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 하는 자연의 거대하고도 장엄한 존재를 만화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산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화들은 막상 찾아보면 그렇게 많지가 않은데,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산과 관련된 만화들은 산악 구조 이야기를 그린 이시즈카 신이치의 [산]과 다니구치 지로의 유명한 산악 만화인 [신들의 봉우리]가 전부다. 두 작품은 모두 훌륭하게 산을 담아낸 만화로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데, 최근에 좀 더 전문적으로 산에 접근한 작품인 사카모토 신이치의 [고고한 사람]을 읽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출간되지 않은 니타 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고고한 사람]은 암벽등반,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클라이밍을 소재로 우연한 계기로 산을 오르는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요코스카 북 고등학교에 전학온 3학년인 모리 분타로인데 무언가 좋지 않은 과거를 지니고 있는것 같고, 스스로가 타인과의 어떤 관계를 강하게 거부하는 외톨이의 성격을 지녔다. 모리는 전학 첫 날에 같은 반의 다소 불량해 보이는 미야모토의 도발로 몸에 로프도 매지 않고서 학교 벽을 타는 상황에 처한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 모리는 타고난 유연성과 투지로 자신도 모르게 런지와 맨틀링을 잇달아 성공 시키면서 학교 옥상에 발을 내딛는데 성공하고, 정상에 도달하려는 최후의 순간에 손끝의 피부에서 하박과 상박을 거쳐서 심장으로 전해오는 '나는 지금 살아있다!'라는 잊을 수 없는 떨리는 감각을 맛보게 된다. 모리의 타고난 클라이머로서의 자질을 알아본 오니시 선생은 모리에게 인도어 클라이밍 대회인 제13회 시사이드컵에 출전할 것을 제안하고 모리는 마침내 산 정상을 향한 그의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클라이밍을 소재로 하는 [고고한 사람]의 작화는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내 취향의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작품을 읽어 가면서 묘하게도 작가의 그림이 작품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 자체도 몰입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만화에 대한 첫 인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오로지 혼자서 산을 오르겠다는 강한 집념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 녀석이 꽤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클라이밍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 해설도 뒷 부분에 수록되어 있어서 작품을 읽는데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 산 정상을 향한 모리 분타로의 강렬한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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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유메지는 고2 여름방학을 매일 똑같은 꿈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밤에 잠이 들게 되면 너무나 낯설고 이상한 장소에서 난생 처음 보는 아주 이상한 녀석들과 아침까지 숨가쁜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 그야말로 이상한 내용을 보여주는 꿈을 꾸게 됩니다. 현재는 부모님의 일 때문에 소꿉친구인 타치바나 이사나의 집에서 잠시 동안 하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유메지는 남들에게는 없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인의 꿈을 색깔이 있는 어떤 아우라의 형태로 볼 수가 있는 능력입니다. 비록 그 능력이 완벽함을 자랑하는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판별 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새카만 악몽이죠. 어느 날, 유메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꿈의 세계인 환계로 넘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괴물 고양이인 체이서 '존 도우'의 습격을 받고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메리 나이트메어'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제 유메지와 메리의 꿈속으로의 복귀를 위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인 우시키 요시타카의 [꿈을 먹는 메리]는 꿈을 소재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년과 환계에서 현실세계로 건너온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1권에서는 주로 등장 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인간의 몸을 이용해 현실로 오려는 몽마들의 존재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깔끔하고 귀여운 그림은 마음에 들지만 전체적으로 큰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뭐, 다행히도 악몽같은 작품은 아니랍니다.

험난하고 고달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떤 커다란 행운과 만나게 되어 자신의 우울한 인생이 단숨에 역전되는 황홀한 꿈을 가져본적이 있을 겁니다. 30년 이라는 인생을 살아온 우리의 주인공인 카모츠구 나나오도 파칭코, 마작, 경마 등에 열중해서 하루 하루를 보내며 바로 그런 행운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찾아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토록 바래 왔었던 행운이 나나오에게도 찾아옵니다.

 

자판기 밑에서 주운 500엔 짜리 작은 동전으로 커다란 행운을 바라면서 즉석복권을 사고, 뜻밖에도 그 복권으로 200만 엔이라는 거액을 받을 수 있는 1등에 당첨됩니다. 자신의 행운을 강하게 믿게된 나나오는 자신의 인생을 더욱 완벽하게 바꾸고 싶다는 헛된 욕심에 부풀어서 목숨을 건 거대한 도박에 참가하게 됩니다.

 

마사카즈 스즈키의 [러키 마인]은 행운을 꿈꾸던 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를 얻으면서 목숨을 거는 도박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러키 마인'은 행운의 광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우울한 인생의 흐름을 단 한방에 바꿀 수 있는 어떤 원천을 말한다고 하네요. 목숨을 건 갬블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도박을 소재로 하는 다른 작품들 보다는 가벼운 톤으로 전개되고 이야기의 흡인력도 다소 떨어지는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한방을 노려본 작가에게는 만화의 신이 가져다 주는 행운이 따라주지가 않았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