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삭.. 제목부터가 어떤 의미일지 무척 궁금했던 책입니다.
받자마자 책의 제목의 의미부터 찾아보게 됩니다. 친절하게도 표지에 그 심오한 뜻이 적혀 있습니다.
바르삭.
최근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서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엄청난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들이 탈북을 하고도 여전히 마음 편히 지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또 한편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그야말로 진정되지 않는 제 마음에 저조차도 당황스러웠답니다.
우연히 그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게 됐을때 몇일 전 이전의 다큐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깊은 모습을 보게 되니 제 마음에 무언가 하나하나 차 오르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것이 무엇일까, 내 마음이 왜 되려 평온해 지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인간의 치부와도 같은, 타인의 불행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부족함이었습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태어나 엄연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게 됩니다.
자라면서 '가난'은 겪었을지언정 굶고 헐벗은 적 없었기에 더군다나 더 감사할 수밖에요.
그런데 그 모습을 [바르삭]에서 다시 만나게 되네요.
18세가 되는 사무엘이 가족과 자신, 모두를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난민으로써의 국경 넘기.
발각되면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 위험에 몸을 실어야만 하는 현실.
사무엘과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으로써의 삶을 선택하는 현실의 한켠에는 그들과는 정반대의 풍요로운 삶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결코 풍요로울 수 없는 '다이어트'와의 전쟁 속에 처해 있는 같은 나이의 소녀, 에밀리에.
우리 주변에도 아니 저 스스로조차도 날마다 겪고 있는 문제인 다이어트.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는 그러한 단어조차 모르고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마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너무나 모순된 현실.
사무엘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지, 헤쳐나갈지 그게 너무나 궁금해지는 소설의 결말.
그 결말의 완성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네요.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라는 평이 딱인 소설입니다.
짧지만 결코 그 생각마저 짧지 않은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내내 사무엘과 에밀리에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이 풍요로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모르는 우리네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삶의 방향이 이 책 속에 있으니까요.
바르삭. 앞으로도 잊지 못할 단어입니다.
바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