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일본에서 2009년 서점대상과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그리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 작품에 대한 수많은 호평들. 도대체 고백이 어떤 작품이길래?

 

마침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읽게되었다. 이 작품에 대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 거기에

나름의 기대를 품고서 고백을 읽었다. 한 사람의 고백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서히 가슴을 꽉 죄어오는 고백들을 들려주게된다.

 

모두 여섯개의 챕터로 구성된 고백. 챕터마다 이야기를 이끄는 화자는 바뀌고 그들은 독자에게

독백으로서 자신의 고백을 들려준다. 그들은 피해자, 가해자, 혹은 주변인이다.

 

첫번째 고백을 듣고서 숨이 막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고백을 듣고 다시 숨이 막혀왔다.

마지막 고백을 듣게 될때까지 여전히 숨이 막혀왔지만 결코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그들의 고백이

너무나도 강렬하였고 숨막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백의 힘이었다.

 

아, 참고로 너무나 강렬하게 서서히 목을 죄여오는 [고백]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이다. 

 

고백, 미나토가나에, 비채

조 힐의 단편집 [20세기 고스트]. 모두 15편의 중, 단편들이 책에 실려있다.

가장 처음 만나는 [신간 공포 걸작선]은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작품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심장을 죄여온다. 작품의 독특한 구성때문에 그 섬뜩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 호러라는 장르를 직접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보다는 오히려

왠지 모르게 애틋한 느낌을 전해주는 단편들이 훨씬 흥미로웠고 좋았다. 그중에서 특히

[팝 아트]랑 [마법 망토], 그리고 [집보다 나은 곳]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 단편집에서 조 힐의 글은 참 리얼하다. 단편에서 다뤄지는 소재도 그렇고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단편들의 분위기가 참 묘하게 애틋하면서도 환상적이다. 호러라는 장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조 힐의 특별한 세계와 조우하게되어 무척 즐거웠다.

 

20세기고스트, 조힐, 신간공포걸작선, 자발적감금, 단편집

문득 오래된 유년기의 추억이 담겨있는 일기장을 꺼내서 읽어본다. 저 멀리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한 향수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타지마 토시유키의 [흑백합]은 나에게 그런 오래된 추억을 되살려주는 한편, 책을 읽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놀라움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

 

때는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1952년의 여름. 도쿄에 살고 있는 열네 살의 소년 스스무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아버지의 오랜 친구의 초대를 받고 롯코 산에 위치한 별장에 간다. 그곳에서 스스무는 두 명의 동갑내기 친구를 새로 사귀는데,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카즈히코와 우연히 표주박 연못에서 만난 소녀 카오루였다. 그렇게 친해진 스스무와 카즈히코, 그리고 카오루의 짧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여름방학이 흘러간다.

 

작가 타지마 토시유키는 [흑백합]에서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스며있는 소녀와 소년들의 여름방학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간 중간에 다른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살짝 끼워두었다. 설레이는 첫사랑의 아련함이 잘 느껴지는 이야기와 어떤 궁금증을 계속 유발시키는 다소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가는데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상당히 놀라운 반전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반전때문에 책을 다시 뒤로 넘기고 숨어있던 복선과 상황들을 제대로 이해했을때 전해지는 약간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작품인데 무엇보다 여름방학의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는 소녀와 소년들의 즐거운 풍경이 무척 좋았다. 또한 토시유키의 간결하고도 깔끔한 문장이 선사하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야말로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