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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범죄란 우리 가까운 곳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지난 9월 5일 오후 목요일, 종각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표창원 박사의 신간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정도로 싸늘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빌딩 숲 한복판의 야외 강연장은 표창원 박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청춘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표지

“여기 혹시 살인해보신 분?”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질문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표창원 박사가 등장했다. 그는 “이 주제를 납량특집처럼 가볍게 다루고 싶지 않다”며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강연회의 전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범죄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면서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범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꼭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 프로파일링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설명중인 표창원 박사

그는 “고대 사회의 프로파일링은 범죄는 인간이 저지르는 게 아니라 악마가 저지르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그들은 카인의 후예가 그들 속에 섞여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거라고 가정했다. 따라서 카인의 후예를 찾는 것이 고대 프로파일링의 기법이었다. 카인의 후예는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당시 그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카인의 후예들은 빨간 머리일 것이고, 몸에 보이지 않는 문신이 있을 것이다’였다. 하지만 이 기법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는 게 밝혀지게 되었다”며 프로파일링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14~15세기에는 마녀사냥(Witch Hunt)이 있었다. 마녀사냥의 배경은 종교재판이었고, 마녀사냥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바로 십자군 전쟁의 패배였다. 이로 인해 유럽사회의 지배구조가 위기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외부에서든 내부에서든 공격의 대상을 찾아야 했다. 이들은 사회가 혼란해진 이유는 바로 내부의 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바로 이교도, 무신론자, 유태인 이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와 교배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을 마녀라 지칭하고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마녀 식별법’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도 역시 프로파일링이 동원된다. 그들은 ‘마녀는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부위에 ‘악마의 표식’인 상처나, 흉터, 점 등이 있을 것이다 혹은 악마의 분신으로 상징되는 애완동물인 ‘토끼’를 기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17~18세기로 넘어와도 범죄자는 날 때부터 우리와는 다른 부류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따라서 아주 가혹한 형벌을 내려야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근대시대를 맞아서야 비로소 변화가 생겼다. 과학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범죄란 누구나 저지를 수 있고, 인간은 욕구로 가득 찬 이기적인 존재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이전과 다른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근대의 형벌론이자 범죄학의 출발점이다.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쾌락보다 받아야 할 형벌이 더 크다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자. 이것이 바로 범죄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간단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대처법이다.“라며 프로파일링의 긴 역사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그러나 그 동안 형량이 강화되고 무수히 많은 형벌들이 새로 생겼지만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이 대처법이 범죄에 대한 완벽한 답이 되지는 않는구나’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고, 무언가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을까 따져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게 되었다. 범죄자들 중에는 형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범죄 예방 노력도 무력화 시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타고난 범죄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소재를 다룬 유명한 영화로는 무차별 살인에 대해 다룬 <Natural born killers>나 소아범죄자가 주인공인 <The Bad Seed>가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희대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우리나라의 지존파와 영국의 9살 살인자 메리 벨이 바로 그 예이다”라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범죄들에 대해 언급했다.

↑ 학자들의 다양한 접근법과 이론에 대해 설명중인 표창원 박사

이어 범죄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학자들의 접근법과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라파엘레 가로팔로’라는 이탈리아의 범죄학자는 범죄자들을 양심적으로 우리와 체계가 다른 심리적 돌연변이라고 봤다. 이들은 교화가 불가능하니, 가능하면 이른 나이에 발견해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후대 학자들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뇌신경학적으로 우리와 다른 존재, 즉 ’사이코패스’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된다. 문제는 사이코패스라는 편리하고 명확한 규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범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좀 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많은 이론과 접근법들이 연구되었다. ’뒤르켐’이라는 학자는 사회 자체가 규범력, 통제력을 상실할 때 그 속의 개개인들이 일탈하게 되고 범죄가 일어나게 된다는 ‘아노미 이론’을 내세웠다.
이외에 여러 욕구들을 절제, 통제하는 힘은 무엇일까에 대해 설명하는 ‘Social Control Theory(통제 이론)’ 등이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접근을 통해 나온 일반적인 범죄이론은 무엇일까.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두 사람 중 범죄를 저지르는 자와 저지르지 않는 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과연 표창원과 신창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슷한 성장기를 보낸 이 둘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답으로 표창원 박사는 ’허쉬’(1935~)의 ‘사회유대이론’을 제시한다. ‘애착, 전념, 참여, 신념’이라는 이 네 가지 요소가 인간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다. 애착이란 애정과 정서적 관심을 통하여 개인이 사회와 맺고 있는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허쉬는 사회의 가치나 규범을 개인이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착관계가 형성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에 애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다음으로 전념은 관심 있고 소질 있는 대상에 몰입하고 노력하려 하는가. 참여는 소속감을 느끼는 대상과의 유대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신념은 바람직한 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표창원 박사는 “신창원은 비록 범죄자이긴 하나 나름대로 신념을 가지고 절대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더 강한 신념이 필요하다”며 사회 유대 이론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많은 독자들 

Q 범죄를 바라볼 때의 시각은 어떠한가?

매번 범죄자가 새롭다. 항상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무엇인가 잘못된 사람일 뿐이다. 그 잘못을 찾아내기 위해 대화하고 탐구하고 항상 노력하려 한다.

Q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잠재 범죄자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특정 범죄가 일어났을 때 그 현장에서 영화에 나온 특정한 상황들이 보일 때가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창의적이지 않다. 창의적인 사람은 그 에너지를 더 생산적인 일에 사용한다. 이 전제를 가지고 접근해보면 창의적이지 않다는 말은 반대로 모방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 프로파일링의 한 부분이다. 특정 현장에서 특정 영화에 보여졌던 인상적인 장면이 나타났을 경우에 실제로 해당 영화를 대여해간 사람들의 리스트를 비밀리에 조사해보기도 한다. 물론 성공적으로 작용한 사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잠재적인 범죄자 구별법 역시 답이 쉽지가 않다. 예전 미국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강력 범죄자들의 특성을 조사해본 적이 있다. 그들은 70% 이상이 유색인종이었고 연령은 10대에서 20대, 직업은 무직이나 비정규직, 그리고 주로 힙합을 좋아했다.
이런 분석에 맞춰 미리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자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했다. 한때 성과를 많이 올렸지만,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과적으로 생김새, 나이, 직업에 대한 차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빌 클린턴은 ‘인종 프로파일링은 불법이다‘라는 제목의 교서를 발행했다. 단순히 통계에 의존해서 잠재적인 범죄자를 찾는 일은 비과학적이고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Q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묻고 싶다. 상담을 요하는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때가 있다. 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나 심리가 극도로 기울어진 사람들과 상담을 하는 일이 많으실 텐데 어떻게 임하는지가 궁금하다.

상담심리적인 세팅과 프로파일링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일단 상담심리에서는 그분들을 공감하고, 어루만지고 수용해야한다. 하지만 프로파일링은 그와 다르게 일단 진실 발견이 면담의 상당히 중요한 목표이다. 물론 목표를 위해 어느정도 공감대 형성은 할 수 있지만, 상담과 달리 꾸며진 공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당신을 해치는 사람이 아니고, 당신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테니 어떤 이야기든 해라는 태도는 취한다. 하지만 당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조나 이해는 내가 할 역할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전제는 있다.

마지막으로 표창원 박사는 “범죄란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언제나 우리 가까운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재적인 관련자로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우리의 눈길 하나, 행동 하나가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강연회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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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본에 한반도 문명의 꽃을 피우다

지난 8월 28일 오후 7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 편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1권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와 2권 <아스카ㆍ나라,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에 소개된 일본 지역과 유물의 사진들을 소개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권, 2권>표지 

강연을 시작하며 유홍준 교수는 “내가 갑자기 국내 편을 쓰다 말고 일본 편을 써서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반갑게 맞이한 것 같다. 20년 전부터 일본 편을 집필할 마음이 있어 준비를 해왔다. 서문에도 썼듯이 요즘엔 1만명이 일본을 오가고 있고 수학여행도 일본으로 가고 있을 정도로 일본과의 교류가 많다. 하지만 일반 관광 상품에 맞춰 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리고 근래에 일본과 생기는 마찰들을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일본 편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됐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나는 한국 문화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어서 미학을 공부하고 미술사를 공부했다. 한국미의 특징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다. 많은 전문가가 그 특징을 정의했는데 우리 미술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본 책을 보면 일본 미에 대한 저서들이 상당히 많았다. 근대사회 이후로 일본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 사람들이 일본 미학의 진수라고 말하는 ‘모노노아와레’와 ‘와비’와 ‘사비’의 미학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일본 미의 본질이다. ‘모노노아와레’는 상실을 이야기하고 ‘와비’와 ‘사비’는 쓸쓸함으로 번역이 되는데 특히 ‘와비’와 ‘사비’는 영어로 번역하면 ’Incompletion for the completion’이라고 번역된다. 더 높은 완전성을 위한 불완전성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형태의 도자기보다 어느 한 부분이 일그러지거나 유약에 미묘한 변형이 있는 것이 더 큰 미감이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감을 찾기까지 굉장히 오랜 역사가 있었다. 이러한 말들이 나온 것은 근대사회가 아닌 최소한 무로마키 시대, 우리 조선시대 초기 이전부터 주장되었던 이야기들이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가 미감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것들이 일본을 벤치마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됐던 계기에 대해 설명중인 유홍준 교수

유홍준 교수는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세계의 문화적인 형성을 보면 중심부 문화와 주변부 문화로 구성되어 그 문화권의 크기가 형성된다. 그 예로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가 있다. 중국 사람이 9세기 말에 청자를 만든 후에 11세기에 고려 사람들이 고려청자를 만들었지만, 일본은 만들지 못했다. 고려 사람들이 청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청자 역사는 풍부한 내용이 있다. 불교미술의 경우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 한국, 일본으로 오는 동북아시아의 불교미술이 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으로 가는 동남아시아의 불교미술이 있다. 이것이 아시아 전체 미술의 콘텐츠를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변부 문화인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자신의 나라가 가진 ‘美’적 특성을 찾는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중심부 문화인 중국이나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부인 이탈리아는 예술 그 자체를 이야기하지 국가적인 특성을 분석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화 주변부와 중심부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주변부 문화인 우리는 중심부 문화가 생산한 것을 우리의 것으로 다시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무엇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미를 찾을 수 있고 일본은 일본의 미를 찾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는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심, 한국문화의 정체성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찾을 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성 속에 한국문화가 가진 특수성이 무엇인가를 찾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당당히 자기 지분율을 갖고 있는 문화적 주주국가이다. 일본도 그중의 하나다.”

유홍준 교수는 국민들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한반도에서 일어난 것만을 한국 역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우리 민족사를 공부할 때 한국이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공부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보이고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것이 일본에 가서 어떻게 변했는지 관심 갖기 시작해 해마다 기회가 되면 규수와 아스카, 나라, 교토 지역을 가게 되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고등교육을 받는 동안 일본 역사에 대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지식에 허점이 생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유홍준 교수는 PPT를 통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의 독자들이 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된 야요이 시대, 요시노가리 유적, 텐만궁, 가라쯔야키 등의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의 도공이 일본에서 신이 되었다. 일본은 막대한 백자를 유럽으로 수출해 큰 부를 가져왔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자기(瓷器)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신사에 도죠(신)로 모셨다. 이분들은 일본 번주들에게 보상을 많이 받으며 장인대접을 받았다. 조선에서는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고 지방가마에서 막사발을 만들던 사람들이 일본에서는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귀족의 지위를 받고, 죽은 뒤에는 신으로 모셔졌다. 고유기술은 우리의 것인데 우리는 장인을 장인 대접 해주지 않았다. 이런 사실과 다르게 일본에 조선의 도공이 끌려가 채찍질 당하며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거짓을 말하는 우리의 역사책이 많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런 거짓된 역사 속에서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우리다.”

“문화재를 계속해서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일본에 배울 수 있는 점이 참 많다. 똑같은 동양 문화인 일본이 잘하는 점은 바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역사적으로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끝으로 이번 강연회를 마무리했다.

↑ 유홍준 교수의 강연을 들으러 온 많은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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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금융과 소설의 콜라보레이션에 투자하다

장현도 작가의 소설은 금융과 콜라보레이션을 꿈꾼다. 소설가가 되기 전 금융가에서 오래 일했다는 장현도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목표다. <트레이더>에서는 정보 독점을, <돈>에서는 인간의 야망을, <우익의 전쟁>에서는 유괴를 금융과 결합시켰다. 해결사 강우익이 유괴범을 쫓아 복수하는 내용의 이번 소설은 "소설은 재미다"라는 작가의 모토대로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통쾌감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여의도 금융맨으로 일했던 장현도 작가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무작정 글을 썼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스무 개의 출판사 문을 두드리면서 과거 투자자들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결국 투자자와 투자상품만 바꼈을 뿐.

"상품의 투자 가치가 없다면 그 상품은 폐기 대상이다"라는 생각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결과, 출판사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다. 그렇게 그는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강우익’이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그는 독자들의 투자(관심)을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기다릴 것이다.

Q 최근 2년간 <트레이더> <돈> <출판 24시>에 이어 <우익의 전쟁>까지 속도감 있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소설도 그렇고 그 동안 나온 작품들이 속도감 있는 소설이어서 늘어지게 쓰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썼어요. 그래서 작품을 금방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오랫동안 금융맨으로 일하다 소설가로 전향했는데, 작가라는 직업은 어떤가요,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예술문화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로망이 있었죠. 숫자와 엑셀에만 몰두해 있는 시간을 보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즐거워요. 제 성격이 꼼꼼한 편인데 적성에도 잘 맞고요. “느긋하게 생각해보자”며 인생에서 브레이크를 밝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소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어요. 저는 재미있게 쓸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창작은 혼자만의 작업이라 좀 심심하긴해요(웃음).

Q 금융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데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금융계는 밖에서 볼 때는 화려하게 보일 지 몰라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똑같은 일들의 반복이에요. 책은 읽은 업계 지인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고, 재미있는 소재를 오히려 제안을 해줬어요. 얼마 전에는 보험업계에 있는 친구가 보험사기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줬어요. 이 소재도 언젠가는 써먹어야죠.

Q 이번 소설은 금융과 유괴라는 소재의 결합이더군요.

금융 소재만으로 글을 쓰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경제학원론처럼 지겨울 수 있겠죠. 그래서 전 항상 다른 분야와 콜라보레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트레이더>에서는 정보 독점, <돈>은 인간의 야망을 금융과 묶었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유괴였습니다. 아이가 유괴되고 난 이후에 대한 복수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죠. 독자층을 넓여보자는 욕심이었어요.

Q 주인공 우익을 통해 유괴범들에게 복수를 하는데,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일단 통쾌했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초안에는 아이에 대한 감정들이 더 풍부하게 담겨 있었는데 너무 과해서 수정을 가했어요. 아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었겠죠. ‘복수의 끝까지 최대한 가보자’하는 심정으로 주인공 우익을 통해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Q 해결사인 우익의 캐릭터가 매력적인데요. 혹시 강우익을 주인공으로 시리즈로 내 볼 생각은 없나요.

처음에 그런 기획안이 있었어요. ’강우익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10편 이상 만들어보자’라는. 지금은 유괴라는 에피소드를 썼지만 강우익이 다른 종류의 사건을 해결해 가거나, 오히려 거꾸로 곤경해 처하는 내용으로 시리즈로 내보자는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시리즈가 어려운 게 처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어야 돼요. 그래서 “다음 작품도 빨리 내주세요” 그런 원성 아닌 원성이 들려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하죠.

Q <트레이더> <우익의 전쟁> 두 소설 모두 배경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갑니다.

그런 부분도 있고요.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비용이 드는 게 아니잖아요. 제 상상력 그대로 할 수 있잖아요. 전 이왕이면 해외에서 일어날만한 이야기들을 담아주는 것이 좀 더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만이 아니고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외국 주인공도 만들어내고 새로운 장소에 가는 듯한 느낌을 주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 있지 않을까요.

Q 액션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돼 지루할 틈이 없는데 영화화를 염두했나요.

영화화를 염두하고 쓴 건 아니지만 전 소설을 쓸 때마다 항상 영화적인 시퀀스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사람들은 재미없는 영화에는 두 시간도 쓰기 아까워하잖아요. 드라마 역시 1, 2회 보고 바로 판단하죠. 그런데 소설이란 장르는 차분하게 읽어야 하잖아요. 인내하면서 400매 페이지를 넘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영화의 속도감을 따라잡진 못하는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소설에도 속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출판사에 직접 문을 두드렸다고 들었습니다.

문학이나 문단 그런 건 잘 몰라요. 문 두드리기 방식이라고 하죠. 서점에 가서 책 보고 출판사 연락처를 적어왔어요. 첫 페이지나 읽어줄까 하고 스무 군데 정도 원고를 보냈어요. 아무도 안 받아주면 원고를 찢어 버릴려고 했죠(웃음). 새움출판사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고, 사장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셔서 ’확실히 진행될 수 있겠구나’하며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잘나가는 금융맨에서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뭔가요.

금융가에서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어요. 성공했을 때는 짜릿함과 돈, 풍요가 주어졌지만, 그러지 못했을 땐 환멸감이 컸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고요. 일을 그만 두고 난 후 뭔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 노력, 내 재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Q 작가가 되기 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나요.

글은 매일 아침 고객들에게 제공할 리포트를 썼던 게 다예요. 전 미국 첩보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였어요. 어느 날 금융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을 읽었는데 실망했어요. 나라면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재미삼아 시작했죠.

Q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나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반대는 없었나요.

저는 결정을 내리면 주변과 상의를 안하는 스타일이에요. 통보하는 식이죠. 소설을 쓰고 책이 나올 때까지 주변 사람들은 잘 몰랐어요. 책이 나오고선 당연히 놀라셨죠. 지인들은 업계 이야기를 다뤄서 흥미로워 했죠.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께서는 ’드디어 우리 집안에도 작가가 나왔구나’며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웃음).

Q 작가로서의 도전, 두려움은 없었나요.

두려움은 당연히 있었고 반면에 기대감도 컸어요. 몇 명이나 내 소설을 읽어줄까 하는 기대감이죠. 전 출판사 투고로 이 소설에 대한 반응이 입증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군데서도 연락이 없다면 이 소설은 재미없다는 결론인 거잖아요. 책을 내는 것도 투자니까요. 금융계로 비유해보면 스무 명의 투자자가 내가 만든 상품에 투자해주지 않는다는 건 그 상품이 가치가 없다는 거죠.

Q 이력이 특이합니다. MBA 졸업 후 법인 브로커로 일하다가 비합법적인 사금융업체인 ‘부티크’도 설립했다고 들었는데요.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이 분야는 밥벌이가 안되겠다고 생각해 공부를 더 했죠. 미국으로 건너가 MBA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법인 브로커로 여의도 금융가에 들어갔어요. 회사에서는 ’이번 달 수수료를 얼마나 벌었냐’는 기준으로만 평가를 했는데 당시 전 그게 좋았어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부분에 지쳤던 것 같아요.

Q 부티크를 운영하면서 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했다고 들었는데, 배운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면 그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 깨달음이었어요. 그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죠.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또 그만큼의 돈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박탈감이 너무 심했어요. 두 번째 깨달음은 ’돈이 다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돈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큰 깨달음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돈에 질렸던 것 같아요.

Q 아쉽지는 않나요.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돈에 질려서 나온 건데.

Q 금융계에 종사하면서 큰 돈을 만졌을 텐데, 돈에 대한 가치관에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돈이란 게 만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벌면 단순히 좋은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돈앞에 겸손해야 된다. 많이 벌었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 소중하지만 돈에 얽매이면 안 될 것 같아요.

Q 금융 소설을 계속 쓸 계획인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계속 영화 같은 금융소설을 쓸꺼에요.제가 잘하는 부분을 특화시켜서 재미있게 쓰고 싶어요.사실 금융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 돈이 금융권에서 어떻게 돌면서 빠져나가고 있는지…. 그런 부분을 쉽고 흥미롭게 소설로 풀어내고 싶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IMF와 관련된, 음모론적인이야기입니다.

Q 앞으로 도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언젠가는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무도 모르는 외국 가서, 몸으로 할 수 있는 땀 흘려서 할 수 일을 하고 싶습니다.