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저에게도 삼촌, 이모는 어머니, 아버지만큼 어렵고 큰 존재는 아니면서도 어쩐지 동경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젊은 어른'으로 기억됩니다. 뭔가 신기한 책이나 물건 등을 갖고 있기도 하고 트로트를 즐기는 부모님과는 달리 팝송, 댄스곡을 듣는 언니, 오빠보다는 큰 어른이면서 부모님보다는 젊은 그 중간의 매개체같은 존재로 말이죠.

저에게도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봄이면 꽃놀이도 데려가 주고 흔치 않던 카메라로 사진도 찍어주던 멋진 삼촌들이 계셨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평범하지 않은 삶에 멀어진 분도 계시지만 제 기억 속 유년의 뜰엔 언제나 굵은 웨이브의 퍼머 머리에 붕~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종종 나타나곤 하시던 삼촌은 젊음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젊은 어른의 모습이었습니다.

(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었지만 삼촌과 몇살 차이 않나 여전히 아가씨 같았던 풋풋한 모습의 어머니도 기억나네요. )

마침 이 소설 속 '삼촌'의 모습이 저의 삼촌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그동안 잊고 지낸 삼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네요. 물론 소설 속 삼촌처럼 서자도 아니었고 말 더듬이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 삶이 꽤 닮아 있습니다. '오토바이'라는 매개체 때문일까요? 그러나 소설 속 삼촌의 삶이 더 모질지만 그만큼 삼촌은 성숙합니다.

동네 깡패? 수준의 도치의 구수한 욕설 또한 그리움에 한몫 더하네요. 어찌나 구수한지..ㅋ(e-book 읽기 기능으로 들었는데 갑자기 읽어주는 여성분(?)이 욕설을 해서 깜놀..ㅋㅋ)

읽으면 읽을수록 삼촌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더군다나 제목의 '브루스 리'를 보면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삼촌은 이소룡의 완전 팬이고 그가 죽었을 때 조카 둘을 데리고 추모제를 지낼 정도였으니 형님을 졸라 도장에 다니며 발차기 기술을 익혀 도치의 턱을 한바퀴 돌려놓았을 때는 그간 삼촌이 살아온 행적을 되돌아볼때 '와우~'하고 놀라게 되기도 합니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인간 냄새 폴폴 나고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마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즐독하세요~

이 책은 이미 몇년 전에 발간된 소설로 꽤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화된 작품임에도 저는 아직 읽기전이었습니다.

왜 그랬는가 생각해보면 사실 제목만으로 이 책이 어떠한 스토리일지 대충 짐작이 갔고 그 짐작이 어쩐지 '도발'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그 '도발'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이혼한 전부인이 재혼을 한 경우를 뜻할 수도 있고, 현재의 아내가 나(남편) 모르게 이중 결혼 생활중이었던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제목만으로도 이미 여러가지가 추측되는바 아마도 그래서 주문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어느 무료한 밤에 아이를 재워놓고 남편이 자는 틈을 타 잠이 좀체 오지 않던 새벽, 우연히 텔레비전을 켰다가 발견한 영화로 보게 되었습니다.

새벽 내내 숨죽이며 조용히 이 영화를 본 후 뭐랄까요?

딱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제 안에서 어떤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해야할까요?

'첩'이라는 단어가 제일 처음 떠올랐고 그것이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남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의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 세사람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걷는 아이를 보면서, 극중 아내가 왜 굳이 남편(본남편?)의 아이만을 가지려 했는지 의아하면서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모든 이야기의 근원은 역시 '사랑'일 것입니다.

분명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이세상에서 두번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자신과 너무나도 잘 소통되고 똑같은 남자를 또 만나게 된 그녀는 결국 남편을 설득하죠.

(사실 이부분에서 부디 그녀가 그곳에 꾸며놓은 방의 의미가 결혼 후 잃어버린 자아찾기의 한 형태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만, 결국 왜 그러한 바람을 제가 하고 있었는지 나중엔 의미가 없어지더군요. 아무래도 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성향탓인 듯 하지만요..)

남편은 어떠한 선택을 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보면 '에? 어떻게 저래? 미쳤어..'할만한 선택을 합니다.

저 또한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극중 남편을 '바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러. 나.

누군가' 왜 그가 바보인가?'하고 묻는다면 제가 과연 대답을 잘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죽도록 사랑하는 여자를, 아내를 여전히 자기 아내로 지킨다는 것이, 수많은 번민과 갈등으로 아프고 괴로워도 여전히 자신의 아내로 인정한다는 것이 왜 바보인가요...

아니 어쩌면 그는 사랑에 미친 바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완전히 지배당했거나...

자신도 아내와 비슷하게라도 살아보려고 '도발'을 시도하지만 역시 일반 사람들의 상식에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돌아오는 건 따귀입니다...-.-(결혼 사실을 숨긴 것이 문제였긴 하지만 만약 왜 그랬는지 사정을 안다고 하여 반응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네요.)

저 역시 지극히 보통의 평범한 상식으로 사는 사람인 탓에 쉽게 이해할 수 없었고 괜히 화도 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한국 사회의 '첩' 개념으로 생각하다보니 화가 났던 것이고 지극히 순수한 마음으로 본다면 그 영화는 분명 그들만의 최고의 사랑이라 할 수 있을터이고 말 그대로 평범한 삶 속의 어느 '도발' 정도로 생각하며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저의 경우 영화화 된 작품의 원작을 꼭 읽어보는 편인데 대부분 영화로 먼저 접하고 원작을 읽곤 합니다.

그래서 역시나 이 책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읽기 전이지만 원작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의미 해석은 또 어떨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