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개성과 뛰어난 역량을 두루 갖추며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국내의 여러 작가들이, 자신들의 단편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순애보적인 순수함과 순결함을 지닌 사랑에 관한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순애보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인 [순애보 IV] 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바로 '나이차 사랑'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있어서 나이 차이라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 상당히 미묘하게 다뤄지는 문제가 되곤 합니다. 때문에 그런 나이차를 극복한 사람들의 사랑은 왠지 모르게 더욱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순애보 IV]에서 독자들이 조우하는 여러 주인공들 역시 나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벽에 부딪히게 되지만, 결국에는 그 벽을 뛰어 넘어서 자신들의 진실한 사랑을 지켜내고 계속 이어갑니다.
권교정의 [
염소치는 사람들]은 마법의 집인 살레로의 주인이었으며 아카디아의 대마법사였던 투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마법을 잃어버리고, 어린 인두린 청년 얀달의 손에 이끌려 보단산 중턱의 작은 오두막에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단편입니다. 일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투게가 참 귀여웠습니다.
임주연의 [
천년도 당신 눈에는]은 우주 밖의 시간이 몸에 깃들어 있는 여인이자 우주에서 가장 자비심 없는 시계인 시아와 그녀를 사랑한 노아의 이야기를 그린 참 별로였던 단편입니다. 스릴러로 시작해서 SF로 끝나는 이야기 구조와 전개는 너무나 산만했고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담아 내기에는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반의 [신부]에는 지역 유지의 병약한 넷째 아들로 태어나서 무심한 부모의 관심 밖에서 자라고 16살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지 못해서 친정에서 쫓겨난 스무살 신부와 결혼한 가한과 소의 너무나도 애틋하고 가슴 저미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나약한 자신을 돌봐주며 많은 노력을 하는 신부를 위해서 점점 꺼져가는 생명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선택을 결행하는 어린 신랑의 가혹한 운명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김세영의 [달콤하고 달콤하도다]는 검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신경질적으로 섬세한 느낌을 주는 청년 이안을 사랑하게 된 소년 카이의 잔인하게 아프지만 너무나 달콤한 애증으로 가득한 사랑을 그린 단편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단편인데 결말에서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시영의 [너는 나의 달빛]은 쉰을 넘긴 늙은 교수 샘 브릭과 석탄 같은 눈을 지니고 있는 매혹적인 청년 유진 워커 사이에 감도는 야릇한 공기를 그린 단편입니다. 강렬함을 전해주는 관능적인 그림은 이번 작품에서 단연코 최고였지만, 톰 포드의 [싱글맨]과 닐 조던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향을 받은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스토리 전개가 조금은 식상했으며 초반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한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유시진의 [황금나선의 경로]는 죽은 영혼을 보고 물건을 통해서 어떤 기억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43살의 예모와 전 애인의 아들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매우 영리한 21살의 보우를 등장시켜 오랜 기다림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으로 미스터리와 추리, 거기에 살짝 유머까지 곁들여서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주인공들도 상당히 매력적이며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지닌 주제를 가장 뚜렷하고 근사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순애보적인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순결한 사랑이 서로의 나이차를 초월하면서 이루어진 소중한 사랑이라면 더욱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나이를 초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매력적으로 그려낸 네번째 [순애보]에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과 만날 수가 있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과연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에서는 어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