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의 가출 소녀 우사미 이치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연고지 없는 마을의 강변을 서성이던 이치코는 가면을 쓴 소년 키도 코하쿠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서 정신을 잃는다. 기절한 이치코를 코하쿠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그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난다. 낙천적인 성격의 집주인 후지히로 나오야, 코하쿠의 소꿉친구이자 나오야의 이복동생인 다혈질의 타니 하루카, 돌싱인 오가타 타케루와 그의 두 살난 아들인 귀여운 토라지로까지. 

집안일에 능숙한 이치코는 나오야의 권유로 여름방학 동안 입주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들과 함께 지내기로 한다. [골든 데이즈]의 타카오 시게루가 새로 선보이는 신작 [같이 자자]는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이치코와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니는 코하쿠를 중심으로,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감싸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포근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치코에게 자신의 부적인 달콤한 제비꽃 설탕조림을 건네고, '오늘은 같이 자자'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코하쿠. 가면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리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코하쿠지만, 누구보다 이치코를 잘 이해하고 보살펴준다. 그렇게 이치코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과정들이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재미있게 전개되는데,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려낸 등장 인물들과 그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타카오 시게루가 앞으로 들려줄 따뜻한 미소를 안겨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1864년 런던, 영국과 세계의 중심. 두 번에 걸친 만국 박람회와 함께 경제와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고 국가의 부와 군사력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마침내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한 화려한 시대. 수많은 작가들과 잡지들이 영국의 문화를 활짝 꽃피우고 세련된 댄디즘과 사교계의 격식들이 상류사회를 수놓던 시대. 그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살인과 음모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여류 추리 작가 미스 리지의 활약이 시작된다!

현재 월간 순정만화 잡지 이슈에서 연재 중인 전혜진과 이기하의 [레이디 디텍티브]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뉴턴가의 외동딸이자 책과 화학실험을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뉴턴, 리지를 주인공으로 그녀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추리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리지는 젠틀맨즈 오운에서 '로지카 도첸스'라는 필명으로 <가정교사 탐정 맥모닝>이라는 추리 소설을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재능있는 여류 추리 작가다.

후작부인의 초대로 랜즈도운 저택을 방문한 리지는 갑작스러운 살인사건과 마주친다. 밀실로 추정되는 방 안에서 노란 조끼와 푸른 연미복의 베르테르와 같은 복장을 하고 사망한 토머스 경의 죽음은 어디를 보아도 실연을 비관한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실마리를 찾아낸 리지는 충분한 관찰과 합리적인 논거를 들어 명백한 밀실 살인임을 주장하고, 변호사 겸 집사인 에드윈과 함께 사건의 증명을 명쾌하게 들려준다. 

전혜진과 이기하의 [레이디 디텍티브]는 빅토리아 시대와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스토리 전개, 사건에 대한 추리와 트릭의 구성도 꽤 탄탄하면서, 깔끔하고 훌륭한 작화와 소소한 유머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낸 캐릭터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야무지고 박식하면서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들도 보여주는 주인공 미스 리지, 구빈원 출신으로 법정의 백색악마로 불리우며 30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천재 미남 변호사지만 사랑하는 약혼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집사를 자처한 에드윈 화이트, 그리고 스코틀랜드 야드(런던경찰청)를 대표하는 최고의 민완 형사이자 여자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성의 숭배자인 찰스 브라운 그레이 경감과 그의 후임인 말투가 귀여운 레스트레이트 순경까지.

레이디의 불리함을 오히려 재치있고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사건에 접근하는 리지와 그녀를 도와주면서 가끔씩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에드윈의 복잡미묘한 관계도 작품에 재미를 더해준다. 추리소설가인 레이디 디텍티브 리지와 런던 최고의 변호사 출신 집사 에드윈이 앞으로 보여줄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17살의 여고생 이치무라 미카코는 말이 별로 없고 조금은 무뚝뚝한 자신만의 세계가 아주 확실한 소녀다. 새로 산 립밤 앞에서 잠시 주저하고, 혼자서 귀를 뚫고, 옆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친구 나오를 가만히 지켜보는 미카코. 그런 미카코는 같은 반의 옆자리에 앉는 그 녀석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빨간 펜 대신 빨간 색연필을 쓰고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미도리카와 와타루. 그렇게 미카코의 평범한 일상이 흘러간다.

 

쿄우 마치코의 [미카코]는 일본의 주간 만화 잡지인 '모닝'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웹툰을 엮어낸 작품이다.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되고 무료로 공개되고 있는데, 현재 110번째 에피소드까지 올라와 있다. 니지가오카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미카코, 그녀와 비슷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그림을 잘 그리는 소년 미도리카와의 일상을 수채화풍의 아름다운 올컬러 그림으로 여유롭고 잔잔하게 그리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1권에서 미카코와 미도리카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2권에서는 잔잔한 일상과 더불어 그런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둘 다 그에 대한 표현이 서툴고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에 계속 어긋난다. 결국 미카코는 D반의 카토와 사귀게 되고, 미도리카와는 방과 후에 미술 학원을 다니며 그림에 전념한다.

 

세븐틴 아이스에 대한 미도리카와의 생각, 엉켜있는 이어폰을 미도리카와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미카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어 가고, 사립대 문과와 미대 진학을 결정한 두 사람의 고등학교 생활도 얼마 남지 않는다. 겨울이 다가오고 가로등의 불빛에서 온기를 느끼는 미카코와 미도리카와. 부디 둘의 관계에 앞으로 어떤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