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읽기까지 몇번이나 고민했던 책이에요.
주로 다른 책이 먼저 읽고 싶어서였지만 아무래도 읽고 싶을때 읽는 게 진도가 쫙쫙~ 나가는 것 같아서^^
책의 제목이 < 악인 > 이라는 것도 한 몫 했어요.
아직 감상평을 못 올린 미야베 미유키의 < 모방범 1,2,3 >, 거의 고시책 수준의 책을 세권 내리 읽고 그 충격과 작가의 역량에 대한 감동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탓에 아직 미스터리나 살인에 관련된 소설은 조금 두려웠거든요.
여하튼 그러다 읽게 된 < 악인 >
20대의 보험판매사원 '요시노'가 어느날 미스쎄 고개 아래로 추락사한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요시노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마음 아팠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소통되고 공감되었던 예전에 비해
소통되지 못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같아 마음이 더 아팠어요.
어디까지나 소설 - 허구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연성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 모방범 >을 읽으며 무서움도 느꼈다면 < 악인 >을 읽으면서는 내내 안타까움을 느꼈답니다.
철없는 부잣집 대학생 아드님인 마스오 게이고의 치기 어린 발작적 충동만 아니었더라면 요시노는 죽음으로 이르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니 마스오 게이고라는 인물에 대해 화가 나더군요.
하지만 이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인물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만 들었답니다.
'나'라는 개인만 즐겁고 행복하고 괜찮으면 '타인'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어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쉽게 말해 재활용 분리수거 전혀 않하는 사람들, 주차 아무렇게나 해서 이웃에 피해 주는 사람들, 상대방이야 상처를 받든 말든 자기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등-..-)
언제가 어느책에서 봤던 글인데 우리가 만드는 작은 움직임,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는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우주의 한 부분이 변화하고 이동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 나름대로 의역하자니 제가 행하는 작은 것들이 때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것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말하고 행동함에 있어 되도록 타인을 더 배려하며 내가 조금 더 손해보는 것 같아도 그게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이룰 연쇄고리를 이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보고자 참기도 하고 삭이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던 터라 이 소설이 그만큼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는거라 생각되네요.
더불어 요시다 슈이치가 우리에게 스스로 평가하도록 내버려둔 판단에 있어서 서로 '피해자'가 되려고 하는 세상에서 '가해자'와 그 가족이 된다는 게 얼마나 무섭고 힘든 일인지 마음이 아프더군요.
딸이 어떻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평소의 딸의 행실만으로는 도저히 딸이 죽음까지 내몰릴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는 요시오.
어느 가족이 가족의 죽음앞에 가치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슬프지 않을까요? 그가 '악인'이었다 해도요.
하지만 어떤이들은 죽은 이의 이전의 행실을 토대로 그 가족까지 비난하고 비판하고는 하죠.
이 소설에 어떤 인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딸을 잃은 요시오에게는 그들이 악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는 악인으로 때로는 선인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되도록 악인으로는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요~
이 소설을 읽다보니 제가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되네요.
제가 제 스스로를 평범하다 생각하며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이라 생각해왔던 가치관을 반성하게 한다고 할까요?
제 지극한 상식이 때로 타인에게 ' 악인 '의 이미지는 아니었을까.. 하는.
475p의 장편이긴 하지만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가적 역량에 대해 다시 한번 감동하게 된 책이기도 하고요.
즐독하세요~~
문학,
악인,
요시다슈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