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어서 좋답니다.

읽어주기에 급급하지 않고 천천히 그림을 둘러볼 수 있어 재미있고, 아이가 어떤 느낌인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겁지요.

글이 없는 책들은 그렇다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아요.

더 자세하고 세밀하고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어요.

 

웰컴투 동물원은 울타리가 없는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한 것도 마음에 드는데 관람객과 같이 활보하는 동물들이라니!!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면 자유를 빼앗은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짠했는데 웰컴투 동물원의 동물들은 무척이나 자유롭게 보이네요.

유유히 관람객의 도시락 가방을 뒤지고, 아이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몰래 빼앗아 먹고.

동물원이 관람객을 위한 것이 아닌 동물들 스스로를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깨진 듯한 기법의 그림이라는 것인데요.

책을 보는 내내 벽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신비로웠고 기존의 책들과 달라보였어요.

이 책은 동물원의 등장인물과 동물들 각각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는데.

처음에는 한 가족의 시선으로 책을 한번 보고, 그다음에는 타조와 그 타조를 잡으려는 아저씨의 시선으로, 풍선을 들고가다 놓친 아이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어요.

집에 글자 없는 책들이 몇권 있었는데 아이의 눈높이에 안맞았는지 그리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웰컴 투 동물원은 굉장히 좋아하며 계속 읽어달라고 하네요.

동물 하나하나를 짚으며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등장인물과 동물들의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고.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만족스러웠고 유아들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집에 메물리라는 아이가 주인공인 책이 한권 있는데 아이가 참 좋아하고 있습니다. 친근감 가는 그림과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해 주는 책이었거든요. 시리와 무시무시한 돼지인형을 봤을 때 메물리 책과 비슷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더니 같은 작가의 그림이었네요. 

시리와 무시무시한 돼지인형은 시리라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토끼인형이 구멍이 나 솜이 빠지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얼마 전 저희 아이가 어디선가 솜을 한뭉치 가득 들고와서 깜짝 놀랐는데 바로 곰인형 겨드랑이에 구멍이 나 거기서 솜을 빼왔더라구요.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 정말 몰입을 잘하더군요. 바로 저희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그랬네요.

시리는 토끼인형을 고치고 싶어하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보냅니다. 하지만 토끼인형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인형 고치는 병원에서 시리에게 돼지 인형을 보내주기로 합니다. 시리는 그 돼지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인형이 점점 커져 자기 침대에서 이것저것 먹는 상상을 하며 무서워 합니다. 하지만 토끼인형을 돌려받은날 방에 들어가 보니 돼지 인형은 단지 작은 인형이었어요. 결국 시리는 돼지인형도 입양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책의 글밥이 좀 많은 듯이 보였는데 네 살 아이가 의외로 잘 앉아서 듣더군요.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랬나 봐요. 인형이 구멍난 상황, 인형을 고치러 동분서주 하는 모습, 친구들과 병원에 간다는 내용,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내용 등등 아이가 좋아할만한 소재로 구성돼 있더군요.

한가지 특이한 것은 변역가가 미수다로 유명한 따루인데요 보통 한국사람이 번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외국인이 한국어로 번역해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읽어보니 번역이 매끄럽게 잘 됐네요. 다만 시리가 인형을 데리고 처음 간 곳이 어린이 병원이었는데 소아청소년과로 번역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도 조만간 바늘과 실을 들고 구멍난 곰인형의 겨드랑이를 꿰메줘야 할 것 같아요. 인형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시리의 모습이 저희 아이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으면 하고 바랍니다.

얼마전 아이가 다니는 유아체육 관장님이 말씀하시길, "하루라도 j가 울지 않으면 뭔가 이상해요"
울딸이 툭하면 울기에 그러셨던 거죠. 집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야단칠때 우는 것은 기본이고 맘에 들지 않는다고 울고. 하루에도 몇번씩 우는지 모른답니다.
결국 요즘에는 아이 아빠가 아이에게 징징거리지 말라고 신경질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그러던 차에 알게된 울음그치는 약.

 주인공 바다라는 아이는 이유없이 우는 아이랍니다.
하루종일 온갖 이유로 우는 아이지요. 결국 부모님이 바다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데...눈물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그동안 울었던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재미있는 처방전을 받아온다는 내용입니다.

아이는 이 책을 첫날에만 다섯번을 읽어달라고 하더군요. 귀여운 그림도 마음에 들었겠지만 자기와 비슷하게 자주 우는 또래 아이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본인도 자주 울면서 책 읽으며 하는 말이 "엄마, 나는 밥도 잘먹고, 색연필도 잘 갖고 놀고, 엄마 없어도 안 우는데..."합니다. 책에서 바다가 우는 이유 중에 밥도 싫고, 색연필도 마음에 안들고, 엄마가 없어서 였다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자기는 바다처럼 안 우는 것이 굉장히 뿌듯했던 모양이더군요.
또한 의사선생님이 진찰해주는 내용을 무척 재미있어 했답니다. 책을 읽으며 의사선생님의 처방전대로 발바닥을 간질여 주었더니 깔깔깔 웃으며 도망갑니다

이 책은 3~5세 정도의 유아에게 알맞은 내용이구요...글밥도 많지 않아 읽어주기도 편합니다. 그림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아이가 좋아하네요. 
책을 읽은 후 아이가 울 때마다 간지럼 피는 방법을 써볼 마음이 생겼어요.
아이가 울어도 야단치지 않고 위트있게 넘길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