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사실 중국소설과 나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섣부르게 다가서고 싶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랄까? 김용의 무협소설이나 삼국지를 제외하면 그동안 내가 실제로 읽어본 중국소설은 하진의 '기다림' 한권뿐이었다. 기다림을 꽤 인상적으로 읽었지만 이후로도 중국소설과의 인연은 전무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중국소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왕하이링의 [신 결혼시대]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결혼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이기에, 오랜만에 만난 중국소설이 결혼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예쁜 표지는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초반의 별로였던 첫인상이 신기하게도 점점 사라져갔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결혼이라는 소재를 결코 무겁지 않게, 무엇보다 참으로 발랄하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베이징 출신인 부인 구샤오시와 허자촌 출신인 남편 허젠궈. 소설은 결혼한지 얼마 되지않은 새내기 부부인 샤오시와 젠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결혼에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샤오시와 비록 외지의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컴퓨터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유명 IT 기업의 중견 사원으로서 무려 12만 위안이나 되는 연봉을 버는 배용준을 닮은 훤칠한 외모의 젠궈.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라났고 부모의 거센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모든것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혼에 골인한 샤오시와 젠궈였지만, 곧 현실이라는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샤오시에게 찾아온 습관성 유산과 젠궈 아버지의 계속되는 부담스러운 요구등등, 자신들을 찾아온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샤오시와 젠궈 부부는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왕하이링의 [신 결혼시대]는 비채의 중국문학선에서 작가의 전작인 '중국식 이혼'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중국에서 결혼 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운다는 작가의 결혼 3부작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라나 결혼에 이른 부부의 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2006년 중국에서 출간되고 큰 인기를 끌면서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중국소설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던, 무엇보다 중국소설은 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간에 무거운 주제와 지루한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을꺼라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중국소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안겨다준 작품이었다.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담백함과 발랄함이 묻어나는 문체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시켜서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꽤 빠르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샤오시와 젠궈 부부외에도 연상 연하 커플인 젠자와 샤오항의 이야기, 그리고 은퇴한 교수인 샤오시의 아버지와 가정부 샤오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내고 있다. 자존심 강한 외과 과장으로 은퇴 남편 증후군에 시달리는 샤오시의 어머니와 자신의 아들에게 부담을 주는 젠궈의 시골 아버지, 자신의 동생을 위하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젠청까지. 샤오시와 젠궈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내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여성 작가인 왕하이링 특유의 세밀한 문체에서 전해지는 생생함 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던것 같았다. 비록 소설이지만 샤오시와 젠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의 결혼문화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결혼과는 거리가 멀지만 언젠가 결혼이 정말 나에게 가깝게 다가왔을때 샤오시와 젠궈의 이야기가 떠오를것 같다. 그날은 부디 하늘이 무척 파랗고 맑은 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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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남극, 북극과 더불어 제3의 극지라 불리우는 미지의 세계. 네팔의 심장으로서 해발 8,850m 세계 최고봉에 솟아오른 대지의 어머니. 전 세계의 수많은 산악인들에게 희망과 좌절, 그리고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안겨준 바로 그 곳. 이 소설은 그 험난하지만 경이로운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작은 거인들의 이야기다.

고든 코먼의 [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에베레스트의 정상 정복에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험담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세계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반이라는 목표를 가진 '서미트 원정대', 거대 기업의 후원을 등에 업고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도전하게되는 등반대이다.

원정대의 지휘를 책임지는 최고의 산악인 시세로, 자신이 원하지않았지만 부자 삼촌의 기대로 어쩔수없이 원정대에 참여하게된 붉은 머리의 소심한 소년 페리. 활발하고 모험과 스릴을 사랑하는 산악인 소녀 사만다. 다소 거친 성격으로 오로지 부와 명예만을 생각하는 소년 틸트.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나이와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강한 정신력과 신중함을 지닌 야무진 소년 도미니크까지.

작가는 원정대의 선발 과정과 이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원정대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함께 그들의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도 개성있게 살려낸다. 특히 원정대가 등반전에 받게되는 산악 훈련 과정에서 서미트 원정대에 남기위해 서로 경쟁하는 아이들의 갈등이 상당히 현실감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고 원정대는 경이로운 자연의 여신 에베레스트와 마주하게된다. 그곳에서 원정대와 에베레스트의 결코 놓칠수없는 싸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원정대가 겪어가는 자연과의 싸움, 고산지대의 산소 부족과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와 고통스러운 강풍까지. 이들이 체험하는 모든 과정들이 에레베스트라는 거대한 자연과 함께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독자의 손끝을 자극하고 긴박함을 전해준다.

과연 원정대는 무사히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오르게될지, 과연 누가 정상을 정복할지에대한 궁금증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사연과 마음으로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도전하는 아이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다른 산악인들, 그리고 이들을 도와주는 세르파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산악인들의 포기할수없는 정상에 대한 욕망과 산에 대한 불굴의 도전 정신을 느낄수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 원정대의 도전. 네명의 아이들이 공유하는 목표는 한가지, 바로 정상이었다. 그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속에서 이들은 끈기와 의지, 생명과 죽음의 존엄성, 우정과 배려의 자세를 배우게되고 결코 멈출수없는 산악인의 본능. 저 멀리 수직으로 일어선 거대한 빙벽을 향해 피켈을 찍고 결코 도달할수 없을것같은 정상을 향해서 한 걸음 내딛으려는 의지를 깨닫게되고 성장해간다.

[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은 500쪽이 넘는 다소 많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상당히 빠르게 읽혀나간다. 사실감있게 묘사된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과 원정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더불어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하는 이야기 구조와 빠른 전개는 짜릿한 스릴의 묘미를 선사한다. 에베레스트의 경이로운 모습에 원정대원들이 정상을 향한 걸을을 쉽사리 멈출수 없었듯이 이 소설과 만나게되는 독자들 또한 자신도 모르게 원정대와 함께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될것이다.



에베레스트의작은거인들

미나토 가나에는 자신의 데뷔작인 [고백]에서 강렬한 이야기를 숨막히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강렬했던 데뷔작 다음으로 그녀를 기다린 독자들에게 선보인 작품이 바로 [속죄]다.

 

[속죄]는 깨끗한 공기를 자랑하는 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된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살해된

잔혹한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을 목격한 피해자의 친구들인 네 명의 소녀들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속에서 '속죄'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섯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에는 각각 다른 화자들을 등장시켜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의 이야기와 살해 당한 소녀와의 관계, 또한 현재 그녀들의 상황을 독백과

회상의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가나에 특유의 이런 방식은 이번에도 무척

뛰어난 흡인력을 발휘하면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절대로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살해 당한 소녀와 네 명의 친구, 그리고 소녀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사연속에서 미나토 가나에는

'속죄'가 던지는 고통과 구원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성찰로 담아내었다. [속죄] 다음으로

들려줄 미나토 가나에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벌써부터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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