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아이가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말합니다.

"엄마, 나도 날고 싶은데 왜 못날아?"

순간 당황했습니다. 사실대로 넌 날개가 없으니 못 난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이의 상상력에 맞춰 다른 대답을 해야 하는지. 결국 "팔을 더 빨리 휘저어야 해"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뒤 아이가 마루에 누워 저를 부릅니다.

"엄마, 내가 비행기 태워줄께" 그러더니 팔을 파닥거리며 "엄마, 팔을 이렇게 해. 그럼 날 수 있어"

아이의 말이 귀여워 웃었습니다.

 

최근 교육의 화두는 자기주도 학습과 더불어 창의성인 듯 합니다. 그리고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상상이 필수겠지요. 사실 요즘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어떡게 반응해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답니다. 현실적 대답은 아이의 상상을 망칠 것 같고 그렇다면 어디까지 맞춰서 대답을 해줘야 할지. 그러던 차에 '우리아이 상상에 빠지다'라는 책을 알게됐네요. ebs다큐프라임에 방영된 내용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었어요.

 

책을 읽으며 한편의 방송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었답니다. 방송에 나왔던 듯한 화면들이 사진으로 그대로 담겨 있었거든요. 상상에 관한 책답게 굉장히 칼라풀합니다. 내용도 쉽고 예시가 많이 나와있네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이 비행기를 만들었고, 촛불이나 석유대신 오래 빛을 내는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백열등을 만들었으며 집집마다 책상 위에 컴퓨터가 놓이는 상상, 걸어다니며 인터넷 하는 상상 등이 노력을 만나 현실화 되었어요. 또 지금도 우주 엘리베이터, 접는 자동차, 도시 빌딩형 농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상상의 세계는 정말 놀라워요. 이러한 상상이 인류를 더 발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상상을 통해 병을 고치기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현실을 만들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예술능력을 키우며 기억력도 높인다고 해요.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해서 상상만으로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다른 나라에는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학교들도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사다리를 만들면서 각도를 어떡게 할지, 각도에 따라 사다리를 만들면 무엇이 다를지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의 힘을 키우는 학교, 한 장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 하는 것으로 영어, 미술, 역사를 공부하는 학교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창의력올림피아드나 영재 선발시 상상력을 요하는 문제들을 많이 낸다고 하더군요. 그 문제 예시가 제게는 무척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다행인 것은 상상력이 후천적으로 키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우선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고 부모 역시 상상을 많이 할것,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길것, 조급해 하거나 다그치지 말것, 정해진 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게 할 것,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답을 강요하지 말것,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줄 것, 결과물에 관계없이 칭찬하고 격려해 줄 것.

 

책을 읽고 부모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부터도 즐거운 상상에 빠져야 겠습니다.   

 

요즘 다섯 살 딸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어 몸살이 났습니다. 그것도 꼭 상호작용 하는 놀이를 좋아한답니다. 아이들이 놀다 보면 같이 놀다 또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곤 하던데 어찌된 일인지 딸은 같이 놀려고만 하네요. 누군가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 "나랑 놀아주지 않아~~~"하며 눈물 콧물 쏙 빼도록 운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친구에게 같이 놀라고 이야기 해보지만 그 아이도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잖아요. 싫다고 하는 친구 때문에 우리딸은 더 마음 상해 펑펑 울고 결국 그 친구가 자기 놀이 할 것 다 하고 다가와 같이 놀자고 해야 쪼르르 웃으며 가는 아이 때문에 바라보는 제 마음이 더 심란했었죠. 

여하튼...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알게된 책이 ’나도 같이 놀고 싶단 말이야’입니다.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로 유명한 로렌 차일드 그림책이네요. 제목부터 제 관심을 확 잡아 끕니다. 울 아이의 마음이 딱 저러니까요.

  

찰리의 여동생 롤라는 언제나 오빠와 놀고 싶어 하지만 오빠는 친구인 마브와 같이 놀기를 원하네요. 이날도 롤라는 오빠의 놀이를 방해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롤라가 혼자만의 놀이를 하네요. 알고 보니 소찰퐁이라는 보이지 않는 친구가 생겼거든요. 이제 오히려 오빠들이 롤라에게 관심을 갖고 오빠들과 롤라, 소찰퐁이 같이 놀이를 합니다. 힘을 합해 괴물을 물리친답니다.

예전에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에 시큰둥 하던 아이가 이 책은 관심있게 잘 보더라구요. 특히 이 책의 재미는 보이지 않는 친구 소찰퐁을 찾는 재미인 것 같아요. 아이도 소찰퐁을 찾으며 즐거워 하더군요.

또 이 책의 특징은 자유분방한(?) 글자에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책들은 글자가 딱딱 정돈 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아이들의 자유분방함, 발랄함처럼 글자들이 배열되어 있네요. 재미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익숙치 않아서 당황스럽기도 해요.

이 책을 읽어준 후 저는 아이에게 바람이 생겼네요. 이제 친구들과 놀때 굳이 같이 놀아줘~~를 달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에게 소찰퐁을 소개해 주고 싶네요.

동시가 그림책과 다른점은 운율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 속의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들도 좋지만 동시의 운율감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더군요.

사실 아이에게 그동안 그림책만 읽어줬지 동시를 읽어주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읽게된 안도현 시인의 동시책을 아이가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 뒤 동시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최근 최승호 시인의 동시집 중에서 21개를 선택해 곡을 붙인 말놀이 동요집이 나왔다더군요.

게다가 작곡가가 요즘 위대한 탄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방시혁 작곡가라니 굉장히 구미가 당겼어요. 과연 어떤 식으로 동시에서 동요로 바뀌었을지 노래가 시에 잘 맞을지 궁금했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동시가 쭉 이어져 있고 뒤에 동요 악보가 있어요. 첫번째 시인 원숭이라는 시를 읽어주자 아이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어요.

 

말썽꾸러기

원숭이 귀를 잡아당기자

원숭이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네

 

아야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원숭이가 소리 지르는 부분에서 웃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원숭이가 지르는 소리가 모음 조합이라는 것이 놀랍더라구요. 처음에는 아프니까 '아야' 라고 소리 질렀을 테고 그다음에는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라는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듣기에는 재미있었겠지만 사실 모음이잖아요. 이 짧은 시에 강한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리고서 하나하나 시를 읽어 주는데 시들이 다 훌륭하다는 생각밖에 안드는 거에요. 같은 글자의 반복으로 리듬감도 주면서 짧은 시들이 하나같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동시에 장난기가 가득함을 느껴서 읽어주는 저도 신났어요. 아이는 계속 키득키득, 깔깔 대며 웃었구요. 어찌보면 말장난 처럼 보이기도 할텐데 아이는 그런 시에 더 폭발적이었어요.

 

시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동요 부분은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혹시 시의 이런 재미가 노래에 잘 들어가지 않았으면 어떡하나..오히려 시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어요.

하지만 동요는 동요대로 멋이 있더군요. 시의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렸어요. 솔직히 동요라는 느낌보다는 뮤지컬 적인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소쩍새라는 곡은 전주만 들어도 캄캄한 밤,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있는 깊은 숲속이 연상되더라구요. 구멍 없는 피리라는 곡은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이었구요. 코뿔소라는 곡은 당당한 행진곡 풍이었는데 따라 부르면서 가슴이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도 굉장히 재미있어 해서 악보를 볼 줄도 모르면서 같이 보고 따라 불렀답니다. 그리고 첫 날부터 반복해서 듣자고 하더군요. 솔직히 저도 재미있어서 아이 유치원 보내고서 슬그머니 혼자 틀어 놓고 들었어요.  

아이한테 무슨 노래가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원숭이랑 스컹크가 재미있었다고 하더니 점점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가 늘어나더군요. 오늘 아침에도 구멍 없는 피리를 흥얼거리며 "볼이 불룩불룩불룩불룩" 거리고 있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시도 좋았지만 아이는 노래를 더 잘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시를 외우라고 하면 못 외웠을 텐데 노래를 들으니까 저절로 외워서 부르더라구요.  

동시가 좋았던 점은 짧은 시 안에 다양함을 넣어서 말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 동요가 좋았던 점은 예쁘고 발랄한 시에 노래라는 옷을 입혀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줬다는 것이에요. 시와 곡이 잘 어우러져 아이와 저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카메라 고장으로 사진을 못올려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