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살인사건이라든지 피범벅이 된 발자국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심각한 표정의 수사관이라든지가 상상된다. 하지만 이 빙과라는 작품은 그런 것들과는 조금 많이 거리가 있다. 이야기의 배경에는 평화롭고 한가롭기까지한 학교생활이 펼쳐진다.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학교생활을 하고 각자 취미에 맞는 부활동을 하며 꽤나 화려한 학교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고 해서 웃던 얼굴이 갑작스럽게 싸늘하게 굳어지는, 옆에서 비명을 지르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사건을 발생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역시 평범한 학생들이다.

에너지절약주의자인 주인공은 언뜻 생각하듯 환경보호운동을 한다든지, 에너지절약캠페인을 벌인다든지 하는 활동적인 녀석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생활을 추구한다. 귀찮은 일은 피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그의 에너지절약주의는 점점 붕괴되고 만다. 누나의 협박아닌 협박으로 들어가게된 부활동. '고전부'와의 만남은 주인공의 철칙을 조금 바꾸어놓는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지나칠 일도 호기심을 갖고 신경쓰여하는 고전부의 부장이자 같은 학년의 여학생을 만나면서 주인공은 그녀에게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조금 이상하다라는 말로 지나칠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을 신경쓰여하는 그녀 덕에 주인공은 에너지절약주의를 조금 포기하고 정말 사소한 것들을 조합하여 궁금증을 해소시킨다. 살인사건이라든지의 거창한 사건을 추리하는 게 아님에도 주인공의 추리는 흥미롭고 타당하며 공감이 간다.

최초의 사건인 '빙과'사건 해결을 계기로 고전부 부원들은 한가지 공통적인 유대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로 조금 이상한 사건들과 주인공의 추리로 인한 사건 해결 및 궁금증 해소가 계속되지만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일상과 결부되면 흥미를 더해간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접하게 된 비밀의 정원은 새로웠다. 어른들을 위한 색칠공부, 안티 스트레스 컬러링 북이라니...

 

색칠공부 자체는 익숙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쁜 만화주인공을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열심히 칠하고 있던 내가 있었다. 좋아하는 만화주인공을 내 나름대로 예쁘게 꾸미면서 즐거워했다. 비밀의 정원 역시 큰 맥락에서 보면 마찬가지이다. 책장을 넘겨보면 비밀의 정원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예쁜 꽃들이 가득한 정원, 새가 날아다니고 나뭇잎이 흩날리는 장소, 수십가지 비늘을 지닌 물고기가 유영하고, 화분에 독특한 모양의 나무가 자라고, 꽃들과 나뭇잎이 모여 둥그런 모양을 그리기도 한다.

 

물론 그 정원에는 색이 없다. 그 정원에 색을 채우는 건 우리들이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색을 채우면 된다. 예쁜 꽃을 하나씩, 다양한 모양의 나뭇입을 하나씩 칠하다 보면 예전 색칠공부를 하며 즐거웠던 기분을 다시금 만끽할 수 있다. 한 장 한 장 정원에 색이 채워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빨리 다른 정원들도 여러 색으로 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음대로 색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정원에는 스스로 새도 그려보고 다양한 모양의 나무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색을 칠하면서 정원 속에 숨겨진 여러 동물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어른들을 위한 색칠공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