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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진창길이라도 끝까지 걸어가라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스타일>(백영옥),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등 개성 넘치는 문제작들을 발굴해왔던 세계문학상이 2013년 제 9회 수상작으로 박향 작가의 <에메랄드 궁>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시선과 맛깔 난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는 평을 받은 <에메랄드 궁>은 대도시 외곽에 위치한 ‘에메랄드 모텔’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루저들의 서글픈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Q 먼저 늦은 감이 있지만, <에메랄드궁>이 제 9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당선 소식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춰보았지요. 신춘문예 당선 이후로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리며 떨렸던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해줬어요.

Q 사실 세계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박향이라는 소설가의 이름이 낯설었습니다. 20년차 중견 소설가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구요. 오랜 무명의 시간을 버텨온 힘이 무엇인가요?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문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과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중앙 문단. 그래도 시린 등을 맞대고 열심히 쓰고 있는 지역 작가들이죠. 무명의 시간을 버텨 온 힘이라면, 때론 경쟁자로 때론 동반자로 함께 걸어온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가족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족들은 무관심할 정도로 무심하게 응원합니다.(웃음) 무심한 척 하는 그들의 시선이 따뜻하다는 것을 저는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Q 이번에 세계문학상에 딸 이름으로 응모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여있는 물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 물을 밟아서 튀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제 문학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을 테스트해 보고 싶은 욕망도 컸고요. 작품만으로 승부하고 싶어서 딸 이름으로 투고했습니다.

Q 박현욱, 백영옥, 정유정 등 개성 넘치는 문제작들을 수상작으로 선보였던 세계문학상은 일단 독자들이 믿고 보는 상이 되었습니다. 세계문학상은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무엇보다 언급하신 작품들에 대한 호감도도 높았고요. 이제는 완연하게 자리잡은 세계문학상의 위상이 주는 매력도 있었습니다. 작가로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고여 있는 물 같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문학상은 정체되어 있는 제 자신을 테스트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투고한 것이었어요. 유난히 춥고 쓸쓸했던 지난 겨울에 손톱을 깨물며 투고할 곳을 찾았는데, 세계문학상이 그 때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Q 본인의 작품이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작품 자랑 좀 해주세요.

심사위원님들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시선과 맛깔 난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주변부 인생들에게 제 몫의 욕망과 고통, 삶의 환희를 분배하고 저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균형 잡힌 서사와 빼어난 관찰력,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소설이다’라는 평을 주셨어요. 제 작품이 실험성이 있는 작품도 아니고, 젊은이들의 구미가 당기는 취향의 작품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에메랄드궁>이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소설을 대하는 진지함이나 진정성 같은 것이 통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이번 작품을 쓰신 계기가 있다면요?

7, 8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모텔에서 벌어진 불륜사기사건 기사가 나왔어요. 저는 그 기사를 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륜과 요지경 속인 모텔이라는 공간, 이 곳에 대해 한 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텔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 사랑, 욕망, 질투, 폭력, 고통, 외로움 같은 것들과 우리 인생을 속이는 달착지근한 거짓말 같은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문득, 모텔은 이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소설 속에 한 번 담아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습니다.

Q 작품의 배경이 모텔이라 취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묘사가 생생합니다. 취재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신문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피상적인 지식들로만은 절대로 이 소설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우연히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모텔을 하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가 결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친구에게 모텔에 관련된 정보를 얻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친구의 모텔과는 다른 최신식 모텔을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 모텔 카페에 가입해 동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었죠.(웃음)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서 최신 모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젊은이들의 모텔 풍속도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땅에 넘어진 아이는 땅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그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의 인물들이 극단의 불행 앞에 섰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불행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일어설 수 없을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길의 끝까지 가보지 않고 생을 포기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끝까지 가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소설 속에 할머니가 주인공 연희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희망을 보라고.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떻게 잘 닦인 길만 있겠느냐’고. 또한 앞으로 혜미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혜미가 제 앞에 놓인 그 길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걸어갔으면 합니다. 진창길이라도 끝까지 걸어가라고 말입니다.

Q 처음 소설을 쓰게 된 동기, 그리고 어떻게 소설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 집에는 항상 책이 있었습니다. 국어교사였던 아버지가 사놓으신 책들을 읽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친구들을 모아놓고 제가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원고지 60매 가량의 분량이었는데, 완성해서 학생 잡지에 투고했는데 떨어졌죠. 불치병에 걸린 친구의 동생 이야기를 듣다가 소설로 꼭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대학 때는 동아리에서 문학에의 꿈을 키웠고요. 서른 둘에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꿈에 그리던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Q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데요,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싶진 않았나요?

전업작가는 모든 작가들의 로망이 아닐까요. 하지만 전업으로 활동하기에는 우리나라는 아직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직업이 될 수 없는 나라니까요. 그런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내 글을 실어줄 수 있는 지면의 태부족, 유명 작가가 아니면 책을 출판해도 판매가 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들, 이런 것들이 아마도 전업을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교사와 소설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단점이라면 시간 부족이죠.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집에 가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퇴근 후 글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학교가 보통 회사들보다는 퇴근시간이 빠른 편이라서 학교에서 퇴근을 늦게 하는 것으로 글 쓸 시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아이들을 항상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들에게서 작품 속 인물을 떠올릴 때도 종종 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이번처럼 작품에 대한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평가를 받을 때는 정말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Q 그 동안 지방 출신 작가로 설움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대상으로 큰 힘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대상 수상 이후 달라진 일상이 있나요?

일단 바빠졌습니다. 토론회 참석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했지만 제일 많이 한 일은 아마 ‘한턱 내기’였던 것 같습니다.(웃음) 주변 문우들이나 친구들, 학교 동료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축하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지난 몇 개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제게 ‘자극이 된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시작하겠다’라고 말할 때는 상을 탄 것만큼 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제가 제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극이 된다면 그것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방 출신 소설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실 생각은 안해봤는지 궁금합니다.

지방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업작가가 소설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소설가는 무직이 되는 세상, 지역작가는 변방의 작가로 인식되는 지금의 이 시스템들이 잘못된 것 아닐까요. 저는 이곳 지역에 살며 이곳의 삶을 그리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상 이후 서울에서 하는 행사들이 있었는데 부득이하게 가지 못하게 되어 씁쓸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땐 서울이라는 도시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Q 상금이 무려 1억원이나 되던데요.

딸 아이의 이름으로 응모했는데, 당선 되고 나자 딸 아이가 이름값으로 10%를 달라고 했습니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딸애는 제 이름값을 받아 얼마 전 당당히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웃음) 그리고 몇 군데 단체에 기부도 했고, 양가 어머니들에게도 용돈도 드렸습니다. 이제 남은 금액은 저를 위해서 쓸 생각인데,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품 구상도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찬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Q 다음 작품을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다음 작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덜 말랑말랑하지만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될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 앞장을 살펴보고 생각해 보는 이야기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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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내 일(My Job)이 없으면 내일(Tomorrow)도 없다

"교수님,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두 권의 에세이로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은 청춘들은 김난도 교수에게 그 다음을 주문한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라’는 속담이 있듯 무심히 넘겨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럴 수가 없다. 그의 ’내:일’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예상컨데, 그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의 보따리를 풀어 청춘을 보듬고 격려할 것이다)

신작 <김난도의 내:일>은 그렇게 나온 책이다. 김 교수는 청년들의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이자 아픔인 잡(Job)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급변하는 취업시장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천직을 찾기 위한 11가지 키워드.

대부분의 시간을 풋풋한 청춘과 함께 보내서인지 50대와 어울리지 않는 예리한 인상과 탄탄한 체격... 사진 속 모습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출간 이후 연예인 못지 않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기자의 질문에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Q 신작 <김난도의 내:일>이 출간 이후 아이들 가르치랴 각종 인터뷰와 행사, 강연까지 소화하고 계십니다. 지칠 법도 한데 늙진 않으시나봐요.

감성적인 문체로 접근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결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속시원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죠.

Q 교수님의 책은 제목부터 읽고 싶게 만듭니다. 어떻게 탄생됐나요.

보통 책의 제목을 미리 결정 짓기보다는 프로젝트명을 정하고 추후 출판사와 논의해 제목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작정하고 썼기 때문일까요. 프로젝트명 자체가 ’내일’이었고 책제목으로까지 이어져 느낌이 남다르죠.

Q 청춘 멘토링이라 불리는 교수님의 20대 청춘이 궁금합니다.

 

시키는 것은 잘하는 모범생이었죠. 그 당시 아무 생각 없이 유명 학원의 배치표에 맞춰 서울대 법대를 진학한 겁니다. 실제로 가고 싶던 과는 당시 사회 풍조로 인해 정치과에 가고 싶었어요. 아마 학원 입시표에 정치과가 법학과 위에 있었다면 정치과를 갔겠죠. 입학 후 법학이 재미 없고 적성에도 안맞았어요.

 

친척 중에 검사 직업을 가진 분이 계신데 남들에게는 선망의 직업이었지만 매일 죄 지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또 인사 이동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문득 4학년에 들어서면서 행정관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버스 요금 같은 실생활과 관련된 정책들을 만들 수 있는.

 

군수가 되고 싶었어요. 작은 군을 맡아서 열심히 뛰어 훌륭한 군을 만드는 것이 보람이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행정대학원을 갔으나 고시는 계속 떨어졌습니다. 서너 번?(웃음)

 

Q 고시에 낙방하고 그 시절이 교수님 인생에 있어 힘들었던 시기였나요.

 

서너 번 고시에 떨어지면서 한 동안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떨치지 못했죠. 나중엔 고시를 포기하게 됐고 교수가 되기로 마음 먹었죠. 하지만 교수 채용 공고에 응모했다가 몇 차례 떨어져 이것 또한 순탄치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 잠이 안 와 새벽에 테트리스 게임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죠.

 

지금 생각해도 가장 황당했던 생각은 다시 한 번 사법고시에 도전하려고 했던 일.(웃음)

 

인생은 끝없는 선택과 좌절, 갈등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청춘들의 아픔과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Q 교수님의 시련 극복법이 궁금해요.

 

앞서 말했듯이 고시에 떨어지고 교수 임용 역시 좌절했던 순간들이었고 솔직히 극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죠. 당장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지나가기 마련이므로 억지로 극복해내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Q 소비자학과, 조금 생소한데 소비자학과 교수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소비자학과 교수가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그 당시 행정학 교수를 준비하다가 1997년 소비자를 연구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정대를 선택했으니 제 청년기 역시 많은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순간에도 내가 잘 할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기준이 있었죠.

 

 

 

 

Q 글 쓰는 일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죠. 평소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시간과 건강 이 두 가지를 철저히 관리하려고 노력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고, 글도 쓰고 종종 강연과 행사에 참석해야 돼 주어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방송이나 인터뷰는 되도록 자제하는 편입니다.

 

솔직히 철저한 저녁형 인간이었죠. 늦잠 자려고 교수가 된 이유도 있는데(웃음) 막상 업무기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새벽형 인간이 됐더군요. 심지어 글도 새벽에 잘 써지더라는. 반면 건강 관리는 소홀한데 열심히 운동하려고 합니다.

 

Q 평상 시 글을 쓸 때 몰아서 집중적으로 쓰는 편인가요

 

평소 신문, 잡지, 책 등을 많이 읽는데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전부 메모해 두는 편입니다. 그렇게 쌓아 뒀다가 본격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동안의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글을 쓰는 편이죠. 가끔 완전한 글감이 나오면 써 놓기도 해요.

 

Q 이번 여름 대작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문학 작가가 있으세요?

 

김훈 작가와 김영하 작가를 좋아합니다. 다들 얘기하지만 김훈 작가의 강건한 문체를 좋아하며 특유의 치밀한 묘사를 배우려고 애씁니다. 김영하 작가는 문체도 좋지만 그의 폭넓은 상상력을 좋아합니다.

 

Q 20대 젊은 층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팬층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감하시는지.

 

지금 당장 빛날 수 있는 화려한 일들에 현혹되지 않고 내 전성기인 5~60대 때 제일 각광 받을 학문을 하자였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깨지고 부딪히는 것, 역시 청춘의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청춘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지만 연령 제한을 두진 않았죠. 실제로 강연에 나가면 기성세대가 많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습니다.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거나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참석하신 듯 해요.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달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꿈꾸는 한 늘 청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40대 삶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중장년층 독자들의 주문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년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정치가 아니라, 인생 이야기를 말입니다. 결혼생활, 직장생활, 은퇴 준비,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 등 40대의 고민을 담을 계획입니다. 언제까지 써야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건 계획은 없지만 부끄럽지 않겠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 때쯤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도 틈틈이 쓰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살면서 인생의 고비가 여러 번 찾아오겠지만 그 순간을 즐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단순히 시간을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을 즐기라는 거죠.

성장은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넘어져 본 사람이 일어나는 법도 배우게 돼 있죠. 아파 본 사람이 치유하는 법도 알 수 있습니다. 힘든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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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전염병보다 더 지독한 인간의 생존 욕망

누군가의 작품을 기다린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28>은 출간 전부터 ‘한국문학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면서 기다림의 즐거움을 안긴 작품이다. 문단에서는 “이제 막 4번째 작품을 낸 한 작가의 신작을 이토록 기다렸던 일도 드물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6년 전 청소년 작가로만 보는 주위 시선에 대응하기 위해 본명을 숨기고 <7년의 밤>을 썼던 정유정 작가는 이제, 어엿한 한국문단의 이야기꾼으로 우뚝 섰다. 2년 3개월만에 돌아온 그녀의 책은 올 여름 하루키의 신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28>은 그녀의 전작인 <7년의 밤>보다 한층 더 묵직하고 집요하다. 서울과 인접한 도시 화양시에 정체 모를 인수공통전염병이 창궐하고 개와 인간은 이 전염병으로 인해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버린다. 정부는 한 도시를 봉쇄하고 무자비한 살처분을 일삼는다. 수의사, 기자, 소방관 등 5명의 인물과 1마리의 늑대개 시점에서 흘러가는 소설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민낯’을 보여줌과 동시에 생존을 향한 뜨거운 갈망을 이야기한다. 생명의 권리 존중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들고 인간 없는 세상을 꿈꿨다는 정유정 작가, 그녀는 어떤 투쟁의 시간을 거쳐 독자들에게 돌아온 것일까.

Q <7년의 밤>으로 북앤과 인터뷰한 지 2년만이다. 그 당시 다음 작품으로 ‘인간이 가진 파괴성과 악마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28>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나요?

<7년의 밤> 출간 당시 동시에 <28> 구상이 끝난 상태였어요. 2010년 겨울 구제역 사태 때 돼지들이 생매장당하는 장면을 보고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7년의 밤> 프로모션이 끝난 11월 초고를 완성했죠.

Q 화양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까지 투쟁하는 28일의 기록을 담은 책인데, 제목에 또 다른 의미가 있나요?

소설 속에서 28일이라는 시간 동안 괴질로 인해 화양이라는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되요. 2와 8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데 28은 이렇게 모든 것이 사라진 후를 뜻하는 숫자에요. 또, 독자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화가 났을 때 제목을 세게 읽어 보시라는 의미도 있어요(웃음).

Q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될 확률이 희박한데, 소설 소재로 쓰인 ‘빨간 눈 괴질’은 인수공통전염병인 것이 흥미롭던데요.

뉴스를 접한 날 충격이 너무 컸어요. 동영상으로 보니 너무 처참하고 충격적이었죠. 새벽까지 돼지들 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맴돌 정도였으니까요. 사람이 과연 동물을 처참히 생매장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의문이 들었고 동물이 화를 당하면 인간도 화를 당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소설 속 빨간 눈 괴질은 인간과 동물이 다른 매개체가 아닌 서로 병을 주고 받을 수도 있는 동일한 존재임을 나타내는 소재에요. 인간들도 동물들도 모두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고 있잖아요.

Q 흔하지 않은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소설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라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아요.

초고에는 사람과 개에 대한 이야기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번복되었어요. 초고 쓰고 전문가 취재를 석 달 동안 했는데 그때 슬럼프가 왔죠. 바이러스가 중심이 되다 보니 제 스스로도 이야기가 재미가 없더라고요. 취재하면서도 글이 안 써지더니 취재 후 집필을 시작하는 데도 글이 써지지 않았어요. 결국 6월에 지리산에 들어가 시놉만 남기고 통째 버렸어요. 성격상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자신을 벼랑 끝에 내몰아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다시 집필을 시작했을 때는 전염병에 대한 설명은 배제하고 희망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불친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생존’과 ‘구원’이 소설의 큰 축임에도 불구하고 중요인물을 포함해 주인공인 재형도 죽고, 구원이란 단어도 잘 등장하지 않는데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재형의 죽음이 곧 희망이에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을 위해서 자신을 던지고 헌신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이고 우리 모두를 구하는 구원의 빛인거죠. 한 인간의 죽음 속에 모든 생명의 구원이 들어있는 셈이에요. 주인공인 재형을 죽여야 하나 끝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어요. 

Q 6명의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특히 늑대개 링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어요. 짖는 소리나 귀를 움직이는 방향 등으로 개의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건 상상만으로 쓸 수 없는 일이나 동물학 책을 많이 읽었어요. 늑대개를 가져온 이유는 늑대개 자체가 평생의 하나의 짝만을 찾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라 암컷인 스타하고 짝을 맺어주었어요. 솔직히 윤주와 재형의 로맨스를 잘 그려보고 싶었는데 링고와 스타의 러브스토리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네요.

Q 괴질이 돌고, 한 도시가 폐허로 변하면서 사람이 개를 죽이고 개도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스토리가 이어져요. 이 가운데서 윤주와 재형에 대한 로맨스가 등장하는 것이 의외였어요. 특히 기자인 윤주는 재형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인물이잖아요..

막다른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의지가 필요할 때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이성이라면 누구나 그 이성에게 끌리지 않을까요. 윤주가 재형의 명예를 완전히 실추시킨 인물이긴 하지만 재형이 윤주에게 품은 감정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고 온기에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역설을 통해서 또 다른 구원과 생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주인공 중에서는 간호사인 수진이 등장하는데, 가장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해요. 간호사 출신 작가로서 감정적인 소모가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까지 몰고 갔나요.

수진이라는 인물에 개인사를 모두 담았어요. 남동생 면회 간 이야기, 엄마 돌아가신 이야기, 하다못해 꿈에서 환자들에게 밟히는 꿈 등 모두 경험담이에요. 그렇게 내 이야기를 모두 집어넣어놓고 수진을 소설 속에서 죽이고 나니 이틀 동안 글을 쓸 수 없을 정도였죠. 작가로서 ‘내가 10번 울어야 독자가 1번 운다’라고 생각하지만 수진 부분에서는 감정적 개입이 너무 컸어요.

그 때 스토리텔링의 대가 로버트 매키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작가의 임무는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키거나 도덕적 책임을 묻거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표명하는 데 있다.” 재난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것은 여성과 아이잖아요. 진실은 비참한 최후인데 내가 힘들어서 수진을 죽이지 않거나 왜곡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Q 괴질이 돌고 무정부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민낯을 꺼내는 와중에 119대원인 기준과 수진만은 각자 자신의 임무에 충실해요. 두 인물은 소설에서 보여주고픈 인간의 민낯과는 또 다른 캐릭터인 것 같아요..

남편 또한 소방관이에요. 남편은 물론 감수를 해주신 박용진 교수님께도 물어봤는데 두 사람 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나가서 내 임무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최소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소설 안에서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안심하는데 그 와중에서 기준과 수진은 스스로의 일을 하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이 되요. 인간을 넘어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인물, 그 인물을 통해 소설의 씨앗인 또 다른 희망이 그려진 셈이에요.

Q <7년의 밤> 오영제 캐릭터도 그렇고 이번 작품의 동해도 그렇고 작품마다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네요. 소설의 ‘악의 축’으로 잔혹한 폭력을 내지르는 동해 캐릭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동해가 개 살해자에서 살인자로 악마가 될 때까지 가족들은 그를 방관해요. 단순한 악인이라기보다는 가정폭력과 애정결핍이 빚어낸 캐릭터인만큼 동해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징적 존재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캐릭터에 마음이 가요. <7년의 밤> 속에서 오영제 캐릭터도 정말 좋아했어요. 사이코패스이긴 하지만 뭐든지 마음 가는 대로 저지르고 두려움이 없잖아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들은 남들이 느끼는 슬픔과 기쁨을 느끼진 못하지만 그걸 흉내는 낼 줄 아는 영민함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어서 다음에는 1인칭 사이코패스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요.

Q 개인적으로 책을 굉장히 힘들게 읽었어요. 개가 학살당하는 장면이나 생매장 당하는 장면은 너무 디테일 하더라고요.  잔혹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 독자들의 반응이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완전한 다인칭 시점은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6명의 시점을 다 맞춘다는 것이 독자로서도 나한테도 모험이었죠. 편하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출간하면서 과연 독자가 좋아해줄까 불안했는데 모든 독자를 끌어안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불호’의 독자를 ‘호’로 돌리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집필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외부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독자의 반응은 어떻게 살펴보고 있나요.

독자 리뷰는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SNS도 하지 않고 인터넷도 잘 하지 않을 뿐더러 책 순위 확인도 하지 않죠. 그런 정보를 보고 나면 작가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가끔 한 번씩 보긴 하는데 부정적인 리뷰를 한 건이라도 보게 되면 얼른 창을 닫아버리고 말아요. 혈액형도 A형이고 상처도 쉽게 받는 편이라 상처를 안받기 위해서 미리 차단하는 거죠. 작가는 책 이외에 다른 것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 자기 변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독자들과 나누는 소통은 책이 나온 후 사인회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에요. 

Q 독자들의 반응은 소심하게 대처하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일 것 같은데요.

물론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긴 해요. 남편이 일반적인 독자로서 모니터링을 해주고 있어요. 어쩌다가 한 번씩 소설을 읽는 지극히 평범한 독자라 남편의 평가가 곧 평범한 독자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하죠. 안승환 영화감독은 내 초고를 읽어주는 둘도 없는 친구에요. <7년의 밤>도 불만족을 표했던 냉철한 친구인데 그가 이번 작품을 읽고서는 ‘하산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최소한 ‘후진글을 쓰지 않았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 또한 얻었어요.

Q 그러고 보니 <7년의 밤>에도 안승환이라는 등장인물이 등장하잖아요. 소설 속에 등장인물의 이름은 지인의 이름을 빌리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이름을 짓는 나만의 노하우를 살짝 밝히자면 등장인물의 이름은 야구선수의 이름을 살짝 변형해서 가져와요. 야구를 좋아하는데, 기아 타이거즈의 열성적인 팬이에요. 이번 작품의 서재형이라는 인물은 야구선수 서재응 선수의 이름을 살짝 바꿔 사용했어요(웃음). 대신 여성 인물들은 작품에 드러나는 캐릭터에 맞게 고심해서 짓는 편이에요..

Q 작가로서 지향점이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을 얻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이야기꾼’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 않는데 혹시 다른 지향점이 생겼나요.

스스로 난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요.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글을 쓰고 싶다’에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의미가 없어요. 작가로서 유명해져도 크게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요. 지향점은 독자인데 그 독자가 내 이야기를 외면하는 것은 큰 재앙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1년에 1권씩 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은 2년이 넘게 걸렸네요.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음 작품을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조금 특별했어요. 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며 썼거든요. 작품에 대한 홍보가 끝나면 휴식을 취하러 네팔에 갈 생각이에요. 히말라야로 열흘 정도.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골방 체질’이라 해외도 처음 나가봐요. 19살 아들이 일본에 유학 가 있는데 한 번을 안 간 정도이니 말 다했죠. 혼자 가려니 걱정도 되지만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요. 한바탕 비워내야 채울 수도 있잖아요.

Q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책 띠지를 보면 “나는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싶다”라는 말이 있어요.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체험을 독자에게 준다는 것은 작가로서 굉장한 의미죠. 앞으로도 계속 독자들이 내 소설로 인해 또 다른 삶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조금 무뎌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