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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검색됩니다.

아마도 그만큼 부모되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저 또한 아이를 키우며 종종 읽게 되는 책이 육아서이고 부모가 되는 교육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읽어도 읽어도 어렵지요. 진정한 부모되기는 글로 배우는 게 아니지 싶습니다...^^

 

오늘도 윗집 아이는 정신 없이 뜁니다. 아직 말을 잘 못알아듣는 나이인가보다, 부모가 말려도 정말 안되나보다, 저러다 말겠지.

결국 윗집에 올라가 하소연은 않기로 합니다. 때로 화가 날때도 있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역시 말려도 안되니 저러겠지 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왜 아이를 말리지 못할까 하는 마음보다 더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희 아이는 오늘도 뛰지 못합니다.

미안하게도, 차라리 남에게 피해주느니 네가 조금 더 참고 마는게 낫다는 저희 부부의 생각때문인데요.

가끔씩 이게 과연 맞게 가르치는 것일까 하는 회의도 듭니다.

하지만 결국 '뛰지마~, 실내, 집안에선 걷는거야~'라고 말한 후 드는 생각은 어차피 대부분의 집들이 단독주택보다는 공동주택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아이도 언제든 공동주택에서 다른 집들과 지붕과 바닥을 공유하며 살아야 한다면 서로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매너를 지키며 사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저희 아이에게는 이것이 억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되도록 이러한 가르침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인식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오늘은 아이가 이사와서 원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고 이전의 어린이집에서 세번이나 잘 치뤄낸 작은 무대에 서는 경험을 갖는 날이었습니다. 소위 재롱잔치라고 하지요^^

 

아이가 열감기로 아파서 내리 결석하다 이번주 겨우 다닌 터라 강추위에 다시 감기에 들세라 걱정도 되고 이전에는 등원해본적 없는 토요일 오전이 아이에게 버겁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아이는 씩씩하게 원으로 갔습니다.

재롱잔치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한 곳은 차량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근처의 작은 교회였습니다.

(원래 정해져 있던 교회는 더 크고 금요일이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장소와 시간이 갑자기 변경되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재롱을 보겠다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온가족들이 모인 교회 안은 이미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전 어린이집의 경우 금요일 오후에 두 파트로 나누어 재롱잔치를 진행하다보니 더 협소한 장소에서 재롱잔치를 진행해도 그렇게 복잡하진 않았는데 이제 처음 치뤄보는 원의 재롱잔치라 그런지 시작부터 뭔가 불안합니다.

앞으로 점차 나아지겠거니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보며 지켜보게 된 재롱잔치.

 

아이들의 앙증맞은 복장과 악세사리들. 말 그대로 천사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율동을 전혀 못합니다. ㅎㅎㅎ

(율동을 잘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그만큼 호되게 가르쳤을 거라는 것이고 율동을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롭게 가르쳤다는 뜻일까요? 애매합니다...)

 

율동을 좀 못하면 어떱니까? 낯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열심히 무언가를 따라해 주고 울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말 잘하는 것이지요~(이전 어린이집의 원장님은 발표 전 이런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연령에 따라 아이가 부모를 발견하게 되면 울먹이느라 발표를 못하니 되도록 아이에게 아는 척을 하지 말아달라고. 그런데 유경험자의 말씀이 정말 딱 맞더군요. 역시 아이의 발달 특성을 제대로 아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이 처음 재롱잔치인 지금의 원은 초빙된 사회자인 개그맨부터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더군다나 나이가 어린 원아들의 부모님들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앞으로 나가 뒷자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든 어쩌든 사진찍느라 여념없는 분들부터 웬 밥상만한 피켓을 마련해와 흔들어 대며 관람을 방해하는 엄마들. 과연 저 작은 아이들이 자기를 응원하는걸 알긴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 저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싶어 이해도 살짝 되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람에 방해를 받으니 과히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아이의 순서가 너무 뒤라서 점점 힘들어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다른 아이들을 응원해가며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 아이와 반 친구들의 순서. 아이가 보입니다^^ 의상을 입은 아이가 정말 귀엽습니다. 덩달아 반 친구들까지 모두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제자리를 잘 잡고 시작할 순간이 왔는데 몇 아이들이 울먹이다가 급기야 울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저희 아이가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울먹거리다 점차 고개를 흔들며 자꾸 뒤를 돌아보고 율동을 전혀 시작 못합니다.

아... 무슨 일일까요?

저 작은 아이가 무엇때문에 저리도 겁을 내는 것인지..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가 자신을 보러 왔음을 알리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이도 저도 않돼 쩔쩔매는데 아이는 무대 뒤로 퇴장. 반 친구들은 그나마 어찌어찌 율동을 마쳤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하다가 그래도 한순서가 남아 있고 아직은 담임선생님께 어떠한 도움도 부탁받지 못한 탓에 기다려봅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순서가 하나, 하나 지나가고. 다시 저희 아이 반의 재롱 순서.

그런데 아이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자니 전화가 옵니다.

(정신 없는 중에 진동이 울리기에 저는 택배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는데 어린이집의 다른 인솔 교사시더군요. )

아이가 많이 울고 있어서 도저히 율동은 못하겠는데 대기실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알았다고 하고 바로 갔더니 아이가 입술이 트도록 울었습니다.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이를 꼭 안아주고 곁에서 당황하여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아이가 왜 겁에 질려 울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아이는 자리를 잡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남자 아이(최군)의 다리를 다른 남자아이가 건드리자 최군의 아버지께서 그 아이에게 마구 화를 내시며 소리를 질렀다고 하시네요. 저는 중간쯤 있어서 그 광경을 보지 못했는데 무대에서 아이들의 입장을 도와주시던 선생님들과 사무장님은 그 상황을 보시고 정말 너무한다 생각하셨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저희 아이를 비롯한 몇 아이들이 그 아저씨의 고함소리에 놀라 울기 시작한 것이죠. 아빠가 화내는 걸 거의 목격하지 못한 저희 아이가 겁이 많이 났던 모양입니다.

 

대기실로 가는 일분도 되지 않을 그 짧은 시간동안 저는 무대와 객석이 너무 가까워 아이가 무대에 서서 많이 긴장하고 놀라서 그런거라고만 생각했고(저였더라도 놀랐을 것 같은 것이 앞부분에 앉은 부모님들을 비롯 모두가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에 아이들도 덩달아 더 정신없고 무섭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차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니..-..-)

 

율동을 못했어도 아이가 무대에 서기까지 그 노력의 날들을 제가 알기에 저는 충분히 아이가 훌륭하다, 아이들이 모두 대단하다 생각됐는데 아이가 운 이유가 전혀 다른 상황때문이었다니 조금 당황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 아이가 느꼈을 그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저는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아이를 잘 달래고 기분을 풀어준 다음 집에 왔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문자를 보내셨더군요.

선생님께서도 그 아이의 아버지때문에 어지간히 속이 상한신 게 느껴집니다. 날마다 부모만큼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열심히 몇달동안 준비한 노고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명 저보다 더 속상하셨을 것 같아 저도 위로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이가 율동을 하지 못해 속상한 것은 없으나 아이가 그 아저씨때문에 겁을 먹고 울었다는 것이 안쓰럽네요. 잘 달래서 지금은 잘 놉니다. 선생님께서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제가 아이의 율동을 보지 못해 속상했을거라 생각하시고 문자를 보내셨기에 잠깐 고민한 후 저렇게 문자를 보내드렸어요.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더 미안해하시는 문자를 다시 보내셔서 제가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하루하루 고민 아닌 것이 없습니다. 육아서를 읽다보면 깨닫는 것도 많지만 그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것도 많습니다. 바로 '돌발적인 상황'들에 대한 대처 방법들이 거의 전무후무하기때문이지요.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잘 정리되어 있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갖가지 상황들에 대해서는 아마 열거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오늘의 일도 단순히 보자면 아이의 무대 공포증이 될 수도 있었을테지만 자세히 그 상황을 놓고 보면 아이는 분명 '울고만 싶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엉뚱한 위로만 건넸다면 아마 제 아이는 후에라도 '우리 엄마는 내 마음을 왜 모르지?'라며 엉뚱한 마음의 벽을 만들었겠지요.

 

아이를 키우는 삶이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일'같았다는 어느 연세 지긋하신 분의 말씀처럼 저도 대범한 듯 행동하지만 날마다 마음 속으로는 살얼음을 걷고 있습니다.

행여 제 아이의 저 여리디 여린 마음 속에 작은 생체기라도 나지 않을까, 타인으로부터 배려받지 못해 작은 돌멩이만한 아픔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이세상 모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발로 건드리는(차는?) 아이를 혼낸 그 아빠의 마음도 결국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같은 날' 이왕이면 내 아이를 비롯 다른 아이에게도 즐겁기만한 재롱잔치의 추억을 만들어주시지..하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혼난 아이와 덩달아 겁먹은 제 아이는 어쩌면 앞으로 재롱잔치는 즐거운 일이 아닌 무서운 일로 생각되지는 않을까 하는 짠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는 집에 와서 가위질도 하고 소꼽장난도 하다가 이제 한숨 잠이 들었습니다.

입술이 트도록 운 아이를 보며 내내 마음이 안좋습니다. 아이가 마음 무거울까 내색은 않지만 여전히 제 머리속은 조금 복잡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늘어날수록 정말이지 저 또한 아이만큼 하루하루 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며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이 맞나봅니다.

아이가 크는만큼 전보다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기고 한번 더 이해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은 아마도 다 아이 덕이지 싶습니다.

 

앞으로도 당황스러운 일을 더 많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제 아이가 부디 그런 일을 오래도록 마음에 남지기 않고 훌훌 털어버릴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라며 저 또한 그러한 부모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