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의 설화는 널리 알려져있다. 바라던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진 바리공주. 어린시절 부모없이 지라다가 자신의 친부모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명하기 위해 험난한 고생을 하며 부모를 되살려낸다. 작은 소녀에서 한 여인을 거쳐 마침내는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최초의 무당이 되기까지. 바리공주의 험난하고도 웅장한 여정은 오랜 세월에 거쳐 전승되어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이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바리공주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바리전쟁'이라는 제목에서 '바리', 바리공주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바리공주와 전쟁을 어떻게 연결시켰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집게 했다. 처음에는 바리공주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괴담처럼 공포가 먼저 느껴졌다. 어디서 온 지 모르는 여동생을 두려워해서 결국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주인공. 주인공의 시선으로 본 여동생은 정말 괴담에나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 내막에 바로 바리공주가 있었다.

 

이때부터 바리공주 이야기와 연결되면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추측이 가능해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한 시대를 지배하기위해 서로 선택을 받으려는 무당들과 점차 여동생을 이해해가는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바리공주 이야기와 더불어 무속신앙, 귀신, 무당 등 가깝지만 낯선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내려진 결정에 다시금 현실로 돌아간다. 바리공주와 접목한 무섭고도 신비로운 이야기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깊게 빠져버린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다른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듣고 소위 말하는 판타지 활극을 기대하며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이 소설은 단지 가볍기만 한 내용이 아니었다.

 

요코, 아주 평범한 여학생. 이 소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공부도 그럭저럭 잘 하고, 친구들도 몇 명 있고, 얌전하고, 부모에게 순종적이며. 자기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도 못하는 내성적인 소녀. 어쩌면 내 모습으로도 비추어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소녀이다. 그런데 어쩌면 앞으로도 사회에서 정말 판에 박힌 생활을 하며 살아갈 이 소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한 금발의 사내가 등장하고 요코는 살고 있던 세계를 벗어나 요마가 들끓고 왕과 선인이 존재하는 이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금발의 사내는 보이지 않고 요코는 혼자 남아버리게 된다. 이세계로 넘어와서 갑자기 마법을 부르게 되는 것도, 용기가 샘솟는 것도, 믿음직한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요코는 평범한 소녀일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요코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다닌다. 하지만 추격하는 영문모를 적들과 더불어 평범한 소녀인 요코는 순진하게 믿었던 상대로부터 배신당하고, 속고, 상흔을 입는다. 이제 믿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속기 전에 먼저 속이고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배신하고 상처입기 전에 먼저 죽여야 했다. 게다가 원래 세계의 자신의 모습이 허상이었음을 깨닫면서 외면의 적과 내면의 침식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요코는 몇가지 만남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은 평범했던 한 소녀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허상처럼 존재하는 자기자신 역시 돌아보게 한다.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있다.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살려준다. 놀랍게도 사슴은 은혜를 갚겠다며 소원을 말해보라 하고, 나무꾼은 예쁜 신부를 원한다고 대답한다. 사슴은 어딘가에 있는 샘의 위치를 알려주고 샘에서 목욕하는 여자들 몰래 옷 한 벌을 숨기라고 말한다. 나무꾼이 샘에 가보니 정말로 어여쁜 여자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고, 나무꾼은 사슴이 말 한 대로 한다. 목욕이 끝난후 옷이 있는 여자들은 그대로 돌아가버리고 옷을 못 찾은 여자 하나가 남게 된다. 이 선녀는 나무꾼과 결혼하게 되고 아이들을 낳게 된다. 하지만 선녀는 하늘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옷을 찾아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아이를 데리고 하늘로 간 선녀를 찾아 나무꾼은 다시 사슴에게 부탁하고 결국 하늘로 올라가게 되지만 늙은 어머니 걱정으로 다시 지상에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하늘에 올라가지 못한다.

선녀강림은 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간의 피가 반이 섞인 아이들은 하늘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코미디하게 선녀와 만나버린 인간세계의 한 남자를 도와주며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후반에 갈수록 옥황상제,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녀와 나무꾼이 등장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완결이 되지 않은 상태로 아쉬움이 남지만 중단 이전까지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