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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풍스러운 낭만과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으면서 동시에 산업 혁명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하는 빅토리아 시대는 저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매력을 안겨주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그런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적인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홍콩과 일본, 필리핀을 오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 캐럴 맥클리어리의 데뷔작인 [살인자의 연금술]은 어린 시절에 할머니의 추억담을 들으면서 19세기에 대한 강한 동경을 느끼게 되었다는 작가의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으로, 19세기 후반의 뉴욕과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그리고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파리를 무대로 위트 넘치고 용감한 여기자 넬리 블라이와 그녀를 도와주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동료들이 악명 높은 전설적인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조셉 퓰리처의 '뉴욕 월드'에서 기자로 근무하게된 넬리 블라이는 여성 환자들을 학대하는 블랙웰스 섬의 정신병원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 환자로 위장 입원을 합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친해진 한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목격하고 그녀가 범인으로 의심하던 의사가 사라집니다. 넬리는 잭 더 리퍼와 의사가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되고 곧 파리로 건너가 쥘 베른, 루이 파스퇴르, 오스카 와일드의 도움을 받으며 살인마를 추적합니다.

 

캐럴 맥클리어리는 [살인자의 연금술]에서 실존했었던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켜서 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탐사보도 기자로서 대담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 넬리 블라이를 비롯하여 그녀를 도와주는 조연들에게 저마다 흥미로운 개성을 부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시대와 역사에 대한 맥클리어리의 생생한 묘사는 아주 근사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넬리 블라이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에서 과연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인 인물들과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등장하는 저택이라는 존재를 개인적으로 무척 동경합니다. 화려하면서 웅장하고 독특한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거나, 혹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우아하고 위엄있게 스며들어 있고, 아니면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낡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섬뜩하게 풍기고 있으면서 절대로 밝혀서는 안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것 같은 저택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황홀한 환상을 안겨줍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여성 작가인 케이트 모튼의 데뷔작으로, 출간된 직후에 30여 개국에 소설의 판권이 팔리는 기염을 토하면서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리버튼]은 저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환상을 안겨주는 존재인 바로 그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운명적인 로맨스와 비밀과 죽음이 얽혀있는 미스터리,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가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에드워드 시대의 상류층인 하트포드 가문의 리버튼 저택에서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교 파티가 열리던 도중에 젊은 시인 로비 헌터가 자살한 채로 발견 되고, 해너와 에멀린과 데이비드 하트포드 세 남매를 비롯한 저택 사람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 사건의 목격자이자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리버튼에 하녀로 들어갔던 98세의 할머니 그레이스 리브스는 회상을 통해 로비의 죽음이 얽혀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케이트 모튼은 [리버튼]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운명적인 사랑과 상실의 고통으로 얼룩진 비밀이 담겨있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기품있는 문장과 탄탄한 구성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에드워드 시대의 생활상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재현한 리버튼 저택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모튼의 두 번째 소설인 [포가튼 가든]은 그녀의 데뷔작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