 [미카코]는 일본의 주간 만화 잡지인 '모닝'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웹툰을 엮어낸 작품이다.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되고 무료로 공개되고 있는데, 현재 110번째 에피소드까지 올라와 있다. 니지가오카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미카코, 그녀와 비슷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그림을 잘 그리는 소년 미도리카와의 일상을 수채화풍의 아름다운 올컬러 그림으로 여유롭고 잔잔하게 그리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엄마가 준 리본을 침대 위의 형광등에 묶어 놓아서 잠잘 때 미카코의 짧은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내리지 못한 미카코가 책상 위에 흩뿌려둔 마플 초콜릿이 마치 성운처럼 예쁘게 펼쳐진다. 작가는 미카코의 감정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대신에, 적은 대사와 함께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그려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 보게 한다.

 

여백의 미가 잘 느껴지는 화면 구성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모래시계' 에피소드에서 나오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미카코가 강변의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일요일 저녁의 풍경을 담은 장면도 무척 아름답고 따스한 여운을 안겨준다. 본편에 실린 에피소드들의 뒷 이야기를 그린 보너스 4컷 만화 '나오코'도 작가의 센스를 느낄 수 있다. [미카코]의 일상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 쿄우 마치코의 [みかこさん] 공식 홈페이지 - http://morningmanga.com/mikakosan

판타지라는 장르에 있어서 재미와 감동,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존 스티븐스의 데뷔작이자 『시원의 책』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그런 면에서 아주 매혹적이고 특별한 판타지 소설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와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감동, 이 두 가지를 모두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 채 십 년째 고아원을 떠도는 케이트, 마이클, 엠마 삼남매. 여러 곳을 전전하다 핌 박사가 운영하는 '케임브리지 폴스' 고아원으로 오게 된다. 아이들은 케임브리지 폴스의 과거 모습을 궁금해하고, 저택을 탐색하던 삼남매는 지하 서재에서 우연히 에메랄드 빛 책 한 권을 발견하는데, 그 책은 바로 시간에 대한 마법이 깃든 지도책 '시간의 아틀라스'였다. 그리고 우연히 사진을 갖다 댄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존 스티븐스의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부모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삼남매가 자신들이 짊어진 운명을 깨닫고 용기와 기지, 그리고 남매간의 우애와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삼남매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과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조우하게 된다.

 

전통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지만, 작가는 그런 소재들을 매우 탄탄하고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긴박한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소설 곳곳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한데, 무엇보다 흡인력 넘치는 문장으로 묘사되는 장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삼남매가 헤쳐 나갈 앞으로의 모험과 여정이 벌써부터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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