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단어 중 하나다.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여행관련책자를 보고있어도 미소가 그려진다. 여행이라는 단어 안에는 낭만과 기대가 항상 함께한다. 어떤 여행이 될지, 여행지에서 바가지를 써서 안 그래도 없는 돈을 더 없어지게 만들지, 기대 이하의 숙소에서 쪼그린 채로 잠을 청해야 할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싸가지고 간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행을 시작하기 전, 단순히 여행을 그려보면 따뜻한 햇살과 한가로운 바람이 함께하는, 짐 하나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미소지으며 걷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책 역시 그런 상상이 어울리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특히나 일본, 도쿄는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지라 더욱 관심이 갔다. 때문에 도쿄의 유명한 여행지, 관광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흔히 들어 알고 있던 명소지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에 나온 그대로 '오래된 상점'이 주가 된다. 보통 오래되었다고 하면 꺼리게 되지만 여행에 있어서 오래되었다는 단어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풍스럽고 전통이 남아 있을 듯하고 단골이 많이 독특한 풍습이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일본에는 몇 대를 이어내려오는 정말 오래된 전통을 간직한 가게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쑤시개 전문점, 인형 전시관, 칼 상점, 향 상점 등 독특한 상점은 물론 반찬 상점, 안경점, 술 상점 등 익숙한 상점까지 오래된 상점은 품목 가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읽다보면 직접 방문하여 물건들도 살펴보고 싶고 하나쯤은 기념으로 사고 싶기도 하다.

이 책을 보고 도쿄로 여행을 떠난다면 보다 풍성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왕위에 오르는 자, 왕이 되기 전에는 당연하게도 왕과 왕비 사이에서 첫번째 아들로 태어나고 왕의 사후 당당하게 왕위에 오르는 것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이렇게 왕위에 오른 왕은 26명 중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때문에 조선임금 잔혹사라를 책을 집어들었던게 아닐까 한다. 과연 조선의 임금들은 어떻게 왕위에 오르게 되었을까? ... 당연하고도 수월하게 왕위를 물려주고 물려받은 왕보다는 왕위를 얻기 위해 힘들게 투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와 타협하며 마침내 왕위를 차지한 왕들이 더 많았다.

이 책은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르 네 부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각각의 파트에서 해당되는 왕들을 다루고 있다. 왕으로 선택된 남자는 세종, 성종, 중종을 다루고 있고,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에서는 선조, 광해군, 인조를 다루고 있다. 왕으로 태어난 남자에서는 연산군, 숙종, 정조를 다루고, 마지막 왕이 되지 못한 남자에서는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를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 모든 왕을 다루지는 못했지만 언급되는 왕과 세자들은 모두 나름의 사연과 고난을 가지고 있다. 어느정도 그 인물의 공과를 알고 있기에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이 되지 못하게 되었던 이유를 살펴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왕위에 오르면서, 아니 왕위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때부터 소리없는 전쟁을 겪었던 왕과 세자들. 그 결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파멸이든 왕좌이든 죽어서까지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의 생애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벌레란 단어에서는 아무래도 징그럽다, 더럽다, 불쾌한, 청결하지 않은, 조그마한 등의 느낌이 연상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말하는 벌레는 흔히 볼 수 있는 벌레들과 많이 차이가 난다.

이 세상에 흔하게 존재하는 동식물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들, 기묘하고 기괴한 그것들은 통칭 벌레라고 불린다. 그런 벌레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벌레는 느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벌레들은 의지유무와 상관없이 스스로 가진 특징으로 인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홀현히 사람이 사라지고, 이마에 뿔이 나기도 하고, 묘한 종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하고, 가는곳마다 비가 퍼붓기도 한다.

갑작스럽고 알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존재가 있기는 하다. 바로 충사들. 벌레는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자료와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묘한 현상들을 해결한다. 홀현히 사라진 사람을 다시 찾아오기도 하고, 이마에 난 뿔을 가라앉혀주기도 하며, 묘한 종소리의 근원을 찾아보기도 하고, 계속 방황하던 여자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옴니버스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한 편, 한 편 각각의 내용이 있다. 어떤 이야기는 맑고 투명한 보석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조금 어둡게 내려앉은 물방울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조약돌 같기도 하다.

충사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그림체는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대사에서도 묻어나오며 이야기 전체에 녹아있다. 한 편, 한 편 읽어나갈때마다 풍부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