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얼마 앞둔 대학생 시절 우연찮은 기회에 해외로 자원봉사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더랬습니다.
대학 내내 친 자매처럼 지낸 다른과 후배와 함께 가게 되서 더욱 뜻깊었던 봉사의 기회.
사실 당시만 해도 '봉사'라는 몸에 팍 와닿지 않는 조금은 낯부끄러운 그 단어에 살짝 고민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과연 내가 가도 되는 걸까..하고요.
그러다 '잘 모르는 것이라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사전 준비 과정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몇달동안 준비, 지원했던 국가는 아니었지만 '베트남'이라는 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잠시의 일정이었지만 당시의 한달여간은 저를 조금쯤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난'이라는 지긋지긋하게 되물림되는 유산을 어떻게 하면 그나마 피해갈 수 있게 해줄까 고민하시던 부모님께는 제가 좀 이해 안되는 딸로 비쳤던지, 공부나 하지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그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시며 반대하셨고 그럼에도 가고야 말겠다는 제 당돌한 의지앞에 결국 항복하셨더랬습니다.
제 덩치만한 가방을 챙겨 떠난 곳, 아... 정말 덥습니다.
덜컹덜컹대는 버스 덕분에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고요. 더워서 티셔츠가 다 젖고 얼굴은 수건으로 닦아대 다 닳아질 때쯤 도착한 숙소. 그곳과 관련해 지금 기억나는 건 그곳에서 끓여 먹었던 라면과 샤워장에 있었던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작은 소리를 내며 하얀 벽을 오르고 또 오르던 도마뱀들, 아침마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시던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늘 우리와 함께 하던 볶음 고추장 튜브. ㅋ
하지만 그런 소소한 기억들에 앞서는 가장 선명하고 커다란 기억은 그곳의 고아원에 봉사 나갔을때 만났던 아이들입니다.
한국에서 사업차 왔던 남성들이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만든 아이들이지만 아프다는 이유로, 아빠가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는 이유로 그곳에 버려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에이즈에 감염된 체로 태어난 아이들도 있었고 여러가지 병명으로 아픈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의 현지 사정에 대해서는 준비 과정시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간 내용들이 전부라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었는데 막상 가서 눈앞에 그러한 사정을 접하니 한국인,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스럽더군요.
한 나라의 국적을 가진 한 사람으로 타국에 갔을때 행할 수 있는 행동들이 후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또 그것이 모국과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에 대해 알리는 교육 시간에 목청이 터져라 열심히 강의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2년 체류 봉사를 떠나지 못하는 사정이 되었고 이후 직장 생활, 결혼, 육아 등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아이가 자라고 다시 제 시간이 생기면 언젠가는 꼭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나니 정말 반갑기 그지없네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이 땅위 청춘들의 행복한 지원과 봉사. 어쩐지 제 가슴도 다시 20대의 대학생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다소 늘어지고 정체되었던 삶에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목표가 다시 생긴듯한 기분도 듭니다.
그리고 더 반가운 것은 제가 당시 했던 고민들이 저만의 고민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바로 '젊음'의 고민이었다는 것이고 그 '젊음'이 마음 속에 살아 있는 한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지원해 각국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글 속에서 아마도 잊었던 열정을 다시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자의 말처럼 굳이 먼곳, 알려진 곳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 속 어디에서건 쉽게 찾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몇십년만에 강추위가 왔다는 이 겨울, 지구촌 어딘가의 습하고 더운 나라에서 여전히 땀 흘리며 타국인들과 교류하며 하루하루 채워가고 있을 젊음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화이팅!!
해외자원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